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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청년 창업가의 성공 방정식 전국구 '명물빵'으로 입소문 창업 2년만에 직영점 14개

중앙일보 2017.06.11 00:02
근대골목단팥빵, 영남권 넘어 전국구 ‘명물빵’으로 입소문... 창업 2년 만에 직영점 14개로 늘려
 
지난 5월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식품관에서 만난 정성휘 대표는 대구를 대표하는 먹거리를 개발해 외식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다크호스다. / 사진·김경록 기자

지난 5월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식품관에서 만난 정성휘 대표는 대구를 대표하는 먹거리를 개발해 외식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다크호스다. / 사진·김경록 기자

지난 5월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관의 한 매장에는 평일 오전임에도 제법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이곳은 근대골목단팥빵이란 대구의 작은 빵집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팝업 스토어였다. 이번 행사는 영남 지역 6개 롯데백화점 지점에 입점한 근대골목단팥빵이 지속적으로 우수한 매출을 올리자 이를 눈여겨본 본점 측의 특별 초대로 성사됐다. 지방의 신생 소규모 빵집이 유통업계 최대 특수가 예상되는 황금연휴 기간에 국내 1등 백화점의 러브콜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열흘 전 처음 문을 연 이 팝업 매장에는 지금까지 1만5000여 명의 소비자들이 다녀갔고, 누적 판매량이 3만 개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근대골목단팥빵은 최근 영남권을 넘어 전국을 무대로 무섭게 성장 중인 대구의 로컬 베이커리 브랜드다. 브랜드명 ‘근대골목단팥빵’은 전국적인 골목투어 명소로 떠오른 대구 근대골목에서 따왔다. 근대골목은 1906년 일본이 대구역 주변에 신작로를 내면서 형성된 거리를 말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최대의 번화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근대골목이 대구의 대표적인 문화관광 명소로 탈바꿈한 것처럼 대구를 대표하는 ‘전국구 명물빵’이 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대구 본점은 전국 ‘빵지순례자’의 성지
 
중국 상하이의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를 본 딴 근대골목단팥빵 대구 본점. 화려한 샹들리에, 고풍스러운 가구와 소품 등 1920~30년대를 상징하는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 사진·홍두당

중국 상하이의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를 본 딴 근대골목단팥빵 대구 본점. 화려한 샹들리에, 고풍스러운 가구와 소품 등 1920~30년대를 상징하는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 사진·홍두당

대구 남성로에 있는 근대골목단팥빵 본점은 근대골목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꼭 들러야 하는 맛집이자, ‘빵지순례자(전국의 이름난 빵집을 찾아다니는 사람)’의 성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옛날식 단팥빵인 ‘모단단팥빵’이 대표 상품이다. 그래서인지 빵 마니아 사이에선 모단빵집이란 애칭으로 더 유명하다. ‘모단’은 근대(近代)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모던(modern)’의 옛날식 발음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관광정보 사이트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60년 역사의 삼송빵집, 크로켓 전문점 반월당고로케와 함께 대구 3대 빵집으로 소개될 정도로 유명하다.
 
대구 본점은 독특한 외관과 실내 분위기도 화제다. 특히 중국 상하이에 있던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에서 모티브를 따온 매장 인테리어는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시대극에서나 볼 법한 고풍스러운 샹들리에와 클래식한 느낌의 가구와 소품들은 1920~30년대에 서구적인 스타일로 새로운 문화를 주도했던 ‘모던보이’를 떠올리게 한다.
 
근대골목단팥빵을 기획한 정성휘(32) 홍두당 대표는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외식산업경영학을 전공한 청년 사업가다. 정 대표는 스스로를 지역의 색과 맛이 담긴 음식 개발에 전념하는 ‘투어 푸드 크리에이터(tour food creator)’라 칭한다. ‘기획형 로컬 베이커리’라는 독특한 콘셉트의 브랜드로 외식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정 대표는 모든 매장을 직영점으로만 운영하고 있다. 대구의 맛과 근대골목의 스토리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2015년 롯데백화점 대구점에 첫 번째 매장을 연 이후 포항·울산·창원·부산 등지에 14개의 직영점을 냈다. 최근에는 신세계 스타필드하남과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에 입점했고, 현대시티아울렛 가든파이브점에 매장을 오픈하는 등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시장 공략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지난해 매출은 30억원이며, 올해 목표는 200억원이다.
 
정 대표는 “대학 시절 틈틈이 미국과 캐나다·유럽·일본 등 선진국의 외식산업 현장을 돌아보며 국내 음식관광 분야가 해외에 비해 크게 낙후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고향인 대구를 대표하는 먹거리를 개발해 핵심 관광자원으로 키워보고 싶다는 열망에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저는 음식을 관광자원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투어 푸드 크리에이터라는 명칭도 여행과 음식, 창조가의 개념을 조합해 만든 신조어에요. 단팥빵이라는 아이템을 대구의 근대골목에 결합에 전국적인 명소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단팥빵을 대구의 지역 특산물로 브랜딩 하겠다는 기획 의도가 적중한 거죠.”
 
지역명 넣은 아이스크림 개발 중
 
소비자들에게 ‘빵맛 좋다’는 얘기를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정 대표는 근대골목단팥빵이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는 질문에도 역시 ‘건강한 빵맛’을 꼽았다. 실제로 근대골목단팥빵의 모든 제품에는 방부제를 쓰지 않는다. 특히 단팥빵에 들어가는 팥소는 매일매일 직접 팥을 끓여 만든다. 또 보존 기간을 늘리기 위해 설탕을 많이 넣지 않기 때문에 단맛이 강하지 않고 칼로리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호떡이나 어묵처럼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서민적인 아이템을 찾다가 단팥빵을 선택하게 됐어요. 우리의 모든 제품은 40명의 제빵사들이 수제로 만듭니다. 전부 손으로 만들다 보니 빵 크기가 일정하지 않아요. 제빵사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해요. 세대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며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어요. 덕분에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빵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 대표의 최종 목표는 서울에 있는 대기업만큼 보수가 좋고 복지도 훌륭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나중에 회사 규모가 커지더라도 본사는 반드시 대구에 두고 싶어 한다. 지방의 능력 있는 인재들이 많이 오면 침체된 대구 경제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서다. 대구를 외식의 메카로 만들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은 정 대표의 도전은 제2의 브랜드 설립으로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외식 분야는 유행에 굉장히 민감해요. 트렌드가 바뀌면 지금 백화점에 들어가 있는 매장들을 4~5년 안에 빼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때를 대비해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단팥빵을 자식·손자들까지 대를 이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도 우리 음식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어요. 이를 위해 새로운 콘셉트의 아이스크림을 준비 중입니다. 자칫 식상할 수도 있는 아이템이지만, 우리만의 토핑을 직접 만들어 기존 제품들과 차별화를 꾀할 생각이에요. 단팥빵처럼 브랜드 이름에 지역명도 넣을 예정인데요. 이것 역시 지역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로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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