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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은 형제 ‘이상한 공간’ JSA 판문점 미술관에 들여놓다

중앙일보 2017.06.06 01:00 종합 19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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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감독 박찬욱(오른쪽)과 동생인 미디어 아티스트 박찬경.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칸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이 다음 작품이 뭐냐, 그럼 어떻게 볼 수 있냐, 유튜브로 볼 수 있냐, DVD가 나오면 보내달라 그러는데… 그럴 수 없는 작품이죠.”
 

공동경비구역 세트를 3D 촬영
스피커 42개 입체음향으로 구현
“깨진 유리 현재 남북관계 같아”

서울시립미술관의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기획전 ‘하이라이트’ 개막에 맞춰 서둘러 프랑스 칸에서 돌아온 박찬욱(54) 감독의 말이다. 박 감독과 동생인 미디어 아티스트 박찬경(52) 작가로 이뤄진 파킹찬스(PARKing CHANce)는 이번 전시에 신작 ‘격세지감’을 선보이고 있다. 장담컨대 DVD·유튜브는 물론 여느 극장에서도 제대로 체감하기 힘든 영상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이하 JSA)’의 판문점 세트를 3D로 새로 찍은데다 전시실에 스피커를 42개나 설치, 이른바 몰입적 입체음향(immersive 3D sound)을 구현한 작품이라서다. 입장권은 필요없다. ‘하이라이트’전은 8월 15일까지 무료 관람으로 열린다.
 
“제 영화 음향을 담당하는 ‘블루캡’에서 입체음향을 자체개발해 맛보게 해준 적 있어요. 소리가 움직이는 게 아주 즐겁더라구요. 문제는 그 기술로 영화를 만들어도 극장 스피커가 그렇게 돼 있지 않으면 못 할 일이었죠. 이번에는 미술관에 선보이는 작품이라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세트장을 촬영하자는 아이디어는 ‘JSA’를 연출한 박 감독이 아니라 동생 박찬경 작가가 내놨다. “‘JSA’가 개봉했을 때 세트장을 찍어 사진 작품을 만든 적 있어요. 그 이상한 공간을 좋아해요. 판문점도 이상한데 그걸 세트로 똑같이 만들었으니. 형이 뭔가 3D 작품을 하고 싶어해서 그 세트를 찍으면 재미있겠다 싶었죠. ”
<span style="""letter-spacing:"" -0.245px;"="""">2000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span><span 0.875em;="""""" letter-spacing:="""""" -0.02em;"="""""" style="""letter-spacing:"" -0.245px;"="""">역 JSA’.</span>

2000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격세지감’은 낡아 버린 세트를 스산한 분위기로 담아낸다. 반면 ‘JSA’에서 따온 배우들 목소리와 음향은 더없이 생생한 입체감으로 전한다. 그 대비가 그사이 흐른 세월, 달라진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 중에도 이들 형제의 초점은 남북관계의 변화다. ‘JSA’가 개봉한 2000년은 지금과 정반대로 사상 초유의 화해 분위기였다. 6월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결과였다. 앞서 영화 준비단계에서 명필름의 이은 대표와 ‘우리, 국가보안법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고 비장한 각오를 다졌던 감독은 회담 이후 영화 개봉을 앞두고는 ‘매스컴에서 물릴 정도로 북한을 다루는데 영화까지 보러올까’ 걱정할 정도였단다. 극도로 경색된 지금의 남북관계와 견주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드는 얘기다.
 
<span style="""letter-spacing:"" -0.245px;"="""">영화에 쓰인 판문점 세트를 박찬</span><span 0.875em;="""""" letter-spacing:="""""" -0.02em;"="""""" style="""letter-spacing:"" -0.245px;"="""">경 작가가 흑백필름으로 찍은 사진 작품.</span>

영화에 쓰인 판문점 세트를 박찬경 작가가 흑백필름으로 찍은 사진 작품.

“영화세트는 관객을 속이기 위한 것, 세트란 게 드러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외국에서 ‘JSA’를 개봉할 때마다 나온 질문이 ‘실제 판문점에서 찍은 것 맞지?’였어요. 내 답변은 군사분계선을 넘나들며 그런 장면을 찍을 수 있다면 내가 뭐하러 이 영화를 찍었겠냐는 거였죠.” 박 감독은 “그 세트에 관광객이 많이 온 건 군사분계선을 마음대로 왔다갔다하는 놀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그래서 여느 세트와 다르고 세월이 흐른 뒤 세트 자체를, 세트라는 걸 드러내는 영상을 찍는 게 해볼만한 일 같았다”고 했다. “불가능한, 꿈에나 가능한 앵글을 위해 만든 세트인데 이제 낡고, 벽에 금이 가고, 유리가 깨지고…. 가까이 보면 그 거짓이, 가짜란 게, 합판으로 만든 가건물이란 게 한눈에 들어오죠. 그 폭로는 지금의 한반도 정세와 연결짓는 순간 의미가 커져요. 세트만 아니라 마네킹 같은 가짜를 세워 놓고 생명없는 경직된 풍경으로 ‘JSA’ 개봉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보는 거죠.”
 
‘격세지감’은 이들이 처음 시도한 3D작품이다. 영상 촬영은 순탄했던 반면 사운드는 과거 녹음에 썼던 마그네틱 테이프를 더 이상 쓰는 곳이 없어 수소문 끝에 미국 내슈빌까지 자료를 보내 분리 작업을 거친 뒤 국내에서 입체로 만들었다.
 
이를 비롯해 ‘하이라이트’전에 선보인 여러 나라 작품은 그동안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 전시를 기획해 매번 신작을 의뢰한 결과로 탄생했다.
 
미술가만 아니라 영화감독, 건축가, 수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의 새로운 작업과 협업을 이끌어 현대미술의 경계를 넓혀온 특징이 두드러진다. “프랑스 파리에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미술관)에 간 적 있는데 마침 데이비드 린치 개인전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제안이 더 반갑기도 했죠.”(박찬욱) “현대미술의 그런 자유로운 점이 흥미있고 재미있는 거죠. 기업의 재단이 주제의 한계없이 작품 제작을 지원하는 것도 그렇고.”(박찬경)
 
혹시 미술과 영화가 각각 본업인 사람들 사이에 경계심은 없을까.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미국 ‘아트포럼’ 표지를 장식한 적 있어요. ‘아트아메리카’와 양대 미술잡지죠. 작가들이 농담 삼아 ‘미술해서는 표지 실리기 힘들겠다’고 했죠.” 박찬경 작가의 말에 박찬욱 감독이 다른 예를 든다. “아핏차퐁이 ‘엉클분미’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2010)을 받았을 때 ‘미술관에서 상영할 영화가 황금종려상까지 받으면 우리는 뭐 먹고 사냐’는 말도 나왔죠.”
 
영화와 미술에서 각각 명성을 쌓아온 형제는 2011년 파킹찬스를 결성, 첫 작품 ‘파란만장’으로 베를린영화제 단편부문 황금곰상을 받기도 했다. 최근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칸영화제에 다녀온 사이 박찬경 작가는 서울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 5년만의 개인전 ‘안녕’도 시작했다. 억압적 권력과 세월에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영상작품 ‘시민의 숲’과 여러 조형작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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