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늘어나는 공공 일자리 절반이 월 27만원짜리 노인용

중앙일보 2017.06.06 01:29 종합 6면 지면보기
80억원+α.
5일 공개된 11조2000억원짜리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중 공무원 채용에 드는 예산의 액수다. 신규 전체 추경의 0.1%가 될까 말까 할 정도로 미미한 비중이다. 이 예산은 4500명의 신규 중앙 공무원 채용을 위한 준비 비용일 뿐이다. 박춘섭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공무원 신규 채용 절차가 대부분 올 하반기에 이뤄져 실제 급여는 내년부터 지급될 예정”이라며 “이 때문에 이번 추경안에는 채용에 필요한 시험이나 교육훈련 비용 등만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사회서비스 분야도 대부분 임시직
공무원 1만2000명 내년부터 채용
“이럴거면 추경 서두를 필요 있나
내년 예산에 반영했어야” 지적도
야당 “공시촌 청년만 늘 것” 반대

 
7500명의 지방 공무원 채용에는 지방 정부에 별도로 배부된 지방교부금 중 일부(금액 미정)가 사용된다. 이번 일자리 추경안에서 정부가 밝힌 공무원 1만2000명 채용은 사실상 내년으로 넘어간다는 의미다. 야 3당이 이번 추경의 시급성과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이번 추경안은 문재인 정부의 ‘1호 정책’ 즉, 일자리 확대의 성공을 위한 첫 단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5년의 임기 동안 17만4000명의 공무원을 늘리는 등 공공부문에서 8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공공부문의 대규모 고용 확대를 마중물 삼아 민간부문에서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정은 이 첫 단추를 신속하게 끼우기 위해 문 대통령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은 5일 추경안을 만들었다.
관련기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4일 “재난에 가까운 현재 일자리 상황과 실업 상태, 분배악화 상태에 대해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응만 기다리며 방치할 수는 없다” 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상 올해 안에 공무원 일자리 등을 만들 수 없다는 점을 들어 “굳이 급하게 추경안을 편성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추경이 아니라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이번 추경안을 통해 직접적으로 늘어나는 일자리는 8만6100개다. 민간부문을 뺀 공공부문 일자리 6만6000개 중 절반에 가까운 3만195개가 월 급여 27만원짜리 공익형 노인 일자리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중에서도 사실상 임시직에 해당하는 직종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정부 목표인 ‘일자리 확대의 마중물’로서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새로 증원되는 공무원들에게 지급할 인건비는 내년부터 본예산에 포함돼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박 실장은 “새 공무원들의 급여로 연간 12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임 기준의 계산법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소요액은 계속 늘어나게 돼 있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임기 5년간 총 17만4000명의 공무원을 새로 채용한다는 입장이라 예산 소요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야3당은 추경 편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국가재정 원칙을 허물면서 추경 편성을 강행하고 있다. 15~20년 뒤면 이번에 새로 뽑는 공무원 1만2000명에게 매년 11조원 이상의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공시촌’에 몰려가는 청년들만 늘어날 것”이라고 했고, 바른정당은 “ 소득하위 계층은 도전하기도 어려운 공무원 수부터 늘리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일자리 확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공무원 증원이라는 방법론에는 우려를 표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일자리 절벽’이 심각해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급한 불을 꺼야 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최소한 향후 30년간 재정에 부담을 주는 공무원 증원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산업 혁신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단기 수단인 추경으로 구조적 문제인 일자리라는 표적을 겨냥한 게 적절한 건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다만 소방관·경찰관 인력을 늘리는 건 필요하 다”고 말했다.
박춘섭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2017년도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박춘섭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2017년도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다음은 지난 2일 정부세정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추경 관련 사전 브리핑. 박춘섭 기재부 예산실장과의 일문 문답을 일부 발췌해 정리했다.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 채용한다고 했는데 관련 예산이 추경안과 내년 본예산에 각각 얼마나 번영이 되나. 새로 증원되는 공무원들에게 중장기적으로 소요되는 재원이 얼마인지, 국가재정에 무리가 가지는 않나.  

