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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마지막 회)] 어르신의 놀이터 ‘노인복지관’ 활용하자

중앙일보 2017.06.11 00:02
웬만한 대학 뺨치는 교육 프로그램 구비... 자녀의 도움과 지원 필수적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최모(89)씨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그 즐거움은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비롯된다. 2006년 분당으로 처음 이사 왔을 때는 막막했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낯선 곳으로 이사를 왔으니 친구도 없고 갈 곳도 없었다. 하지만 이사온 지 2년 만에 집 근처에 노인종합복지관이 문을 열면서 인생이 확 달라졌다. 그는 “노인종합복지관은 놀이터이자 학교”라며 “아침마다 복지관 가는 재미에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복지관에 가면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학생처럼 마음이 새로워진다. 운영 방식과 환경이 대학교와 비슷하다. 문화나눔터에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건강관리실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법률·세무 문의가 가능한 상담실이 있고 자원봉사자실도 갖춰져 있어 궁금하거나 고민거리가 있으면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다.
 
취미·여가 즐길 거리 풍성
 
체력단련실에서 근육운동과 유산소운동을 하다가 함께할 사람이 있으면 장기·바둑실에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정원에서 산책을 하고 계절마다 바뀌는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도 복지관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탁구장·당구장이 다 갖춰져 있으니 오락과 여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도 복지관의 장점이다.
 
무엇보다 수강신청을 통해 배우고 익히고 싶은 것들에 얼마든지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이 복지관의 매력이다. 요즘 복지관은 평생교육을 지향한다. 교양부터 정보화교육까지 21세기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지식과 상식을 가르친다. 프로그램은 웬만한 대학을 뺨친다.
 
교양교육으로는 한문교실, 일어독해, 일어회화, 중국어, 한글교실이 수강자의 수준에 맞춰 초·중·고급 과정이 모두 개설되고 있다. 건강증진 프로그램으로는 단학기공, 태극권, 맷돌 체조, 양생 체조, 실버 에어로빅, 댄스, 요가, 국선도, 당구, 탁구, 헬스 등이 제공된다. 헬스 시설은 참가비 정도의 최소한의 이용료를 부담하기도 한다.
 
취미·여가 프로그램은 더욱 풍부하다. 한글 서예, 한문 서예, 사군자, 수지침, 바둑교실, 오카리나, 통기타, 노래교실, 민요교실, 수채화 그리기 등 ‘문·사·철’이 모두 가능하다. 여기까지는 사실 크게 놀랄 것은 없다. 하지만 정보화교육은 젊은층의 상상을 초월한다. 컴퓨터 기본 작동을 물론이고, 이동식 디스크와 웹클라우드 활용에서 인터넷·문서활용까지 복지관에서 배울 수 있다.
 
고령자들은 스마트폰 활용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복지관에서 사진와 동영상 편집까지 배운 어르신들은 자신의 50대 자녀보다 디지털 기기 활용능력이 앞서기도 한다. 영상을 편집해 자신의 스마트폰에 올리고 카톡이나 페이스북에 퍼다 나르기도 한다.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꾸준히 올리는 경우도 있다. 스마트폰에 밀려 이용자가 줄긴 했지만 DSLR을 배워 본격적으로 사진찍기를 하고 다니는 어르신도 적지 않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대학생 진모(26)씨는 “여든일곱 되신 할머니가 복지관에서 스마트폰을 배우면서 나에게 카톡을 보내신다”며 “포토 편집까지 할 수 있어서 손자들의 사진을 귀엽게 만들어 보내주신다”고 말했다.
 
이같이 복지관은 잘 활용하면 노후를 완전히 바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된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는 아날로그 세대여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복지관 이용자들을 보면 이는 완전히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복지관에 다니는 고령자들은 전문강사로부터 체계적인 디지털 교육을 받기 때문에 오히려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는 50대 직장인보다 자유자재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모(90)씨는 카톡방이 10여 개에 이른다. 친구들 상당수가 사망했지만, 복지관에 만난 동료들과 의사소통하는 수단으로 카톡을 사용한다. 두 살 연하인 아내와도 카톡으로 대화를 주고받을 때가 많다.
 
이같이 복지관은 백세시대를 맞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시설로 떠오르고 있다. 어르신이 복지관에 나가면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으니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학교처럼 엄격하게 출석해야 하는 것도 아니면서 규칙적으로 나갈 곳이 있으니 생활에 리듬과 탄력이 붙는다.
 
전국 지자체 복지관 건립 러시
 
더구나 80세가 넘어서도 복지관에서는 많은 친구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80세가 넘으면 상당수가 이미 사망하거나 몸이 안 좋아지면서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다. 하지만 복지관에는 비교적 건강한 고령자들이 출입하니 함께 건강한 기운을 받을 수 있다. 활동이 왕성하면 몸이 아프지도 않으니 금상첨화다.
 
그러나 자식들의 도움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분당 최씨나 강동 김씨는 건강 체질이고 활동적이며 사교적이라 복지관을 잘 활용하는 사례다. 하지만 80세가 넘으면 일반적으로 활동력이 떨어지고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따라서 나이가 든 부모님이 복지관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초기에는 자식이 직접 부모님을 모시고 복지관에 등록시켜줄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도 어떤 것이 적합한지 복지관 관계자와 상담해 자식이 짜주는 것이 좋다.
 
은행원 전모(46)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는 80대 중반 부모님이 복지관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직접 짜주고 있다. 마치 유치원 다니는 어린이를 돌보듯 연로한 부모님이 복지관 프로그램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전씨는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이틀 앓고 3일째 죽는 것)’라는 말이 있듯이 부모님이 아프지 않고 최대한 건강수명을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복지관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복지관 시설이나 분위기를 자식도 잘 알아둬야 안심하고 부모님이 이용할 수 있어 직접 프로그램을 챙겨드린다”고 말했다.
 
복지관 이용자가 늘고 노인 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도 복지관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아직 복지관이 충분하지 않다. 동 단위로 있으면 좋겠지만 현재로는 구 단위로는 운영되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건강은 본인이 챙겨야 할 부분이지만 기나긴 노후에 마땅히 갈 곳 없는 노인들이 안락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려면 노인종합복지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이유다.
 
더구나 복지관은 강사들을 많이 필요로 하므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복지관이 늘어날수록 일자리도 많이 늘어나는 것이므로 복지관 건립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냥 앉아서 TV나 보는 양로원을 현대화해 복지관으로 확대시키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그동안 ‘반퇴의 정석’을 애독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지난 1년간 모두 50회를 연재하고 시즌 1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잠시 숨을 돌리고 시즌 2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시즌 2에서는 주식투자·펀드·부동산을 포함해 본격적인 재테크는 물론이고 청년 취업과 은퇴자 재취업을 비롯한 노(勞)테크, 여가와 사회적 관계까지 백세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핵심 정보를 더욱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전달하겠습니다.
 
필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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