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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시민들 용기가 더 큰 참사 막았다

중앙일보 2017.06.05 15:12
테러 다음날인 4일, 한 여성이 런던브리지를 방문해 경찰에게 꽃을 건데고 있다. [AP=연합뉴스]

테러 다음날인 4일, 한 여성이 런던브리지를 방문해 경찰에게 꽃을 건데고 있다. [AP=연합뉴스]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칼 든 테러 용의자와 맞선 경찰관, 용의자를 향해 돌진한 택시기사, 부상 입은 시민을 응급처치한 다른 시민, 시민들을 대피시킨 식당 주인….  
 

“테러 인명피해 줄이는 데 한 몫”
용의자 향해 돌진한 택시기사

용의자 식당 밖으로 쫓아낸 시민들
경찰ㆍ구급대원에 물병 돌린 시민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한복판에서 칼부림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런던 시민들은 용기있게 행동했다. 이들의 침착한 대응 덕에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BBC에 따르면 한 여성이 가슴에 칼을 맞고 식당으로 뛰어 들어온 건 이날 밤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 식사 중이던 카를로스 핀트(33)는 물론 식당 안 모든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핀트는 피가 뿜어져 나오는 여성에게 달려가 지혈을 시작했다. 응급실 간호사로서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이어 얼음찜질과 옷가지 등으로 출혈을 막았다.  
가슴에 칼을 맞은 여성의 응급처치에 발벗고 나선 핀트(오른쪽)와 사그리스타니(왼쪽) [AP=연합뉴스]

가슴에 칼을 맞은 여성의 응급처치에 발벗고 나선 핀트(오른쪽)와 사그리스타니(왼쪽) [AP=연합뉴스]

 
그러는사이 식당의 다른 사람들은 용의자를 식당 밖으로 쫓아내기 바빴다. 이들은 손에 잡히는 컵이며, 술병이며, 의자 등을 용의자를 향해 집어던졌다. 용의자는 칼을 들고 있었지만 여러 명이 한꺼번에 맞서는 상황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사람들이 힘을 합쳐 용의자를 쫓아낸 식당 안 모습. [AP=연합뉴스]

사람들이 힘을 합쳐 용의자를 쫓아낸 식당 안 모습. [AP=연합뉴스]

용의자가 식당 밖으로 쫓겨나자 식당 주인은 문을 걸어잠그고 사람들을 식당 뒤편으로 대피시킨 뒤 몸을 숙이도록 했다. 용의자가 총격을 가할지 몰라서였다.  
 
당시 현장에 있던 지오바니 사그리스타니(38)는 “밖에서 총소리가 들리고 뭐가 어떻게 돼가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렇게 두 시간을 버틴 뒤에야 상황이 종료됐다”고 말했다.  
런던브리지 인근 식당에서 칼을 든 용의자의 침입을 막은 제러드 보울스가 4일(현지시간) 영국 언론과 인터뷰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런던브리지 인근 식당에서 칼을 든 용의자의 침입을 막은 제러드 보울스가 4일(현지시간) 영국 언론과 인터뷰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택시기사 크리스는 차량 테러가 일어날 당시 런던브리지 현장에 있었다.  
사람들을 치고 차에서 내린 용의자 한 명이 난데없이 어린 소녀에게 다가가 칼로 찌렀다. 크리스는 뒤에 앉은 승객에게 “저 남자를 가만둬선 안 되겠다”고 말한 뒤 용의자를 향해 차를 몰았다.  
크리스는 “용의자가 몸을 피해 그를 제지하는 데는 실패했다”며 “너무 끔찍한 장면에 가만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런던 차량·흉기 테러

런던 차량·흉기 테러

 
역시 현장에 있었던 한 여성은 “테러가 발생한 줄도 모르고 런던브리지 쪽으로 걷고 있었는데 한 택시기사가 ‘칼을 든 남성이 있으니 도망가라’고 외쳐 무작정 뒤돌아 뛰었다”며 “택시기사의 외침이 조금만 늦었어도 나도 칼에 찔렸을지 모른다”고 울먹였다.  
택시기사들이 경적을 울리며 상황을 알려 위기를 모면했다는 시민들이 꽤 많았다. 다른 여성도 “이름모를 택시기사에게 내 생명을 빚졌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3일 용의자 중 한 명이 경찰에 제압당해 길가에 쓰러져 있다. [AP=연합뉴스] 

3일 용의자 중 한 명이 경찰에 제압당해 길가에 쓰러져 있다. [AP=연합뉴스] 

 
몸을 사리지 않는 런던 경찰들의 대응도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런던브리지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경찰관은 이날 비번이었다. 마침 현장 근처에 있다가 사람들의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갔다. 그는 차에서 내린 용의자 한 명과 맞붙었다. 용의자를 제지한 덕에 사람들이 도망갈 시간을 벌고, 희생자 수를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용의자가 휘두른 칼에 맞아 현재 중태다.  
 
크레시다 딕 런던 경찰청장은 “위험을 향해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든 용기있는 행동 덕에 더 큰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 근처에 있던 한 교통경찰도 곤봉만으로 칼 든 용의자와 맞붙었다. 2년차 신참내기였다. 그 역시 부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지금은 안정적인 상태라고 BBC는 전했다.  
영국 런던에서 테러가 발생한 3일(현지시간) 경찰의 발 빠른 대응과 시민들의 침착한 대응이 돋보였다. [AP=연합뉴스]

영국 런던에서 테러가 발생한 3일(현지시간) 경찰의 발 빠른 대응과 시민들의 침착한 대응이 돋보였다. [AP=연합뉴스]

 
런던 시민들의 봉사 정신은 테러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테러 공포로 움츠러 들만도 하지만 거리로 나와 경찰을 돕는 이들이 있었다. 폴 애쉬워스란 남성은 자전거를 타고 런던브리지까지 나와 현장을 수습 중인 경찰들에게 물병을 돌렸다.  
그는 “그저 경찰들이 목 좀 축이라고 나온 것”이라며 “봉사랄 것도 없다. 우리 생명을 지켜준 사람들 아니냐”고 말했다.  
 
테러 현장 인근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 슈퍼마켓 점원들도 경찰과 구급대원 등에게 음식과 음료를 나눠주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누군가를 돕는 런던의 시민 영웅들이 테러를 극복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테러 현장에 4일(현지시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다발이 놓여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테러 현장에 4일(현지시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다발이 놓여 있다. [AP=연합뉴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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