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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하 골프 클럽 경쾌한 소리 … 그 뒤엔 130년 악기 기술

중앙일보 2017.06.08 01:00 경제 8면 지면보기
야마하는 악기의 소리를 연구하는 반무향실(半無響室·사진)까지 활용해 가장 이상적인 소리를 내는 골프 클럽을 만든다.

야마하는 악기의 소리를 연구하는 반무향실(半無響室·사진)까지 활용해 가장 이상적인 소리를 내는 골프 클럽을 만든다.

8000여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그랜드피아노, 모터사이클, 골프클럽.
 

유네스코 음악도시 일본 하마마쓰 탐방
야마하, 철·카본 다루는 노하우 활용
악기 연구실서 골프 클럽도 개발
레이저 쏴 최고의 타구음 찾아내

도무지 어울리지도 않는 이들 제품에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소리’다. 악기 제조회사에서 시작해 모터사이클과 골프클럽 명가로 변신을 거듭한 일본 야마하 이야기다. 야마하는 도쿄 서남쪽 하마마쓰(浜松)란 도시에 자리잡았다. 서쪽으로 하마나코 호수와 북쪽의 텐류가와 강이 만나는 곳이다. 물길이 뚫려 옛부터 악기 제조업이 발달했다. 야마하를 비롯해 세계적인 악기 브랜드인 롤랜드, 카와이 본사도 이곳에 있다. 유네스코가 하마마쓰를 ‘음악의 도시’로 지정한 까닭이다.
야마하 창업주 야마하 도라쿠스가 1887년 수리한 오르간. 야마하의 첫 출발이었다. [사진 야마하]

야마하 창업주 야마하 도라쿠스가 1887년 수리한 오르간. 야마하의 첫 출발이었다. [사진 야마하]

 
야마하는 1887년 의료기기 수리공이었던 야마하 도라쿠스(山葉寅楠)가 초등학교 은사의 오르간을 수리하면서 첫 걸음을 뗐다. 1900년 피아노 제작을 시작한 뒤 점차 영역을 확대해나갔다. 1957년부터 스포츠 영역으로 눈을 돌려 스키·테니스 용품을 제작했고, 1982년엔 골프 클럽까지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1982년 출시된 첫 클럽 이그잼플러.

1982년 출시된 첫 클럽 이그잼플러.

야마하 골프의 첫 제품은 크고 가벼운 카본 헤드로 만들어진 드라이버(이그잼플러·Exampler)였다. 세계 최초의 카본 헤드 제품인 이그잼플러는 감나무로 만든 클럽이 일반적이었던 당시엔 파격적 시도였다. 이뿐 아니다. 야마하는 1989년 라이각을 조절할 수 있는 드라이버를, 1991년에는 단조 모델로는 세계 최초로 티타늄 드라이버를 선보였다. 그러나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일까. 야마하의 야심작들은 전통을 중시하는 골퍼들에게 외면 당했다. 야마하 골프의 르네상스를 이끈 제품은 2003년 출시된 인프레스였다. 2008년 출시된 인프레스 X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악기와 모터사이클이 주축이 된 야마하 그룹 내에서 골프 사업이 입지를 다진 것도 이때부터였다.
 
2003년 출시돼 야마하의 르네상스를 이끈 인프레스. [사진 야마하]

2003년 출시돼 야마하의 르네상스를 이끈 인프레스. [사진 야마하]

1991년 세계 첫 티타늄 드라이버. [사진 야마하]

1991년 세계 첫 티타늄 드라이버.[사진 야마하]

그렇다 해도 야마하 그룹 내에서 골프 클럽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높지 않다. 전체의 5% 선이다. 1994년 생산을 중단한 자동차처럼 사업성 측면에서만 본다면 중요한 분야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야마하 그룹 내에서 골프 사업이 지니는 중요성은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130년 악기 제작 역사를 통해 ‘사람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브랜드의 철학이 골프 클럽에도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1984년 발매된 퍼시먼 드라이버. [사진 야마하]

1984년 발매된 퍼시먼 드라이버.[사진 야마하]

 
그래서 야마하 골프 클럽에 대한 이해는 악기 제작 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마마쓰의 야마하 악기 제조 공장은 도쿄돔 크기의 5배인 82만6446나 된다. 피아노 제작에는 약 8000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건반 1개당 300차례의 테스트를 할 정도로 공정이 세밀하다. 그랜드 피아노의 경우 나무 건조부터 시작해 공정 과정만 약 2~3년이 소요된다. 견학 안내자는 “숙련된 장인이 마지막 조율을 해야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사람의 손을 거쳐 최종적인 작품이 완성되기 때문에 같은 피아노라 해도 미묘한 소리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악기 개발 노하우가 골프 클럽에도 적용됐다. 골프 클럽 연구부터 악기를 개발할 때 쓰이는 반무향실(半無響室)에서 이뤄진다. 페이스와 솔 등에 레이저를 쏴 타구음을 측정한 뒤 가장 이상적인 소리를 찾는 연구다. 악기뿐 아니라 모터사이클을 개발하면서 축적된 철과 카본을 사용하는 노하우 역시 클럽에 그대로 적용된다.
 
야마하의 공장 내에는 ‘Creating KANDO Together(감동을 함께 만들어간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KANDO는 한자어로 감동(感動)을 뜻한다. 야마하는 소비자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감성(感性)’에 집중한다. 야마하 연구 개발팀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감성 평가수법의 연구다. 다이스케 사이토 디자인 팀장은 “음악과 골프는 장르는 다르지만 도구를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는 같다. 제품이 돋보이는 것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악기도 마찬가지지만 골프 클럽도 사용자의 오랜 파트너가 돼야 한다는 게 제품 생산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야마하 골프는 2013년에 ‘골프 머신’이라는 로봇 광고 캠페인으로 화제가 됐다. 비거리와 정교함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한 로봇을 등장시켰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다시 본연의 ‘감성’으로 회귀했다. 다이스케 디자인팀장은 “악기에서 표현하고 싶은 소리를 디자인하듯 이번엔 골프 클럽에는 비거리를 늘리고 싶어하는 골퍼들의 욕구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하마마쓰=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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