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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줄다리기’ 승부...한미 FTA 등 통상현안 산적해 산업부에 통상교섭본부 설치

중앙일보 2017.06.05 11:00
이낙연 국무총리가 5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 이춘석 사무총장, 김태년 정책위의장, 우원식 원내대표, 이 총리,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 전병헌 정무수석. [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낙연 국무총리가 5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 이춘석 사무총장, 김태년 정책위의장, 우원식 원내대표, 이 총리,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 전병헌 정무수석. [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통상(通商) 부문을 누가 담당할 것인지에 대해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벌인 줄다리기. 그 싸움의 최종 승자는 산업부였다. 5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고위 당·정·청 회의 후 가진 브리핑에서 “조직 개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당·정·청이) 입장을 같이했다”며 “급변하는 통상 환경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무역과 통상 업무를 전담하는 통상교섭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상교섭본부장은 차관급이며, 외국과 협상에 임할 때엔 대외적 명칭을 통상장관으로 부르도록 했다.
 

5일 당·정·청, 통상기능 산업부에 존속하기로
통상교섭본부 설치하고 본부장은 대외 장관호칭
문 대통령 외교부 이전 공약, 이번달 변화 움직임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FTA 등 통상 현안 때문
개헌과 맞물려 내년 대규모 조직 개편 가능성

이는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웠던 통상 기능의 외교부 이전 공약을 뒤집는 발표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줄곧 “통상 부문을 기존 외교부에서 분리해 산업부로 보낸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본다. 외교부로 가는 게 맞다”라는 뜻을 밝혀왔다. 대통령 탄핵사태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걸 고려해 정부조직개편을 최소화하겠다면서도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교섭 기능을 외교부로 이관하고, ▶(중소기업청을 확대해) 중소기업벤처부를 신설하며, ▶(국민안전처를) 소방청과 해경청으로 분리·독립하는 세 가지 사항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국정 운영의 밑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김진표 위원장도 지난달 23일 “정부조직개편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밝힌 바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정책위의장의 발표에선 중소벤처기업부 신설과 소방청 및 해양경찰청 조직의 분리 독립만 이뤄졌을 뿐 외교부로의 통상부문 이전은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움직임은 2일부터 나타났다.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 대변인은 이날 “(산업부에 통상 기능을 그대로 두겠다는) 논의는 사실이지만 협의할 과정이 남아 있어 최종 결정됐다고 말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도 4일 “현재까지는 (산업부 안에 그대로 두는) 그 방안이 유력하다”라고 말했다.
 
산업부의 통상기능 잔류 조치는 미국의 ‘통상 압박’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많이 나온다. 최근 미국 정부는 철강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하는 등 한국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도 이르면 올해 안에 미국이 구체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 당장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통상관련 이슈가 주요 논의 주제로 등장할 수 있다. 여기에 중국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마찰로 인한 통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산업부에선 통상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부처 이전이 벌어지면 오랜 기간 동안 제대로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 왔다. 결과적으로 이번 정부 조직 개편안은 산업부의 논리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한미 정상회담이 있으니 정부조직 개편 문제가 국회에서 빨리 결론 나지 않으면 자칫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상교섭본부가 산업부로 옮겨올 때도 한·중 FTA 협상이 진행 중이었다는 점에서 ‘시급한 통상 현안’은 큰 이유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산업부가 신설되는 중소벤처기업부에 상당 부분의 기능을 떼이게 되고, ‘4차산업 혁명’ 관련 정책도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도권을 쥐게 됨에 따라 통상부문까지는 산업부에서 떼어내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업부 내부에선 “문 대통령 공약대로 정부조직개편이 이뤄지면 산업부는 사실상 에너지(자원)와 수출 등 무역관련 부서만 남아 ‘산업청’으로 격하될 것’, ‘대전정부청사로 옮겨야 하나’란 우려까지 나왔다.
 
산업부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산업부 관계자는 “새 정부가 통상 부문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여 다행”이라며 “통상부문 책임자 위상을 차관급으로 올리고 대외적으로 장관으로 부르도록 한 것도 향후 협상에서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통상기능은 산업부 2차관 산하 차관보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사실상 차관보가 통상 조직을 관장했다.
 
다만 신설되는 중소기업벤처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또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 정책과 기업 육성은 따로 떨어질 수 없는 부분"이라며 "향후 중소기업 육성을 벤처부가 맡는다면 산업부와의 역할 구분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벤처부 신설로 산업부에선 중소기업 육성 등을 담당하는 관계부서가 중소기업벤처부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 당·정·청이 발표한 조직개편 합의안에선 "산업부의 산업인력·지역산업·기업협력 기능을 중소기업벤처부로 이관한다"고 돼 있다. 현재 산업부 조직에선 산업정책실 산하 산업인력과와 지역산업과, 기업협력과 등이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에서는 산업부 내 산업 업무도 중소벤처기업부로 옮겨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지난달 11일 “중소기업벤처부는 산업 현장을 관리하고, 산업부는 정책을 하는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산업부에서 중소기업 지원 기능인 수출, 연구·개발(R&D) 업무 등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산업부에서 중소기업과 관련이 높은 부서는 산업기반실이다. 기반실 산하엔 창의산업정책국과 소재부품산업국, 시스템산업정책국 등이 있다.
 
아직 조직개편이 끝나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직 개편을 2단계에 걸쳐 진행할 계획이 정부 내부에서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개헌투표와 맞물려 조직을 큰 폭으로 개편한다는 것이 골자다. 실제로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22일 후보자 시절 최소한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1단계로 진행한 뒤 내년 하반기 원 구성과 개헌이 추진되는 시점에 2단계로 조직 개편을 진행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 역시 2단계 정부조직개편 방안에 대해 “가능한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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