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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왜 나왔냐"·"돈은 벌수 있겠나"…투자자 송곳 질문에도 스타트업은 당당했다

중앙일보 2017.06.06 12:43
민간 스타트업 플랫폼 '판교에 가면'은 지난달 29일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중개하는 '제1회 펀앤펀딩 데모데이'를 열었다. [사진 판교에 가면]

민간 스타트업 플랫폼 '판교에 가면'은 지난달 29일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중개하는 '제1회 펀앤펀딩 데모데이'를 열었다. [사진 판교에 가면]

"누구나 악기를 연주하는 세상, 이것이 우리의 비전입니다." 삼성전자를 박차고 나온 음악광들이 투자자들 앞에 섰다. 음악에 맞춰 내려오는 블록을 버튼을 눌러 깨트리는 게임 '리듬 메니아'에서 착안, 실제 바이올린이나 기타를 게임을 하듯 연주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를 들고 나왔다. 스타트업 잼이지(Jameasy)가 개발한 '잼이지 플러스'다. 전대영 잼이지 대표는 "전국 1000여명의 음악 레슨 선생님들과 오케스트라 단체를 상대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며 "올해는 바이올린, 내년엔 기타와 우쿨렐레·베이스, 2019년에는 플루트로 적용 악기를 넓힐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오디션 프로' 같은 순수 민간 스타트업 설명회 열려
기업당 10분 배정…투자자들 "투자 판단 시간 충분했다"
"정부 행사처럼 일회성으로 끝나선 안돼…민간이 나서야"

한참 동안 기업 소개에 열을 올린 이들에게 돌아온 한 투자자들의 질문. "삼성전자는 왜 때려치우고 나왔나요? 사업에 실패하면 어쩌려고요?"
 
전 대표는 짧게 답했다. "실패한다는 생각은 해보진 않았습니다. 만약 실패한다면 또 다른 도전을 할 것입니다."
 
지난달 29일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민간 스타트업 플랫폼 '판교에 가면'이 개최한 기업설명회(데모데이) 현장은 한류스타를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를 연상케 했다. 벤처투자자들은 창업자의 경영 의지까지 꿰뚫어 보려는 듯 송곳 질문을 던졌고,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들은 최선을 다해 답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현실 속 불편함을 해결하고 성장하는 시장에 맞춘 제품을 내놓으려는 스타트업들이 이날의 주인공. 무대에 선 총 10곳의 스타트업에는 기업당 10분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시간을 넘겨 발표하는 곳들도 수두룩했다. 기업당 5분씩 엄격히 제한하는 정부 주최 행사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스스로 열을 내는 지능형 섬유를 들고나온 엠셀은 두꺼운 아웃도어 의류에만 적용된 발열 기능을 얇은 스포츠 의류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소개했다. 선보인 제품이 생소하다 보니 시장에서 얼마나 팔릴 것인지, 소비자들이 쉽게 입을 만큼 편안한 착용감을 유지할 수 있는지 등 투자자 질문이 쏟아졌다. 지승현 엠셀 대표는 "기존 섬유에 발열 기술만 코팅하는 방식이라 일반 의류와 똑같은 착용감을 줄 수 있다"며 "자전거를 타거나 등산을 할 땐 덥지만 쉴 땐 추워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충분히 시장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판교에 가면이 개최한 스타트업 기업설명회에 참석한 스타트업들이 투자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행사장은 가수 '오디션 프로'를 연상케 했다. [김도년 기자]

판교에 가면이 개최한 스타트업 기업설명회에 참석한 스타트업들이 투자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행사장은 가수 '오디션 프로'를 연상케 했다. [김도년 기자]

식당이나 목욕탕·숙박업소 등 자영업자와 가스 유통업체 간의 불투명한 거래 관행을 해결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개발한 곳도 있었다. 가스 수요처의 가스탱크 잔량을 SK에너지·E1 등 가스 공급 사업자들이 한 눈에 파악하지 못하는 탓에 가스 운송업자가 뒤로 빼돌리는 물량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박근범 글로스컴 대표는 "50년간 가스 유통은 이렇게 불투명하게 관리됐다"며 "제주도부터 시작해 전국 가스 유통의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가스 유통 시장을 투명하게 하는 건 좋지만, 돈은 어떻게 벌 수 있을까. 투자자들이 던진 질문에 박 대표는 "수만개의 가스탱크를 운영하는 대형 정유사들이 판매 대리점 사장의 '직감'에 의존하는 현재 시스템을 계속해서 유지하진 않을 것"이라며 "한 해 동안 절약할 수 있는 물류비용이 얼마인지를 계산해 정유사들에게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교에서 열린 행사였지만, 한 스타트업은 충남 천안에서 올라오기도 했다. 5년 전부터 천안에서 전기차 안전 평가 장비를 개발해 온 씨티아이코리아다. 채현병 대표는 "전기차 안전 평가 장비는 한국전기안전공사와 공동 개발해 교통안전공단과도 성과 공유 계약 단계를 마쳤다"며 "공공기관에도 경쟁입찰 없이 단독으로 납품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게 우리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발표 도중 그간 받아놓은 특허등록증과 교통안전공단과 맺은 성과 공유 계약서 등을 슬라이드에 띄워 보여주기도 했다.
 
투자자 앞에 선 경험이 일천하다고 밝힌 채 대표에게 많은 투자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전기차 시장은 새 정부를 맞아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성민 유니온투자파트너스 책임심사역은 "교통안전공단과 한 계약은 무엇이고, 개발 장비에 대한 표준화도 진행 중인가"라고 물었다. 김철우 케이엔투자파트너스 대표는 "해외에서도 전기차 안전 검사 권한을 받을 수 있는 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채 대표는 "전기차 안전성 평가 장비는 전 세계에서 우리가 처음 개발했고 교통안전공단도 장비 일부를 구매해주기로 약속했다"며 "완성차 회사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기술을 개발해 차량 부품회사로 도약할 꿈을 꾸고 있다"라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 기업설명회에선 현장에서 곧바로 투자가 이뤄지진 않는다. 기업을 소개할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참석한 9개 벤처캐피탈 중에선 이미 투자할 마음을 정했다는 곳들도 상당수 있었다. 행사를 주최한 '판교에 가면'의 박진석 대표는 "개회사나 축사·환영사·멘토 강의 등 형식적 절차가 대폭 생략되다보니 기업 설명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며 "발표 동영상은 홈페이지에도 올려 '다시보기'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업설명회는 정부 도움 없이 민간이 직접 주최한 행사란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도 많았다. 행사장에서 만난 이도경 IBK기업은행 판교테크노밸리 지점장은 "지난해까진 정부·지방자치단체 등 관 주도 스타트업 설명회가 잦았지만, 올해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며 "관료의 의지에 따라 일회성 행사에 그칠 게 아니라 계속해서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중개하는 순수 민간 행사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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