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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왕따 당해보니 보이더군요, 왕따 이겨내는 법

중앙일보 2017.06.06 01:00 종합 20면 지면보기
“왕따를 없애고 왕따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학창시절 왕따 피해를 당해본 사람 만이 제대로 해낼 수 있습니다.”
 

‘왕따 추방본부’ 이성수 회장
학창시절 따돌림에 대학 진학 실패
좌절 않고 주경야독, 대학 교수로
건강한 학교·사회 위해 7년째 활동

경희대 교양·스포츠 산업경영학과 겸임 교수인 이성수(61·사진)씨는 자신의 학창시절 왕따 경험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사회에 알리고 왕따를 학교와 사회에서 추방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학창시절 따돌림에 울어야 했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왕따가 되고∼ 어른들도 사회에서 왕따가 됐네∼” 1999년 데뷔 후 3집 앨범을 낸 중견가수이기도 한 그는 2012년 ‘왕따 없는 세상’이란 제목의 왕따 추방 캠페인 노래를 발표했다. 작사작곡도 직접 했다.
 
“고향인 경기도 여주 중학교에서 3년 내내 왕따 피해를 심하게 당했습니다. 교내 불량서클에 가입하지 않는다고 친구들로부터 툭하면 폭력을 당하고 돈을 뺏기기 일쑤였어요.” 이씨는 가해 친구들을 보지 않기 위해 서울 지역 고교로 진학했지만 왕따 피해 경험 때문에 다른 친구들을 제대로 사귀지 못했다. 대학진학에도 실패했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사회에 진출해 회사 생활을 하면서 뒤늦게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 그는 이후 36세의 나이에 직장인들을 위한 4년제 대학과정인 경희대사이버대학 레저관광학과를 주경야독으로 졸업했다. 이후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스포츠산업경영학)를 마쳤다. 56세에 박사(이학·스포츠) 학위를 취득했다. 2014년 3월부터 경희대에서 교수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왕따 피해 경험이 결코 저에게 나쁜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 맞서기 위해 테니스·복싱·합기도 등 닥치는 대로 운동을 열심히 해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단련한 것은 수확이었습니다.” 그는 학창시절 왕따를 당하면서도 주눅들지 않고 이를 악물었다 .
 
이씨는 왕따 추방 노래를 발표하기 1년 전 왕따 없애기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뜻을 같이 하는 지인들과 ‘왕따 없는 세상 운동본부’를 창설, 회장직을 맡아 7년째 활동 중이다. 같은 시기부터 대한청소년골프협회장직도 맡고 있는 그는 연예인과 명사 등이 참여하는 자선골프 대회를 열고 있다. 수익금의 일부를 왕따 추방 운동 기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기금으로 청소년 캠프 등에서 회원들과 ‘왕따 추방 강연’을 수시로 하고 있다.
 
“이번엔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전국 왕따 피해 사례 및 극복 수기 발굴 대회’를 열고 있어요. 제출된 수기 가운데 적절한 사례를 선정해 교수 등 전문가들의 극복 및 해결방안을 담은 책자를 만들어 전국 학교에 배포할 예정입니다.” 그는 이를 통해 왕따 피해 학생들에게 슬기롭게 왕따를 극복할 수 있는 실증적인 모범 사례와 길을 제시해 줄 생각이라고 했다.
 
이씨는 요즘 대학 교양강좌 시간을 활용해 왕따 추방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따 문제가 교실 뿐 아니라 대학·사회로까지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고 판단해서다.“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좀처럼 스스로 벗어나기 어려운 왕따 문제는 주위에서 좀 더 관심을 갖고 조금만 도와주면 해결할 수 있어요.”
 
남양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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