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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급식 전면 시행하겠다는 정부 … 학교 “먹기 싫다고 버리는 애 많은데”

중앙일보 2017.06.05 01:41 종합 14면 지면보기
“3교시가 끝날 때쯤 아이들 한둘이 우유를 토해요. 그걸 보고 따라서 토하는 애들도 나오고 교실이 아수라장이 됩니다.”
 

칼슘 섭취 늘리기 실효성 논란
“매일 먹어야 한다는 데 부담 느껴”
“편식 줄이게 어느 정도 강제 필요”
전문가 “흰 우유 기피하는 경우는
치즈·요구르트로 바꾸는 것도 방법”

경기도 화성시의 한 초등학교 5학년 담임 최모(30) 교사는 우유 급식을 하다 겪는 애로사항을 호소했다. 그는 “소화시키지 못하거나 먹기 싫어 며칠째 책상 서랍에 숨겨 놓기도 합니다. 상한 우유 서너 개를 한꺼번에 터뜨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죠”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우유 급식을 모든 학교에서 시행하는 방침을 검토하면서 일선 학교에서 ‘우유 논쟁’이 불붙을 조짐이 일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국 초·중·고교가 우유 급식을 시행하는 방향의 학교급식법 시행령 개정 등을 고려하고 있다. 학생들의 칼슘 섭취량을 늘리는 교육 복지 차원의 정책이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는 우유 급식 여부가 학교 자율로 결정된다. 학부모와 교원, 지역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각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우유 급식에 대한 찬반과 원하는 우유 회사를 묻는 설문을 거친다. 우유 급식이 결정되더라도 원하는 학생들의 숫자만큼만 우유가 배달된다. 2015년 기준 전국 초·중·고교생의 우유 급식률은 51.1%다. 중·고교생은 20~30%대이지만 초등학생은 78.2%가 우유 급식을 하고 있다.
 
모든 학교에 우유 급식을 실시하더라도 급식을 신청하지 않을 수는 있다. 다만 현재 급식을 실시하는 학교에서도 교육 당국의 바람과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경남 진주시에서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공모(29)씨는 “80% 정도가 우유 급식을 신청하는데 정작 아이들은 일과 시간 안에 우유를 매일 먹어야 한다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학교 우유는 맛이 없다’며 버리는 아이도 많아 급식 지도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 대한급식신문의 지난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교 영양사 업무에서 가장 먼저 제외해야 하는 것으로 우유 급식 관리가 상위권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유제품을 통한 칼슘 등 영양소 섭취를 장려하면서도 우유 급식 확대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표영희 성신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우유는 우수한 단백질과 칼슘 공급원이기 때문에 불균형한 식습관을 가진 아이들에게 학교에서라도 우유를 보충해줄 필요가 있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대체로 편식을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강제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순천향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칼슘 섭취가 특히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를 보충하는 데 가장 좋은 게 우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흰 우유를 먹지 않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게 현실이라면 방법을 꼭 우유에서만 찾을 필요는 없다. 치즈와 요구르트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으로 우유를 대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유 급식은 1970년대 전국 초등학교에서 시작돼 80년대 중·고교로 확대됐다. 영양 공급이 부실하던 시절에 학생들의 건강을 챙기고 더불어 낙농산업을 장려하는 목적도 있었다. 30~40년 전에 시작된 정책이다 보니 정책의 효용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차윤환 숭의여대 식품영양과 교수는 “급식을 하면 한 회사의 우유가 한 학교에 일괄적으로 납품될 텐데 유제품 브랜드가 다양화된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유 급식 정책에 포함된 저소득층 아이들에 대한 복지 혜택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축산발전기금과 지방자치단체 재원으로 우유가 무료 지원되는데 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우유 급식을 선택하지 않으면 지원에서 배제된다. 반면 대부분의 학교는 저소득층 학생의 입장 등을 고려해 무상·유상 급식을 구분하지 않고 급식 여부를 정해 왔다. 한 지자체의 급식 담당 부서 과장은 “저소득층에 대한 영양 공급을 위해 전체 학교를 우유 급식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는 시나 구청 차원에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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