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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뻥 뚫리는 정치 패러디 … ‘열정 만렙’ 호스트, 리허설만 12시간

중앙일보 2017.06.05 01:17 종합 21면 지면보기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막을 내리고, KBS ‘개그콘서트’도 예전만 못하다. 개그 프로 혹한기에 tvN의 ‘SNL코리아’만은 다르다.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고들 얘기한다. 이유가 뭘까. 지난 대선 이래 계속되는 정치 패러디가 아홉 번째 시즌을 맞는 ‘SNL’의 존재를 재확인시키고 있다.
 

tvN ‘SNL코리아’ 잘나가는 이유
기사 댓글 참고해 핫한 인물 선정
작가 13명, PD 4명이 머리 맞대
트렌드에 민감, 식상한 것 못 참아

지난달 27일 방송에서 이세영은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분장한 뒤 한강으로 나가 ‘녹조라떼’를 마셨다. 안영미는 “우리 딸이 멀쩡한 집을 놔두고 녹음실에 위장 전입을 한 적이 있었네요”라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풍자했다.
 
‘SNL’의 개그 프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따라가 봤다. 권성욱 PD와 함께 메인 연출을 맡은 김민경 PD, 오창렬 분장팀장의 얘기를 참고했다.
 
개그우먼 안영미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패러디하고 있다. <span style="font-size: 12.8625px; letter-spacing: -0.25725px;">[사진 tvN]</span>

개그우먼 안영미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패러디하고 있다. [사진 tvN]

우선 누구를 풍자 소재로 삼을까. 매주 초 작가 13명과 PD 4명이 참가하는 ‘아이템 노트 회의’가 열린다. 김민경 PD는 “각자 아이템을 발제하는데, 그 주에 주목 받는 인물이 있을 경우 곧장 단체 채팅방에 공유해 의견을 나눈다”고 했다. 중요한 건, 제작진만 흥미 있는 인물인지 아니면 대중들도 관심이 많은 인물인지에 대한 판단이다. 이를 위해 기사에 달리는 댓글을 살핀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해당 인물과 사건에 관심있어 하는지가 바로미터다.
 
매주 초대되는 게스트는 방송 3~4주 전에 정해진다. 게스트는 ‘호스트’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미국에서 판권을 사와 방송하기 때문에 미국 방송과 용어를 통일한 것도 있지만, 게스트가 그 주의 성패를 결정하는 등 호스트(주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호스트를 섭외하는 팀이 있지만 최근 들어 “출연하고 싶다”며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27일 호스트 현우도 먼저 출연을 희망했다.
 
<div>배우 <span style="font-size: 0.875em; letter-spacing: -0.02em;">김주혁이 시즌1 때 분장한 아바타 나비족으로 분장시간이 가장 오래 걸렸다. [사진 tvN]</span></div>

배우 김주혁이 시즌1 때 분장한 아바타 나비족으로 분장시간이 가장 오래 걸렸다. [사진 tvN]

‘SNL’은 사전 녹화 코너와 당일 생방송으로 번갈아가며 구성된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평소 예능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배우들도, 자기 안방에서 놀 듯 예능감을 뽐내며 생방송을 소화한다. 비결은 당일 일정에 있다. 오후 10시 생방송이 진행되는데, 호스트는 오전 10시부터 리허설에 들어간다. 대본리딩으로 시작해 무대 리허설, 카메라 리허설(실제처럼 촬영하며 리허설), 프리뷰 공연까지 총 4번을 한다. 특히 프리뷰 공연 때 방청객들의 실제 반응을 보며 반응이 없는 부분은 줄이고, 많이 웃는 부분은 늘리면서 구성을 가다듬는다.
 
이들은 방송 대신 공연이라고 부른다. 김 PD는 “사실 연극에 더 가깝다. 방청객이 있고, 무대를 짓고, 연기도 연극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무대가 연극이라면, 300명의 방청객은 관객이 된다. 관객은 배우·희곡과 함께 연극을 구성하는 3대 요소 중 하나다.
 
풍자의 핵심은 분장이다. 출연자들의 연기를 살려주고, 웃음을 극대화한다. 분장은 총 6명으로 구성된 분장팀이 담당한다. 오창렬 팀장은 영화 ‘시실리 2㎞’에서 이마에 못 박힌 석태(권오중 분)를 비롯해 ‘거룩한 계보’ ‘1번가의 기적’ ‘박수칠 때 떠나라’ 등을 이끈 23년차 특수분장 전문가다. ‘SNL’ 시즌1부터 함께 해왔다. 분장팀은 메이크업과 헤어까지 책임진다.
 
오 팀장은 “배우 사진과 패러디할 인물의 사진을 놓고 계속 비교해본다”며 “완전히 똑같이 분장하는 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재미가 없기 때문에 가장 닮은 부분을 찾아내 부각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분장한 이세영의 보일듯 안 보일듯 작은 눈도 그렇게 탄생했다.
 
보통 분장 시간은 사전 녹화 땐 20분 정도. 생방송 코너는 3~5분 안에 끝내야 한다. 가장 오래 걸린 건 시즌1 때 배우 김주혁이 분장한 아바타 나비족.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최근에는 지난 4월과 5월 배우들이 대선 후보들을 직접 만나러 갈 때 분장이 오래 걸렸다고 한다. 보통 20분 걸리는 분장을 40분씩 했다. 오 팀장은 “패러디의 실제 대상들을 만나러 간다니까 더 똑같이 하려고 주름 하나 그리는 데에도 엄청 공 들였다”고 했다.
 
김민경 PD는 ‘SNL’의 힘은 ‘트렌드에 대한 강박증’에서 온다고 답했다. “트렌드에 민감해 올드하고 식상한 것에 대해 굉장히 엄격하죠. 그러다보니 프로그램 자체도 늙지 않는 것 같아요.”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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