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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충격적”이라며 ‘보고 누락’ 판 키워놓고 봉합한 청와대

중앙일보 2017.06.05 20:46
청와대가 지난달 30일 "매우 충격적"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발사대 4기의 ‘보고 누락’ 사건을 쟁점화했을 때만 해도 이번 사건은 국방개혁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그렇지 않고서야 청와대가 조용히 국방부 관계자들을 불러 처리하면 될 일을 굳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키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중앙포토]

 
 
하지만 5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건 연루자 중 책임을 지게 된 사람은 위승호 국방부 정책실장이 현재로선 유일하다. 국방부가 지난달 2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업무보고를 하기 위해 만든 보고서 초안에 당초 있던 ‘(이미 배치된 2기 외에 추가 반입한 4기를 포함한) 6기 발사대’ ‘모 캠프에 보관’ 등의 문구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사람이 정 실장에게 보고한 당사자인 위승호 실장이란 것이다. 그래서 위 실장을 '직무 해제'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당초 대선 전에 작성된 초안에는 있던 내용이 대선 후에 삭제됐다"고 했다. 
위 실장의 보고서 최종본에는 ‘3월 6일부터 4월 23일까지 사드 체계 전개’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중앙일보 6월 2일자 6면 참조> 국방부는 이 문구를 토대로 ‘4월 23일까지’라는 표현이 ‘완료’의 의미를 나타내고, 사드 체계 1개 포대는 통상 발사대 6기로 구성되는 만큼 추가 4기 반입에 대해서도 보고 내용에 포함됐다는 입장이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그러나 “‘발사대ㆍ레이더 등 한국으로 전개’라는 식으로 모호하게 기재한 뒤 업무보고 시 (위 실장이) 아무런 부연 설명도 하지 않아 발사대가 추가 반입된 사실을 (정의용 안보실장이) 인지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했다. 또 “새 정부가 출범돼 첫 번째로 이뤄진 청와대 공식 보고에서 미군 측과 비공개 합의를 이유로 보고서에서 해당 내용을 삭제하고 구두보고도 하지 않은 행위는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위 실장은 조사과정에서 미군과의 비밀 유지 약속을 이유로 발사대 4기 반입 관련 문구를 보고서에서 뺐다. 청와대는 "위 실장이 구두라도 보고했어야 했는데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26일 청와대 보고 때) 위 실장이 정 실장에게 보고하고 회의를 한 뒤 이상철 국가안보실 2차장이 국방부 관계자를 따로 불러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문제를 알아낼 때까지 3시간이라는 여유가 있었다”며 “그런데 따로 구두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고 누락의 이유에 대해선) 아직까지도 이해가 잘 안 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민정수석실 조사 과정에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이) 명확화됐을 때 거기에 따른 ‘주민의 반발’, (사드 배치를) ‘빨리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라는 표현들이 있었던 걸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에서는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이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보고돼 (황교안) 대통령 직무대행까지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는 모두 보고된 내용이 문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은 건 명백한 ‘고의적인 보고 누락’이라는 설명이다.
 
5일 청와대의 발표는 궁금증만 더 키웠다.  
 이번 사건의 파문을 키웠던 정의용 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지난달 28일 오찬 자리와 관련해서도 추가 조사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오찬 대화가) 사적인 부분일 수도 있고 공적인 부분일 수도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정 실장이 (한 장관이) 답변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질문을 추가적으로 하지 않았다”며 “그 부분에 대해 추가 질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 책임의 문제는 판단하기 어려울 걸로 봤다”고 설명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달 31일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시 오찬 자리에서 정 실장이 “사드 4기가 들어왔다면서요”라고 물었지만 한 장관이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만 답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진행될 사드 배치 과정 전반에 대한 조사 주체에 대해선 “국방부”라며 “필요한 경우 국방부가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 문제에 대해 형식적으로는 손을 떼겠다는 의미다.
  그러자 야권에선 “조용히 처리하면 될 일을 청와대가 먼저 나서 일을 키워놓고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하자 엉성하게 일을 봉합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남궁영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신중한 접근과 세밀한 정책 조율이 필요한 문제인데, 결과적으로 미ㆍ중 모두에게 (청와대가) 악수를 두게 됐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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