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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악재까지 만난 메이 “8일 예정대로 총선”

중앙일보 2017.06.05 02:11 종합 8면 지면보기
테리사 메이(사진) 영국 총리가 또다시 악재를 만났다. 8일(현지시간) 열릴 조기 총선을 코앞에 두고 3일 런던 테러가 발생하면서다. 3월 이후 영국에서만 세 번째 테러로, 정부의 테러 대처 능력이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이슬람 극단주의에 맞서 싸울 것”
지지율 하락세 … 승리 낙관 못해

테러가 발생하자 4일 보수당·노동당 등은 일단 선거운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정치권은 지난달 22일 맨체스터 테러 직후에도 선거운동을 중단했다가 재개한 바 있다. 일각에선 총선 연기 요구까지 나왔지만 메이 총리는 4일 “총선은 예정대로 실시하며, 선거운동도 5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이날 영국 국가안보회의인 ‘코브라 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성명에서 “영국은 극단주의에 관용을 과도하게 베풀어 왔다”면서 “이제 더는 안 된다”(enough is enough)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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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테러가 테러를 낳고 온라인에서 급진화된 공격자들이 서로 조잡한 공격수단을 모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이 모든 공격이 “왜곡된 이슬람이라는 사악한 이데올로기”에 의해 빚어졌다며 “이슬람 극단주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경찰과 대테러 기관들이 필요한 모든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테러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러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사이버보안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총선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 개시를 앞두고 메이 총리가 던진 승부수였다. 메이 총리로선 브렉시트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선 압승이 절실한 상황이다. 두 달 전 조기 총선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보수당의 압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선거 캠페인이 진행될수록 보수당과 메이 총리의 인기는 떨어지고 있다.
 
선거전 초반만 해도 테러 변수보다 지난달 발표한 노인 대상 ‘사회적 돌봄’ 서비스 축소 공약이 보수당의 지지율 하락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노동당은 이 공약에 대해 정부가 노인을 대상으로 ‘치매세’(dementia tax)를 걷으려 한다며 맹공을 퍼부었고, 보수당과 메이 총리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이날 오피니언 여론조사에 따르면 집권 보수당은 43%, 제1야당 노동당은 37%로 지지율 격차가 두 달 전 13%포인트에서 6%포인트로 줄었다. 또 메이 총리에 대한 평가도 응답자의 38%가 ‘이전보다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지지율이 하락세인 상황에서 터진 이번 테러는 보수당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테러가 잇따르면서 반EU 정서를 환기시키기보다 정부와 집권여당의 무능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텔레그래프는 “정부가 테러 단계를 1등급 ‘위급(Critical)’에서 그 아래 단계인 ‘심각(Severe)’으로 내린 지 얼마 안 돼 또 테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최상인 위급 단계에선 주요 지역에 대한 무장경찰의 경계가 강화되지만, 심각 단계에선 선거운동을 재개할 수 있게 된다. 정부의 테러 불감증을 비판한 것이다. 야당은 정부의 테러 대처 능력에 대해 공세를 벼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잇따른 테러로 보수당에 유리한 ‘안보 결집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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