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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동의·지지 대신 ‘이해한다’는 미국 … 사드 논란 지켜본다는 뜻

중앙일보 2017.06.05 02:28 종합 3면 지면보기
한·미 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3일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3일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연합뉴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고 지난 3일 귀국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인천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곧바로 청와대로 가 긴급회의에 참석했다. 정 실장은 방미 중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 및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와 관련한 의제를 조율했다.
 

맥매스터 보좌관, 매티스 국방 표현
각자 방식대로 해석하자는 취지
사드 이견 해소됐다기보다는 봉합
정의용 귀국 직후 청와대 긴급회의
미 미사일국장 오늘 정실장 예방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회의에는 안보실 인사들은 물론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참석했다. 청와대가 이번 사안을 ‘안보 이슈’가 아닌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 실장은 4일엔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했다고 한다.
 
전날 임 실장 주재 회의에 참석한 인사는 “미 측이 우리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이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기로 했고 (정 실장의) 짧은 방미 기간 중 분위기도 매우 좋았다”고 전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정 의장과 맥매스터 보좌관의 면담 후 정부 관계자도 브리핑에서 “정부의 사드 관련 기본 입장과 최근 생긴 사드 발사대 4기의 보고 누락 문제 등을 정 실장이 설명했고 맥매스터 보좌관은 ‘설명해줘 고맙다’고 이해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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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이외 장소에서 나온 미국의 메시지도 비슷했다. 지난 3일 제16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 직후 한민구 국방장관은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의 사드 관련 언급을 정리한 문안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전달했다”며 “매티스 장관은 ‘이해하고 신뢰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딕 더빈 미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를 만났을 때 “사드와 관련한 (진상조사) 지시는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이며 기존 결정을 바꾸려거나 미국에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해한다’는 표현만 보면 사드 발사대 4기의 보고 누락 의혹으로 생긴 한·미 간 이상 기류는 상당 부분 해소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미 행정부 인사들의 ‘이해한다’는 발언은 ‘행간(行間)’을 읽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해한다(understand)’는 용어는 외교적으로 ‘당신이 어떤 입장인지 잘 알겠다’는 뜻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한 외교가 소식통은 “미국 인사들이 ‘동의한다(agree)’ ‘지지한다(support)’와 같은 용어를 쓰지 않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도 “‘이해한다’는 용어는 각자 자기 방식대로 해석하자는 취지”라며 “이견·오해가 해소됐다기보다 지켜보겠다는 뜻의 봉합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매티스, 원고에 없던 ‘투명하게’ 즉석 추가
 
실제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이해한다’고 했던 매티스 장관은 앞서 아시아안보회의 주제 발표에선 “우리는 점증하는 북한의 위협을 방어하기 위해 한국과 ‘투명하게(transparently)’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투명하게’라는 단어는 사전 배포된 원고엔 없었으나 즉석에서 추가했다.
 
5일엔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 전담 책임자인 제임스 실링 국방부 미사일방어 국장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과 함께 청와대로 정의용 실장을 예방한다. 일각에선 미국이 정 실장의 방미에도 남아 있는 사드 배치와 관련한 입장차를 해소하기 위해 실무 책임자를 보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만나봐야 미국의 정확한 의도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외교 수사에는 복잡한 의도가 있다. 맥매스터 보좌관의 말을 ‘(미국이) 사드 배치에 시일이 걸린다는 것을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100%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며 한·미 간 난기류를 인정했다.
 
유지혜·강태화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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