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균관대 학생들이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해카톤 프로젝트'에서 시제품을 완성한 후 교수와 변리사에게 조언을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해킹 하듯 아이디어 나누며 마라톤식 끝장 연구
학교 밖 호텔서 밤 새우며 18시간 집중토론
학기당 60명 신청…학점 없어도 입소문 꾸준
사회문제 발굴해 해결방안 시제품으로 완성
사용시한 알려주는 콘텐트렌즈 등 12건 특허
창업·취업 효과도…"이게 살아 있는 공부"
이들은 성균관대가 진행하는 ‘융합기초프로젝트’ 참가자들이다. 학기별로 약 두 달간 다양한 사회 현안을 발굴해 이를 해결할 방안을 시제품으로 만들고 발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2014년 2학기에 시작됐다. 학점이 인정되는 강의가 아니다. 주로 휴일에 이뤄진다. 전공 간 융합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한 조에 최소 3개 이상의 학과·전공 학생을 섞는다.
이날은 23일 성과발표회를 앞두고 시제품 완성하는 날이었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배상훈 성균관대 대학교육혁신센터장(교육학과 교수)은 “학교를 벗어나 창의적인 생각을 하라는 의미에서 외부 장소를 빌렸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참가팀 중 하나인 ‘퍼스트펭귄’은 해양 오염과 선박 고장을 일으키는 해조류 ‘괭생이모자반’을 쉽게 제거하는 방법을 고안 중이었다. 이들은 라면박스 크기의 수조에 물을 채우고 괭생이모자반 역할을 대신할 돌자반을 띄웠다. 여기에 갈고리가 달린 끈을 띄우고 선풍기를 틀었다. 물결이 생기면서 돌자반이 갈고리에 조금씩 걸렸다. 이 팀의 김우영(20·글로벌경제학 2)씨가 “갈고리를 더 촘촘히 달아야 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에 또다른 팀원인 박지성(20·글로벌바이오메디컬엔지니어링 2학년)씨는 “배에 줄을 연결해 해조류를 한 곳으로 모으고서 수거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퍼스트펭귄은 10분 정도 토론 끝에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적용해 보기로 했다.

집에 지갑이나 휴대전화를 놓고 나오면 알려주는 스마트 문고리를 개발 중인 성균관대 '나는 가수다'팀이 박길환 변리사에게 조언을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성균관대 학생들이 융합기초프로젝트의 하나인 해카톤 프로그램에 참여해 1박2일 동안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학생들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퍼스트펭귄팀의 강민수(24·화학공학 3)씨도 “피곤함이 몰려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신기하게도 새 아이디어가 ‘반짝’하고 떠올랐다”고 말했다. ‘도시 조성 제안 어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인 이재희(교육학 3)씨는 “몸은 피곤한데, 정신이 맑다.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공부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매력 때문에 기초융합프로젝트엔 매학기 60명 이상이 신청한다. 전공·학문의 경계를 넘어 사회문제를 탐구하고 해결책을 찾아본다는 취지에 끌려 신청하는 학생이 많다. 따로 홍보를 안 해도 입소문을 통해 매 학기 새로운 학생들이 찾아온다.

학생들은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시제품을 완성해 나간다. 임현동 기자
프로젝트 참여 경험 덕분에 글로벌 기업에 취업 혹은 인턴 근무 기회를 얻기도 한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에서 지난 4월부터 인턴으로 근무 중인 유재연(경영학 4)씨가 이런 사례다. 유씨는 2년 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건물 화재시 안전한 탈출을 돕는 비상조명을 연구해 특허를 출원했다. 유씨는 “프로젝트에 참여 전엔 내게 주어진 문제의 정답만 찾는 ‘죽은’ 공부를 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문제를 직접 발굴해 해결하는 것이 ‘살아있는’ 공부라는 것을 알았다. 서로 전공이 다른 학생들끼리 모여 창의력을 발휘하고 협동심을 키우는 좋은 기회였다”고 회상했다.
전민희·하준호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