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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전기로 달리는 사람들 “러시아워 몰라”

중앙일보 2017.06.06 00:02 부동산 및 광고특집 1면 지면보기
퍼스널 모빌리티 보급 확산 
 

저렴한 가격, 편리한 조작
혼잡한 길 요리조리 주행
출퇴근·레저용으로 적합

집 안에 이동 기구가 들어온다. 자리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충전기 바로 옆이다. 휘발유나 경유가 아닌 전기로 이동하는 기구를 충전하기 위해서다. 한 번 충전하면 혼자서 시속 20km를 달릴 수 있는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높은 실용성과 경제성으로 대중화되고 있는 퍼스널 모빌리티의 인기 요인부터 이용시 주의점까지 알아봤다.
 
전동 외발 휠 ‘나인봇 원’을 타고 있는 여성.

전동 외발 휠 ‘나인봇 원’을 타고 있는 여성.

#직장인 허경구(42·서울 수유동)씨는 요즘 전동 외발 휠 타기에 푹 빠졌다. 그는 몸을 앞뒤로 기울이면서 기구를 탄다. 인적 드문 도로에서는 최고속도 24㎞로 운행하고 공터에서는 잠시 멈춰서 기구에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듣곤 한다. 그는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전동 외발 휠을 타면 자전거를 탈 때보다 더욱 짜릿한 스피드감을 즐길 수 있다”며 “쌓였던 스트레스도 날리고, 어릴 적 외발 자전거를 타던 추억도 떠올라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집에서 도보 20여 분 거리에 있는 직장을 다니고 있는 김동호(34·서울 가산동)씨는 전동 킥보드를 이용해 출퇴근한다. 자동차를 타기엔 짧은 거리지만 아침마다 20분 이상 걷기가 부담돼 전동 킥보드를 구입했다. 그는 “꽉 막힌 도로나 주차 문제를 고민할 필요 없고, 사무실에 도착하면 간단히 기구를 접어 사무실 안에 쉽게 가져가면 돼 편리하다”며 “출퇴근길뿐 아니라 혼자서 간단히 장을 보러 갈 때도 제격”이라고 만족해했다.
 
전기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1인용 이동 기구인 ‘퍼스널 모빌리티’를 새로운 이동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난해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500억원 수준으로 커졌다. 국내 소비자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에 따르면 올 5월 한 달간 전동 휠 매출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늘었고, 전동 스쿠터의 경우 163%, 전동 보드의 경우 471%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퍼스널 모빌리티의 인기가 높아진 요인은 무엇일까.
 
100만원 이하 제품 출시
 
전동 킥보드 ‘시브보드’를 타고 있는 남성.

전동킥보드 ‘시브보드’를 타고 있는 남성.

가장 큰 요인은 저렴해진 가격이다. 퍼스널 모빌리티의 초기 모델은 2001년 미국 발명가 딘 카멘에 의해 개발된 세그웨이(Segway)로, 당시 1000여 만원을 호가했다. 매해 브랜드가 많아지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100만원 아래의 가격으로도 기구를 구입할 수 있다. 전동 보드의 경우 30만~40만원대 제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 기업 인모션코리아 마케팅팀 박현우 팀장은 “B2B용으로 거래(기업과 기업 간 거래)되던 제품들이 가격이 낮아지면서 실생활에 활용하고자 하는 1인 가구에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구입 후 이동 수단으로서의 경제성도 매력적이다. 집에서 휴대전화를 충전하듯 전기를 충전해 사용하기 때문에 따로 주유비가 들지 않는다. 전기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 같은 경우 1kW로 100㎞를 주행할 수 있을 정도로 연비가 높다. 1kW의 전기 요금은 100원 정도로 전기세 부담도 적다.
 
퍼스널 모빌리티는 레저용으로도 적합하다. 전주 한옥마을, 대구 강정보와 같은 국내 관광명소에 가면 전동기구 대여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용법이 간단해 처음 타는 사람도 단시간에 연습해 기구를 탈 수 있다. 사용자들은 원하는 기구를 빌려 관광지를 둘러보며 시간을 보낸다. 퍼스널 모빌리티 기업 아이휠 마케팅팀 한창희 과장은 “레저용과 출퇴근용으로 나눠 선택하는 것이 좋다”며 “레저용으로는 크기가 작고 가벼워 휴대가 용이한 전동 휠, 출퇴근용으로는 긴 주행에도 부담 없이 편안한 승차감을 자랑하는 전동 킥보드와 전동 스쿠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한 남성이 전동 스쿠터 ‘시티코코 플러스1’를 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한 남성이 전동 스쿠터 ‘시티코코 플러스1’를 타기 위해 준비하고있다.

시속 25㎞ 미만 안전 운행
 
퍼스널 모빌리티가 매력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동 수단으로서의 약점도 있다. 먼저 주행거리가 제한된다. 전기의 힘으로 이동하는 기구는 각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 번 충전하면 적게는 10㎞, 많게는 45㎞를 주행할 수 있다. 50㎞ 이상의 장거리를 한번에 이동하기엔 힘들다. 전동 휠을 사용하는 대학생 김진한(25·서울 필동3가)씨는 “통학용으로 기구를 구매했는데 필요한 주행거리를 확인하지 않았더니 학교 가는 길에 전원이 꺼져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주행할 때 몸이 전부 노출되는 형태이다 보니 안전에도 신경 써야 한다. 헬멧과 같은 보호장치를 갖추고 안정적인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퍼스널 모빌리티 기업 시브코리아 태광섭 본부장은 “속도가 빠른 것만 찾는 소비자들이 있는데 운행상 안전을 위해서는 25㎞ 미만에서 주행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이용하기 까다로운 점도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가 보행자와 같은 대우를 받는 프랑스나 일정 기준을 넘으면 자전거도로와 인도에서 주행할 수 있는 독일과 달리 국내에서는 관련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 퍼스널 모빌리티는 도로교통법상 정격출력 0.59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로 구분돼 현재 만 16세 이상이 취득할 수 있는 원동기 장치 자전거 면허가 필요하다. 따라서 면허가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사용할 수 없다. 주행 장소 또한 자전거도로나 보행자 길이 아닌 일반 도로의 끝차선에서 주행해야 한다.
 
한국트렌드연구소 박성희 책임연구원은 “도심 안에서 살고 집 근처로 출퇴근하는 도어투도어(Door to Door)가 대중화된 도시화 시대에 퍼스널 모빌리티의 발전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도심의 교통수단이 편리해지는 만큼 퍼스널 모빌리티에 대한 제도적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글=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장석준, 모델= 류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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