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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친구와 경쟁시키는 교육은 이제 그만

중앙일보 2017.06.05 01:00 경제 10면 지면보기
신성철KAIST 총장

신성철KAIST 총장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30년 후, 모든 면에서 인간을 초월한 인공지능 로봇이 개발되는 특이점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우 공격적 예측이지만 최근 알파고의 무서운 발전 속도로 볼 때 기억력, 정보 처리 및 계산 능력, 운동 능력 등 기능 면에서 인간이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인공지능 로봇, 로보사피엔스가 등장해 인간 호모사피엔스와 도처에서 공존하리라 예상된다. ‘지혜’를 가져 호모사피엔스로 불리던 인간이 그 능력을 뛰어넘는 로봇의 등장을 앞두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던져야 하는 시점이다.  
 

4차산업혁명 파도 넘으려면
인재교육 대변화 우선 돼야
IoT로 정보교환하는 신세계
협업능력 키우고 가치 교육을

3만 년 전 출현한 호모사피엔스가 오늘날의 생활을 향유한 것은 최근 250년 사이의 일이다. 3차에 걸친 산업혁명 덕이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혁명기에 진입했다. 물리-사이버-바이오의 경계를 초월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나노, 바이오 기술이 융·복합적으로 어우러지는 과학기술의 파괴적 혁신이며, 4차 산업혁명으로 통칭하는 기하급수적 대변화이다.
 
이 대변혁의 시기에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의 파도를 넘어 21세기 선도 국가로 도약하려면 각 분야에서의 국가적 혁신을 이뤄야 한다. 필자는 미래 시대를 대비한 교육의 대변화가 무엇보다 우선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교육개혁의 3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기초교육을 철저히 시켜야 한다. 최근 새로운 발견과 발명은 전통적 세부 전공이 아닌 학문 간의 접경에서 융·복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학문의 경계를 초월해 여러 전공을 주저 없이 넘나드는 자신감과 도전 정신은 새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의 자격이 될 것이다. 대학 학부과정에서는 물리, 화학, 수학, 생물 등 기초과학 및 인공지능, 컴퓨터코딩, 통계, 엔지니어링 디자인 등 기초 공학 교육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이런 좌뇌 중심의 이공계 교육을 역사, 철학, 예술사 등 통섭적 인문사회 교육으로 보완하는 전뇌 교육의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대학이 고수하는 학과 중심의 두터운 교육 장벽을 과감히 헐어야만 가능한 변화다. 필자는 올해 KAIST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철저한 기초 교육을 바탕으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무학과 교육 시스템’을 학부 과정에 도입했다.  
 
둘째, 초연결 사회를 대비한 협업 능력을 키워야 한다. 30년 후에는 지구상의 모든 인류와 기기가 사물인터넷(IoT) 연결돼 광속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제어하는 스마트 신세계가 다가올 것이다.
 
초연결 사회에서는 활발한 집단지성을 통해 세계인들과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크라우드 소싱으로 협력 파트너를 찾으며 공유경제 기업들이 번창할 것이다. 동료를 경쟁 상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발전하는 공생 파트너로 인식하는 자세가 성공의 자산이 되는 것이다. 개인 경쟁 위주 교육 방식을 과감히 청산하고 팀기반 교육 방식으로 바꿔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초지능 사회를 대비한 가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은 인공지능 로봇의 등장으로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질 것이라 예측했다. 기능적으로 월등한 로보사피엔스와 공생하기 위해 인간 고유의 정체성을 계발하는 교육을 준비해야 한다. 바로 ‘가치’를 추구하는 교육이다. 필자는 디지스트 초대 총장으로 재임하던 시절부터 창의(Creativity), 기여(Contribution), 배려(Care)의 가치관을 가진 ‘3C’ 인재상을 제시해왔다. 창의력을 가지고, 세계와 역사 발전에 기여하며,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는 인재를 기르겠다는 의지다. 오직 인간 만이 추구할 수 있는 가치이자 로보사피엔스가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인더스트리4.0 주창자인 독일 공학한림원 회장 헤닝 카거만 교수는 지난달 필자와의 대담에서 “미래 변화에 대비한 교육개혁이 중요한데 독일은 이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걱정했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교육개혁을 통해 미래 인재를 선제적으로 양성한다면 한국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주도국으로 우뚝 서며 나아가 한강의 기적에 이은 또 한 번의 기적을 이루게 될 것이다.
 
신성철 KAIST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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