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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앞둔 경제부총리 후보자…책에선 이렇게 말했다

중앙일보 2017.06.06 14:59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중앙포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중앙포토]

김동연 아주대 전 총장이 새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그가 지난달 출간한 에세이 『있는 자리 흩트리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저서 내용을 통해 경제철학과 정책운용 방향을 엿볼 수 있어서다. 특히 현직 관료들의 관심이 많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이 책의 1.6%가 중앙정부기관이 밀집한 세종시에서 팔렸다. 올해 1~5월 세종시의 평균 서적 판매 비중(0.2%)보다 훨씬 많다. 김 후보자는 오는 7일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공직자·법조인 직역 이기주의 비판
사외이사제·주주소송제 개선 언급

김 후보자는 책 전반에서 높은 계층이동 장벽과 신뢰 부족으로 인한 사회 고비용구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한 '킹 핀'이 사회보상체계와 거버넌스의 개편이라고 봤다. '킹 핀'은 볼링핀 중 1번 핀의 뒤에 숨어있는 5번 핀을 말한다. 맨 앞의 1번 핀이 아니라 숨어 있는 5번 핀을 쳐야 10개의 핀을 모두 쓰러뜨릴 수 있는 점을 빗댄 표현이다. 현상 속에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뜻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지난달 출간한 자전적 에세이 <있는 자리 흩트리기>. [중앙포토]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지난달 출간한 자전적 에세이 <있는 자리 흩트리기>. [중앙포토]

  
◇사회보상체계 재구축=김 후보자는 현재 우리 사회의 계층 간 사다리가 없어진 이유를 왜곡된 사회보장체계 때문이라고 봤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사회의 특정 영역으로만 '보상'이 쏠렸다는 것이다. 과도한 입시 교육, 비정규직 문제, 대기업-중소기업 임금 격차 등 현안도 이런 구조와 직결된다고 분석한다. 
 
그는 공공일자리 확충이나 인재 육성만으로는 보상체계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봤다. 근본적으로 노동의 '초과 이윤'이 발생하는 곳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상이 적정한지, 격차가 합리적인지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 규제나 기득권이 만든 진입장벽이 지속시키는 특정 분야의 과도한 보상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적으로는 "고시제도와 정부 임용제도를 손 보고, 법조인 등 자격증 소지 직업의 직역(職域) 이기주의에 빠지기 쉬운 분야의 인력 공급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버넌스 개선=김 후보자가 강조하는 거버넌스는 보상체계를 누가, 어떤 절차와 규칙에 따라 결정할 것인지의 문제다. 그는 "우리 사회는 다수 대중의 분노와 초갈등 사회"라며 "이는 승자가 독식하는 경쟁판, 가진 자들만의 리그, 넘볼 수 없는 기득권 카르텔, 부와 사회적 지위의 대물림, 점점 심해지는 양극화 같은 기울어진 사회구조에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까지 거버넌스에서 빠져 있던 청년, 자영업자, 중소기업, 농민, 학부모 등의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소환제·국민발안제 도입과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사외이사제도, 제대로 된 주주소송제 마련 등 제도 개선방안도 언급했다. 
 
◇사회적 자본과 구조조정 대책=규정 위반이나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도 있다. 김 후보자는 책에서 '신뢰' 같은 사회적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면서 "신뢰를 배반한 사람에 대한 적절한 사회적 페널티가 주어지지 않으면 신뢰나 규칙을 지켜봐야 '나만 손해'란 생각을 구성원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경찰 증원과 교통위반 단속의 예를 들면서 사회적 약속이 구축될 때까지 정부가 강하게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산업 구조조정 대책의 방향도 관심사다. 김 후보자는 책에서 개혁을 하다보면 중간에 움푹 파인 싱크홀을 만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구조조정 등은 단기적인 고통을 수반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또 개혁이 좌초되지 않으려면 싱크홀을 메우기 위한 대책을 미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고비용을 초래하는 교육, 보육, 주거 등 부문에서 질 높은 공공재를 제공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싱크홀을 메우는 후보"라고 말했다.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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