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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의원 한 명 한 명이 중요하다

중앙일보 2017.06.05 02:43 종합 29면 지면보기
채병건워싱턴 특파원

채병건워싱턴 특파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논란을 부른 딕 더빈 상원 원내총무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미국) 의원들 한 분 한 분의 코멘트에 우리가 대응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배치를 원하지 않을 경우 관련 예산을 다른 데 돌릴 수도 있다고 더빈 의원이 언급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다. 맞는 말이다. 상원 100명, 하원 435명의 의견에 청와대가 일일이 해명할 수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단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어도 의원 한 명 한 명의 중요성까지 무시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은 아닐 것으로 믿는다.
 
의원 한 명 한 명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전례가 2007년 미국 하원이 통과시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결의안이다. 일본 정부의 사죄를 요구한 이 결의안은 국제 사회를 울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노력이 그 출발점이었지만 동시에 결의안 통과를 위해 전면에서 뛰었던 몇몇 미국 의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에드 로이스(현 하원 외교위원장), 찰스 랭걸, 마이크 혼다 등이 깃발을 들고 나서며 일본 정부의 거센 반발과 미국 내 친일 단체의 항의를 돌파할 수 있는 동력이 만들어졌다.
 
지난달 31일 방한한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와 만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왼쪽). [사진 청와대]

지난달 31일 방한한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와 만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왼쪽). [사진 청와대]

사드에 관한 한 미국 의회는 이미 집단적 결론을 내놨다. 지난 4월 3일 미국 하원이 압도적(찬성 398표, 반대 3표)으로 통과시킨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규탄 결의안’에는 “사드의 조속한 한반도 배치를 촉구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환경영향평가로 사드 배치가 예정보다 늦어질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지 않도록 미국 의회를 상대로 그 취지를 설명하는 작업은 필수적이다.
 
앞으로 의원 한 명 한 명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사드 비용에도 있다. 러시아 게이트 의혹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비용 부과로 ‘아메리카 퍼스트’의 성과를 내려 할 가능성은 다분하다. 이때 한국 정부가 미국을 상대로 설득전에 나설 수 있는 통로가 의회다. 중국의 경제보복을 감수하면서 사드 배치에 나섰던 한국의 절박한 처지를 알리고, 동맹을 위해선 사드 비용이 이슈가 돼선 안 된다고 설득할 상대가 이들 한 명 한 명이다.
 
미국의 일부 의원이 우려하는 게 있다면 한국의 새 정부가 사드 배치를 되돌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일 것이다. 우리의 대처 방안은 답이 나와 있다. 트럼프 정부는 과거의 합의를 무시하며 예측불가능할지 몰라도 문재인 정부는 합의를 지키며 예측가능하다는 점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를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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