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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호통·완장 얘기가 … 국정위, 불통의 그림자

중앙일보 2017.06.05 02:18 종합 5면 지면보기
<div>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오른쪽 셋째)이 지난 2일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에서 열린 경제2분과 합동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문위는 4일까지 56개 <span style="font-size: 0.875em; letter-spacing: -0.02em;">부처와 기관의 업무 보고를 받았고, 이번 달 말까지 새 정부의 국정 운영 철학과 세부 실천 과제를 담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완성할 예정이다. [연합뉴스]</span></div>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오른쪽 셋째)이 지난 2일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에서 열린 경제2분과 합동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문위는 4일까지 56개 부처와 기관의 업무 보고를 받았고, 이번 달 말까지 새 정부의 국정 운영 철학과 세부 실천 과제를 담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완성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의 박광온 대변인은 4일 “7월 초로 예정된 대통령 보고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둘러 일을 마쳐 논란을 최소화하고 조기에 분명하게 계획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라면서다. 지난달 24일 시작된 56개 정부 부처와 청, 산하기관의 업무보고 1라운드가 마무리된 시점이었다. 국정기획위의 이 같은 입장에 정부 부처들은 “지난달 22일 출범 직후부터 소통부족과 ‘완장’ 논란에 휩싸였던 국정기획위가 더 집중적으로 부처를 몰아세우겠다는 것 아니냐”고 긴장했다.
 

원전 건설 일단 중단 … 다시 검토
통상 기능 외교부 이관도 번복
‘속도’ 내다가 공약 후퇴 논란 불러
“부처와 많은 토론했다” 말하지만
각 부처 “공약 숙지 확인하는 식”

실제 2주일간 국정기획위를 두곤 소통부족 지적이 이어졌다. 정답을 정해놓고 독려하기에 바빴다는 것이다. 출범 사흘째인 지난달 24일 국정기획위가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교섭 기능의 외교부 이관,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기업부 승격, 소방청·해양경찰청 분리 독립 등 세 가지만을 담게 될 것”이라고 한 게 그 예다. 부처 업무보고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이 가이드라인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5일 문재인 정부 첫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통상 조직의 외교부 이관’ 문제는 논의되지 않는다.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자유무역협정(FTA) 논의 등 통상 현안이 산적한 시점에 조직 분리는 부담스럽다”는 당측 의견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민감한 정부조직 개편 문제를 조기에 공개하면서 여권 내부의 의견 수렴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조직 개편 기준을 언급하고 이를 다시 거둬들이면서 공약이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결과를 자초했다”고 털어놓았다.
 
국정기획위 스스로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경호실을 경찰청 산하로 옮기겠다는 대선 공약을 보류한다고 발표한 것도 청와대가 아닌 국정기획위였다. “선거용 공약이었음을 국정기획위가 대신 실토했다” 는 비판이 쏟아졌다. 2일 탈핵·에너지 관련 산업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한국수력원자력의 합동보고회에서 김진표 위원장은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신고리 원전 5, 6호기에 대해서는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제반사항을 점검해 계속할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발언했다. 논란이 커지자 몇 시간 만에 국정기획위는 “안전성과 경제성 등을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물러났다.
 
“지난 2주간 각 부처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는 국정기획위의 평가를 부처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출범 당시 “완장 찬 점령군으로 비쳐서는 공직사회의 적극적 협조를 받기 어렵다”던 김진표 위원장 자신의 발언이 일주일 만에 “자기반성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로 바뀌었다. 부처 실무자들은 “토론보다는 새 정부의 공약을 잘 숙지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느낌을 받았다” “현실적으로 공약 이행이 쉽지 않은데 ‘창의적인 대안을 마련하라’ 식의 요구를 받아 부담스럽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속도를 내겠다는 국정기획위의 입장이 ‘소통 없이 더 밀어붙이겠다’는 뜻이 아니길 바란다. 또 “대통령 지시에 이견을 제기하는 건 의무”라는 문 대통령의 말처럼 부처만이 아니라 청와대에 대해서도 이견을 말하는 ‘완장’을 차는 게 남은 활동 기간 중 국정기획위가 할 일이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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