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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보다 줄어든 '아동' 빈곤…이유는 맞벌이와 저출산?

중앙일보 2017.06.06 17:56
집에 앉아 동사무소에서 지원받은 도시락을 먹는 빈곤 아동. 최근 10년 새 이런 빈곤 아동의 비율은 대폭 줄어들었다. [중앙포토]

집에 앉아 동사무소에서 지원받은 도시락을 먹는 빈곤 아동. 최근 10년 새 이런 빈곤 아동의 비율은 대폭 줄어들었다. [중앙포토]

올해 네 살인 최모군은 희귀병을 앓고 있다. 아버지 혼자 월 200만원을 버는데 이것으론 누나(6), 여동생(1) 등 다섯 가족이 생계를 유지하기 벅차다. 최군 치료비를 메우기 위한 카드 대출 등으로 가계 빚도 1900만원 쌓였다. 시골에 어렵게 집을 구했으나 무허가 주택이라 언제 이사해야 할지 모른다.
 
이처럼 저소득 가정의 아동은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데 최근 10년 새 최군 같은 빈곤 아동 비율이 어른과 비교해 확연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저출산 현상과 맞벌이 가구 증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됐다. 
 
보건사회연구원 여유진 기초보장연구실장이 6일 공개한 '아동빈곤의 추이와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빈곤율(중위소득 50% 미만)은 2006년 13.4%에서 2015년 12.8%로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아동 빈곤율은 같은 기간 10.1%에서 6.9%로 대폭 감소했다. 중위소득은 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로 줄을 세웠을 때 정확히 가운데에 있는 가구 소득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중위소득 50% 미만을 빈곤층으로 분류한다. 지난해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 219만5700원 아래다.
 
연령별로 들여다봐도 아동 빈곤은 중·장년층보다 확연히 적다. 2014년 평균 빈곤율을 100으로 봤을 때 18세 미만 아동의 빈곤 수준은 45.6에 그쳤다. 반면 66~75세는 307.8, 76세 이상은 437.4를 기록해 10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선진국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중위소득 50% 미만인 가구에 사는 아동 비율은 9.7%(2011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3%)보다 낮다. 회원국 가운데 일본·미국보다 낮고 핀란드·노르웨이 등 북유럽보다는 조금 높다.
 
빈곤을 겪는 아동이 크게 줄어든 이유는 뭘까. 복합적 원인이 자리잡고 있다. 우선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젊은층이 결혼·출산을 연기하는 분위기가 빈곤 아동을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형편이 녹록치 않은 청년들이 자녀 출산에 따른 빈곤의 '대물림'을 최대한 회피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환위기 전후에 나고 자란 세대(현재 18~27세)는 아동기 내내 높은 수준의 빈곤율을 경험한 바 있다. 그러면서 1997년 1.52명이던 합계출산율이 2015년 1.24명까지 떨어졌다. 여유진 실장은 "아무래도 저소득 청년은 중산층 이상과 비교했을 때 자의든 타의든 애를 적게 낳게 되니까 아동 빈곤율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빈곤 아동의 감소에는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 부부 모두 경제활동에 나서는 맞벌이 가구가 2010년 전후로 두드러지면서 근로소득이 늘어나면서 빈곤 아동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아동이 있는 가구에서 맞벌이하는 비율은 2006년 38.9%에서 2015년 42.3%로 올랐다. 아동이 없는 가구가 10년새 20.7%를 그대로 유지한 것과 비교된다. 또한 아동이 1명인 가구의 실질 근로소득은 10년새 22.6%, 2명인 가구는 21.7% 상승했다. 이는 아동이 없는 가구에서 4%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엔 일·가정 양립 정책에 따른 보육서비스 등 복지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어린이집 등에 아이를 맡기기 쉬워지면서 부부 모두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근로 소득이 올라가는 데 간접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span style=""""""""""""""""letter-spacing:""""""""""""""" -0.245px;"="""""""""""""""""""""""""""""">놀이터에서 혼자 놀다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이. 한국은 선진국과 비교해 아동과 노인의 빈곤율 간극이 커서 이를 줄이는 것이 복지 정책의 과제로 제시됐다. [중앙포토]</span>

놀이터에서 혼자 놀다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이. 한국은 선진국과 비교해 아동과 노인의 빈곤율 간극이 커서 이를 줄이는 것이 복지 정책의 과제로 제시됐다. [중앙포토]

다만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한국은 빈곤율이 50%에 가까운 노인과 10%가 채 되지 않는 아동 사이의 '간극'이 매우 큰 편이다. 반면 태어날 때부터 숨질 때까지 전 생애에 걸쳐 안정적 복지가 제공되는 선진국은 연령별 빈곤율이 비교적 고르다. 국내 아동빈곤율이 낮은 걸 마냥 좋게만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여 실장은 "복지는 빈곤 예방이 1차 목표이지만 생애 주기별로 소득을 안정화시켜주는 게 제일 큰 기능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복지 제도가 성숙하지 못 했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향후 빈곤 아동을 더 줄이기 위한 방안은 뭘까. 가구 내 성인의 경제활동과 근로소득을 함께 끌어올리는 정책이 강화돼야 하는 것으로 꼽혔다. 아동이 있는 저소득 가구엔 현금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빈곤 아동은 줄이면서 출산율은 올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도 제시됐다. 
 
여 실장은 "아동 빈곤의 원인은 대개 아동 그 자신이 아니라 부모의 경제 수준에 좌우되곤 한다. 보육 서비스와 함께 경력이 단절된 사람들을 위한 직업훈련, 취업알선 등 적극적인 노동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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