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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초여름 AI … 군산 오골계 종계 농장이 발원지

중앙일보 2017.06.05 02:30 종합 2면 지면보기
지난겨울 사상 최대 규모로 피해를 봤던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북 군산의 한 농장을 기점으로 해 다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제주도, 경남 양산, 부산 기장, 경기도 파주 등의 농가에서도 발견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겨울 전국을 휩쓴 AI에 대한 특별방역대책기간을 지난달 30일 종료하고 평시 방역체계로 전환한다고 밝힌 지 불과 사흘 만이다. 
 

닭 사간 제주·파주·양산·기장서 확산
이틀간 전국서 3만마리 살처분
특별방역 종료 3일 만에 다시 발생
전통시장 등 살아있는 닭 거래 금지
동남아선 1년 내내 더워도 발생
잠복했던 바이러스 활동 가능성도

농식품부는 4일 다시 AI 위기 경보를 ‘경계’ 단계로 상향하고 전국 전통시장과 가든형 식당의 살아 있는 닭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AI는 철새가 이동하는 겨울이나 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여름철엔 바이러스가 높은 기온과 습도를 잘 견디지 못해 초여름철 AI 확산은 이례적이다.
 
<div>4일 조류인플루엔자(AI) 양성반응이 나온 부산시 <span style="font-size: 0.875em; letter-spacing: -0.02em;">기장군의 한 닭·오리 사육농가에서 검역관이 현장</span><span style="font-size: 0.875em; letter-spacing: -0.02em;">을 살피고 있다. 검역 당국은 해당 농가의 닭·오리를 </span><span style="font-size: 0.875em; letter-spacing: -0.02em;">살처분하고 방역활동을 강화했다. [송봉근 기자]</span></div>

4일 조류인플루엔자(AI) 양성반응이 나온 부산시 기장군의 한 닭·오리 사육농가에서 검역관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검역 당국은 해당 농가의 닭·오리를 살처분하고 방역활동을 강화했다. [송봉근 기자]

4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확산의 기점은 전북 군산시 서수면의 한 오골계 종계(번식을 위한 닭)농장이다. 철새 도래지인 금강호에서 4.5㎞ 떨어져 있다. 농장주는 지난달 27일 오골계 1000마리를 제주도 지역에 판매했으며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한 토종닭 농가의 농장주가 5일장에서 오골계 5마리를 샀으나 이틀 뒤 5마리가 모두 폐사했다. 
 
AI로 의심하지 못한 농장주가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2일 농장에서 키우던 토종닭 3마리가 폐사하자 이 사실을 뒤늦게 알렸다. 해당 농가에서 발견된 AI 바이러스는 H5N8형이었다. 방역 당국이 유통 과정을 조사한 결과 전북 군산시 농장이 판매한 오골계에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제주도는 3~4일 이틀간 AI가 확인된 농장 반경 3㎞ 이내 14개 가금류 농가에서 기르던 닭·오리 등 1만2000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군산 농장을 통해 오골계 500마리를 들여온 경기도 파주의 한 농장에서도 간이검사 결과 AI 양성반응이 3일 나왔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파주시 법원읍 한 농장의 토종닭과 오골계·칠면조 등 1600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경남 양산시 원동면과 동면의 가금류 농가 14곳에서도 군산 농장에서 넘어온 오골계 150여 마리 때문에 닭과 오골계 등 1100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4일엔 부산시 기장군에 있는 6000마리 규모의 한 닭·오리 사육농가에 대한 AI 간이검사 결과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 농가에서도 전북 군산 농장에서 온 오골계 650마리가 문제였다. 사태가 갈수록 커지자 전북도는 4일 군산 농장에서 사육 중인 오골계와 토종닭, 병아리 등 가금류 1만3400여 마리를 예방적 차원에서 모두 살처분했다.
 
방역 당국의 조사 결과 1만5000여 마리를 키우는 군산 농장이 중간유통상 격인 제주·파주·양산·부산 등 4곳의 농가로 오골계 4000마리 정도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유통상들은 이런 닭을 전통시장이나 가든형 식당 등으로 판다. 당국은 군산 농장에서 판매한 4곳 외에도 추가로 판매한 곳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유통경로를 추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AI 바이러스는 지난겨울 창궐한 H5N6형에 비해 전파 속도가 느린 반면 잠복기가 길다. 발병 증상이 나타난 시점에는 이미 주변에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여름 초입이라 방역 환경은 좋은 편이다. 류영수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아무래도 온도가 높으면 바이러스가 자연계에서 생존하는 기한이 짧다”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소독약이 얼어붙는데 겨울보다는 방역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여름철 AI 발생은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AI가 주로 겨울에 발생하는 것은 철새 유입 때문이지만 다른 계절에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조호성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동남아시아는 1년 내내 섭씨 30도를 웃돌지만 AI가 발생한다”며 “AI가 어떤 형태로든 종식됐다가 다시 왔거나 기존에 남아 있던 바이러스가 순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AI가 재차 발생하면서 닭고기와 계란 값을 낮추려던 농식품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이번에 발생한 AI 바이러스의 고병원성 여부는 이르면 5일 발표될 전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고병원성으로 확인되면 위기 경보를 즉시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총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겨울엔 AI 확산으로 전국 946개 농가에서 3787만 마리의 닭·오리·메추리가 살처분됐다.
 
군산·제주=김준희·최충일 기자, 세종=장원석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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