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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정의·도덕, 모호한 관념들이 사회 발전 가로막아”

중앙일보 2017.06.08 01:00 종합 27면 지면보기
7일 서울 종로구 청운문학도서관에서 『남한산성』 100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연 소설가 김훈. [연합뉴스]

7일 서울 종로구 청운문학도서관에서 『남한산성』 100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연 소설가 김훈. [연합뉴스]

“북한이 주적이냐 아니냐, 북한이 국가냐 아니냐, 이런 질문들은 정말로 썩어빠진 질문들이라고 생각한다.”
 

장편 『남한산성』100쇄 기념 간담
문봉선 그림 보탠 한정판 펴내
“주적 논쟁, 병자호란 때 떠올려”

소설가 김훈(69)이 최근 정치권에서 있었던 소모적인 이념 논쟁을 강한 어조로 질타했다. 7일 장편 『남한산성』 100쇄 기념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1636년 병자호란을 소재로 한 『남한산성』은 청나라의 침입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척화파와 그 반대편 주화파 간의 내부 분란을 비중 있게 다룬 작품이다. 2007년 초판이 나왔다. 김씨는 지금의 한국 상황 설명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소설을 쓸 당시 가장 나를 괴롭혔던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언어와 관념의 문제였는데 그게 현대까지도 그대로 이어져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강한 무력을 가진 군사적 정치적 실체로 이미 싸움과 대화의 대상인데 이를 두고 벌이는 주적 논쟁이 마치 병자호란 때의 무지몽롱하고 관념적인 주화-척화 논쟁을 연상시킨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정의나 도덕, 모호한 관념들이 이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씨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 상황에 대해서도 ‘현실론’을 폈다. “전문가가 아니어서 정돈된 견해는 없다”면서 “중국의 패권주의에 맞서 조선시대 북학파처럼 우리 자신을 전환해 나가는 데 우리 삶의 길이 있다”고 했다.
 
작품 속에서 여성을 사물처럼 다룬다는 여성주의 시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여성을 생명체로 묘사하는 건 할 수 있어도 어떤 역할이나 기능을 가진 인격체로 묘사하는 데 매우 서툴다”며 “여성에 대한 편견이나 악의를 가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출판사 학고재는 『남한산성』 100쇄를 아트 에디션으로 꾸몄다. 보통 소설보다 가로·세로 4~5㎝ 큰 양장본 판형에 한국화가 문봉선 화백의 그림 27점을 보탰다. 특별판을 기획한 손철주 학고재 고문은 “화풍과 소설이 잘 어우러진다고 판단해 문 화백에게 그림을 부탁했다”고 밝혔다. 5000부 한정판. 4만3000원.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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