“직제를 고치고 시험 공고하고, 시험보고, 채용교육하는데 시간이 걸려 추경안에는 교육훈련 등에 들어가는 소요 80억 원만 예산에 반영돼 있다. 내년부터 인건비 부분이 들어가게 될 텐데 중앙 공무원 4500명에 대한 연간 소요는 12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올해 경제전망에서 일자리 증가폭을 26만명으로 전망했는데 여기서 11만명이 추가되면 단순하게 37만개 정도 느는 걸로 봐도 되는지. 일자리 증가의 성장률 제고효과는.

“(민좌홍 민생경제정책관) 공무원 1만2000명은 올해 채용되는 게 아니고, 나머지 일자리 창출 기대효과도 정부의 재정집행 속도나 민간의 반응속도에 좌우되는 것이라 금년 중 일자리 전망을 그대로 기계적으로 11만 명 늘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장기적으로 11만 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성장률은 올해와 내년에 각각 0.2%포인트씩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지방교부금이 3조5000억원이다. 지자체에서 알아서 집행하는 돈이지만 어쨌든 이번은 일자리 추경이기 때문에 정부가 혹시 지방정부, 지자체나 시도교육청에 어떤 식으로 써달라고 가이드를 준 것이 있나. 그리고 지방공무원 인건비는 어느 쪽 계정에서 나가는 것인지 알려달라. ,

“지방에 나가는 3조5000억 원은 지방공무원 채용비용이나 훈련비용 등에 소요된다. 3조5000억원이 내려가게 되면 지방 공무원 채용 후에도 많은 재원이 남게 되기 때문에 지방에서도 이번 추경의 취지를 생각해서 재원을 일자리 창출에 활용해 달라고 협조 요청을 하고 있다. 재정정책자문회의나 시도·부시장·부지사 회의에서도 당부를 했다. 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되면 2차관 주재 재정집행점검회의를 열어 그런 부분을 점검하고, 지방에 부탁도 할 것이다.”  

 
그러면 지방 공무원 7500명의 인건비는?  

“추경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지방교부금에서 충당해야 한다는 의미) 중앙 공무원 4500명에 대해서는 80억 원이 편성돼 있다.”

 
중소기업에서 청년 3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세 번째 근로자한테 일자리 임금 지원하는 것은 신규 채용에만 해당되는 건가.    

“그렇다. 신규로 정규직으로 채용할 경우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예를 들면 과거의 3년 평균 고용 인원 같은 특정 기준을 만들어서 판단하게 될 거다.”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 요건 중 어떤 것을 충족한다고 보나.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 중 두 번째 항목인 대량실업 발생 우려에 해당한다고 본다. 현재 실업률, 특히 청년 실업률이 굉장히 높다. 4월 기준 11.2%다. 과거에는 청년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의 2배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3배 수준이다. 앞으로도 특단의 조치가 있지 않는 한 청년실업률 개선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추경이 법정 요건 2항 중 대량실업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4조2000억원 중 가장 많이 들어가는 일자리 파트는 어디인가. 보육교사·대체교사 5000명 확충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 2만4000명 확대는 일정이 어떻게 되는 건가. 공무원은 채용 일정 때문에 연말에나 채용이 가능하다 했는데, 사회서비스 일자리도 그런가.  

“중소기업 기금에서 나가는 융자지원, 창업자금 융자지원하는 부분이 한 1조 원 정도 책정돼 있다. 규모로 보면 4조2000억원 중 단일사업으로는 가장 크다. 그리고 사회서비스 일자리 2만4000개는 예산상 반영돼 바로 하반기에 채용할 수 있다. 예산이 통과되면 바로 집행을 할 수 있다.”

 
2만 4000개가 전부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인가.  

“그렇다.”

