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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소수의견 김이수는...통진당 해산 반대한 헌재의 '야인'

중앙일보 2017.06.07 11:37
김이수(64)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9명의 헌법재판관 중 소수의견을 주로 내온 ‘야인(野人)’으로 불린다. 
주로 공안·노동 사건에서 주류 재판관들과 반대되는 목소리를 냈다. 김 후보자는 2012년 9월 당시 민주통합당이 추천해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2012년 취임 후 공안·노동 사건 등 8건 단독 반대의견
통진당 해산·국보법 등 진보진영 목소리 대변해
김 후보자 "헌법정신의 본질 말하고 싶어 소수의견 내"

 
전북 고창 출신으로 광주 전남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대학교 3학년 때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64일간 구금된 적이 있다. 19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수료(9기)한 뒤 수원지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남부지방법원장, 사법연수원장 등을 거쳤다.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김 후보자는 7일 인사청문회에서 “민주주의 정신과 헌법 정신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어서 소수의견을 내왔다”고 했다. 그는 “소수의견이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매우 건강하다는 것과 헌법재판에 대한 신뢰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소수의견을 통해 법정 의견의 견해가 더 명확해지는 효과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의 생각은 그가 남긴 소수의견에 잘 나타나 있다. 
특히 김 후보자 혼자 반대의견을 낸 사건에서 그는 소신을 뚜렷하게 내보였다. 헌재 홈페이지에 공개된 판결문 중에 김 후보자가 혼자 반대의견을 낸 판결은 모두 8건이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왼쪽 둘째부터),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국회의장,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부르고 있다. 광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왼쪽 둘째부터),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국회의장,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부르고 있다. 광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2014년 1월 28일엔 재건축 사업에서 임차인들의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8조와 제49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단독 반대 의견을 냈다. 
 
서울 강서구 주택재건축사업 지역의 상가 임차인들이 재건축사업 때문에 이전 통보를 받자 영업정지 손실을 보전해주지 않는 것을 평등권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사건이었다. 
 
전원재판부는 재건축과 재개발은 사업 목적과 형태가 달라 평등권 침해가 아니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청구인들 주장은 주택재건축 사업의 경우 임차권자의 사용·수익권이 제한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보상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는 게 핵심”이라며 다른 재판관들이 청구 취지와 이유를 오해했다고 했다.
 
 
가장 최근의 단독 반대의견은 장준하 의문사 사건 관련이다. 
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이었던 김희수 변호사가 장준하 선생 유족의 법률대리인으로 정부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형사 재심사건을 맡자 검찰은 김 변호사가 공무원일 때 다뤘던 사건을 수임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며 기소유예 처분했다. 
 
전원재판부는 김 변호사의 청구를 형사 재심사건 수임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끝났다며 기소유예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고, 손배소송 건은 각하했다. 김 후보자는 김 변호사가 2기 의문사위에서 맡은 장준하 사건과 소송 대리를 맡은 민사사건의 실체와 쟁점이 전혀 다르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김 후보자가 단독 반대의견을 낸 사건 중 가장 대표적인 건 2014년 12월 19일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이다. 결
정문 350여 쪽 중 김 후보자가 낸 반대의견이 180쪽이나 됐다. 의견서에는 통진당의 탄생과 성장 등을 자세히 썼다. 진보정당의 역사가 담겼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내용이었다.
 
김 후보자는 “통합진보당이 주장하는 ‘민중주권’은 소외된 계급·계층의 주권적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취지이지, 국민주권의 원리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옹호했다. 또 통진당의 ‘코리아연방제’ 통일 방식에 대해서도 “과도기적 통일국가를 전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석기 전 의원과 지지자들이 통진당을 장악하고 있다고 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폈다.
 
김 후보자는 통진당 해산심판 의견서에서 진보적 경제학자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저서 <한국자본주의>의 한 대목을 인용했다. 김 후보자의 평소 신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내용은 이렇다.
 

“자본주의의 종말이 오지 않은 것은 지금의 자본주의가 최선의 선택이거나 또는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단지 대안 없이 지금의 체제를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대안적 선택이 없으면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는 지속될 수밖에 없고, 지금의 자본주의에 문제가 있다면 고쳐서라도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드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한국자본주의-경제민주화를 넘어 정의로운 경제로」 (장하성, 헤이북스, 2014)
 
김 후보자의 이런 의견에 대해 안창호·조용호 재판관은 “통진당이 주장하는 민중주권은 국민주권주의와 다른 개념이며, 통진당이 목표로 하는 진보적 민주주의, 북한식 사회주의 모두 민주적 기본질서에 저촉된다”고 보충의견을 달았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위헌 취지의 의견을 냈다. 2015년 4월 30일 국보법 제7조 1항에 대한 위헌심판에서다. 이 조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0일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결정문을 읽고 있다. 헌재는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박 대통령을 파면했다. 왼쪽부터 조용호·강일원·김창종·김이수 재판관, 이 권한대행, 이진성·안창호·서기석 재판관.  [사진공동취재단]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0일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결정문을 읽고 있다. 헌재는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박 대통령을 파면했다. 왼쪽부터 조용호·강일원·김창종·김이수 재판관, 이 권한대행, 이진성·안창호·서기석 재판관. [사진공동취재단]

 
이 조항은 합헌 결정이 났지만 김 후보자는 ‘동조’ 부분을 위헌이라고 봤다. 김 후보자는 “동조행위는 찬양·고무·선전행위에 비해 훨씬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행위”라며 “이를 처벌하는 것은 그 주장과 행위로 인한 외부적 위험성이 아니라 주장과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아 처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정 사상이나 견해의 표명을 금지하고 억압하는 것이어서 다원주의적 가치관을 전제로 하는 민주주의의 정치적 이상과 정면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2015년 5월 28일 공무원들이 청구한 근로자의 날 관공서 휴일 지정 요구에 대해 재판부는 기각 결정했지만 김 후보자는 “근로자의 날은 전 세계 근로자들의 연대와 단결된 힘을 과시하는 근로자 전체의 기념일로서 의미를 갖고 있으므로 일반 근로자에게든 공무원에게든 의미의 중대성에 차이가 없다”며 공무원을 포함한 근로자들의 기념행사와 연대활동의 자율성을 더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전교조 가입 대상을 재직 중인 교원으로 한정한 교원노조법의 단결권 침해 여부에 대한 위헌심판에서도 김 후보자만 전교조의 주장을 옹호했다. 이밖에 밀양 송전탑 시위자들의 ‘희망버스’에 대한 경찰의 제지에 대한 헌법소원과 골프장 캐디의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 여부에 대해서도 청구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단독 반대의견을 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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