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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유사코인 감별법

중앙일보 2017.06.05 01:00 경제 10면 지면보기
고란경제부 기자

고란경제부 기자

디지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이 뜨자 ‘유사 코인’을 앞세운 금융 다단계 피해 사례가 금융감독원에 접수되고 있다. <중앙일보 1일자 B1면 ‘비트코인 뜨자…다단계’ 유사 코인 ‘우후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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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천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 수석반장은 “금융 다단계를 조사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피해자 확보”라고 말한다. 그는 “(금융 다단계는) 사이비 종교와 비슷하다”며 “(피해자가) 입문 단계가 아니라 깊숙이 빠져 있다면 어떤 얘기를 해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사가 나간 뒤 많은 메일을 받았다. 내용을 요약하면 ‘(기사에서 말한) 코인은 사기가 아니다. 기사 똑바로 써라’다. ‘유사 코인’ 투자자들이 학인해야 할 게 있다. 먼저, 회사 측이 아니라 상대 측을 통해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독자는 해당 코인이 "1년 2개월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원문 기사에서 찾아보니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법정 다툼 끝에 (해당 코인이) 무혐의로 승리했다”며 관련 기사를 링크해 줬다. 기사에서 언급된 법원 홈페이지를 찾았다. 코인 이름을 넣고 검색했다. 검색 결과 0건. 해당 기사는 만우절(4월 1일)에 작성됐다.
 
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기자가 해당 코인에 대해서 전혀 조사를 안 하고 기사를 썼다고 비난했다. 그 근거로 2020년 일본 도쿄올림픽 때 항공·숙박·쇼핑 등과 관련한 모든 비용을 해당 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게 된다고 선전한 코인회사 본사 제공 뉴스를 제시한다. 올림픽 조직위원회 공식 홈페이지를 검색했다. 해당 코인과 관련한 어떤 결과도 얻지 못했다. 일본은 다음달부터 비트코인을 정식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한다.
 
어느 외국 호텔에서 해당 코인으로 결제했다는 카드 영수증 사진도 인터넷에 돌아다닌다. 카드사에 연락했다. 국내 지사가 없어 뉴욕 본사에까지 물었다. 돌아온 답은 이랬다.
 
“○○○카드는 어떤 형태의 가상화폐와 제휴나 업무협약을 맺은바 없고, 가상화폐를 통해 ○○○카드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일체 불가합니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 모든 코인을 전산상의 가치대로 현금으로 바꿔달라고 하자. 사기가 아니라면 바꿔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 회사 측의 주장대로라면 수익은 앞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테니, 해당 코인을 판 사람이 사주지 않겠나. 김상록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유사수신(금융 다단계) 피해자가 형사사건의 피해자처럼 진짜 피해자인지도 의문”이라며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홍보를 믿고 대박을 꿈꾸는 건 문제”라고 말한다.
 
고란 경제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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