 
11만개 중에서 청년 일자리 쪽에 해당하는 게 몇 개 인가. 또 한은에서 오늘 성장률이 좋게 나왔다고 얘기하면서 소비부진과 기업소득이 민간에 안 내려가는 문제를 약한 부분으로 짚었다. 이번 추경으로 그런 문제 해결 가능한가

“노인 일자리 3만개 빼고는 대부분 청년 일자리다. 소비부진 같은 문제는 전반적으로 일자리가 창출되면 소득이 늘고, 소득이 늘어서 소비가 증가하는 그런 수순으로 갈 것이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관련해서, 보육교사나 대체교사가 이른바 ‘질 낮은 일자리’로 알려져 있는 직종들이다. 아동안전지킴이도 민간위탁 문제가 좀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결과적으로 질 낮은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는 것 아닌가 생각되는데.  

“보육교사·대체교사 5,000명 증원하고, 아동안전지킴이 늘리는 부분은 기본적으로 최저임금 이상으로 다 하게 돼 있다. 또 추경이기 때문에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이나 보수 수준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내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즉 금년 여름에 본격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또 추경이기 때문에 중간에 단가를 변동시키거나 하면 먼저 지원받은 사람하고의 불이익 문제 등 때문에 통상 추경에서는 단가의 변동 하지는 않는다.“

 
추경을 일자리 창출에 집중해서 한 전례가 있나. 일자리에 투입하는 재원 규모도 사상 최대 아닌가.  

“추경하면서 일자리 추경으로 특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외환위기 이후에 실업대책으로 추경한 건 있었지만, 일자리 추경으로 한 건 처음이다. 일자리 추경 규모도 사상 최대다.”  

 
지방교부금이 꽤 큰데, 사용 내역은 지자체 등에 자율적으로 맡겨지는 게 아닌가 싶다. 일자리가 아닌 부분에 쓰였을 때 제재하거나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지방으로 가는 돈은 지방에서 전적으로 쓰게 된다. 최대한 협조 요청을 하고, 제재보다는 인센티브 형태로 협조를 요청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미 교육부나 행정자치부에 협조 요청을 했고 시도 재정정책자문회의에 부처협의 하면서 협조를 요청했다.”

 
초과 세수로 8조8000억원을 잡은 이유는.  

“ (김영노 조세분석과장) 금년 세입예산이 242조3000억원인데 지난해 실적 242조 6000억원에 비해 3000억 원이 적은 수준으로 계상이 돼 있다. 반면 금년 3월까지 세수실적이 전년대비 5조 9000억 원 정도 늘어났다. 그래서 금년 세수실적은 경제의 자연성장에 따른 자연증가분 정도로 흐르고 있는데, 금년 예산은 전년 실적보다도 3000억 원 정도 작게 잡혀 있다. 그래서 작년 실적을 베이스로 재전망을 해 8조8000억 정도 증액을 하게 됐다”

 
국채 발행을 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  

“ 금년 예산상 국가채무가 683조원으로 돼 있고 국가채무비율도 높아 빚을 더 늘리지 않고 재정건전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추경을 하겠다는 그런 차원에서 국채 발행을 하지 않았다.”

 
인건비 상당 부분이 내년 이후에 발생하게 될 것 같은데, 재원이라든지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거 아닌가.  

“세수상황이 금년에도 좋고 향후에도 괜찮을 것 같다. 세수증가분을 활용해서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체적인 채용 일정을 알려달라.  

“공공부문 일자리 채용 일정은 기본적으로 최대한 빨리 진행한다는 것으로 돼 있다. 지금 인사혁신처나 부처에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구윤철 예산총괄심의관) 구체적인 채용 일정이 다 나와 있다. 경찰 같으면 공고를 7월말 경에 하려고 하고 필기시험 9월, 합격자 발표는 12월 정도로 돼 있다. 소방도 7월 공고하고 10월경에 시험을 본다. 그런데 이 부분은 추경이 확정돼야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 있다. 지금 미리 발표해 버리면 수험생들에게 혼선을 줄 수도 있다.”

 
세종=박진석 기자, 박성훈 기자 kailas@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