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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는 백화점·명품의류점 … 문 여는 체험형 매장

중앙일보 2017.06.05 01:00 경제 7면 지면보기
<div>7m 높이의 천장 아래 농구 코트를 설치한 <span style="font-size: 0.875em; letter-spacing: -0.02em;">나이키 뉴욕 맨해튼 매장. [사진 나이키]</span></div>

7m 높이의 천장 아래 농구 코트를 설치한 나이키 뉴욕 맨해튼 매장. [사진 나이키]

백화점 매장이 줄지어 문 닫고 의류 브랜드는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폐점하는가 하면 유통업체 파산이 속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CNBC 등 언론은 최근 미국 내 ‘유통 대란(retail meltdown)’이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쇼핑몰 5년 내 25% 폐쇄 예고
디지털화 늦은 유통업체들 타격
폴로,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 접고
메이시스·시어스 점포 수백 곳 감축
나이키, 농구코트 설치 등 변신 노력

지난 4월 미국의 대표적인 캐주얼 브랜드 폴로 랄프로렌은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닫았다. 매출 하락으로 인해 실적이 악화되자 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메이시스·시어스·JC페니 등 미국의 대표 백화점들은 올해 안에 각각 100개 이상 점포의 문을 닫겠다고 발표했다. 메이시스는 백화점 매출이 9분기 연속 감소하자 이미 매장 68곳을 폐점한 상태다. 신발 유통업체 페이리스는 400개 매장을 폐점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한때 10대들에게 인기였던 캐주얼 브랜드 아베크롬비 앤드 피치는 올해 매장 60개를 접을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서울 청담동에 있던 플래그십 스토어를 닫고 철수했다.
 
명품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럭셔리 브랜드 마이클 코어스는 앞으로 2년간 125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폐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뉴욕 출신 명품 브랜드 케이트 스페이드는 최근 코치에 인수됐다.
 
온라인 경제 전문매체 쿼츠는 “2008년 금융 위기 때보다 올해 더 많은 수의 유통업체들이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쇼핑몰·백화점 같은 오프라인 영업에 치중한 브랜드들은 큰 충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 분석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내 유통 매장 8640개가 문을 닫을 것으로 추산돼 2008년(6200개)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 대란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유통의 지형이 오프라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흐름을 타지 못했기 때문이다. 폴로·페이리스 같은 업체들은 아마존이 의류부터 신발까지 온라인 쇼핑의 포식자가 된 상황을 막지도, 활용하지도 못했다.
 
대형 쇼핑몰에 의존하는 미국의 유통 행태도 도전받고 있다. 부동산 조사업체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에 따르면 2013년 미국인의 쇼핑몰 방문 횟수는 2010년에 비해 절반으로 감소했다. 크레디스위스는 앞으로 5년 뒤 미국 전체 쇼핑몰의 20~25%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소비 패턴이 ‘물건’에서 ‘경험’으로 전환하는 트렌드도 한몫했다. 호텔 객실과 국내선 항공 점유율, 외식 매출액 등 소비자의 경험을 중시하는 분야는 고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매장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곳 이상의 역할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나이키는 지난해 뉴욕 매장에 천장 높이 7m가 넘는 농구 코트와 첨단 피팅룸 등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했다. 나이키 농구화를 신고 슛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이어서 매장을 찾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아디다스도 뉴욕 매장에 축구공을 차볼 수 있도록 골대와 인조잔디를 들여놨다. 쿼츠는 “구매 행위 자체는 상당 부분 e커머스로 전환이 불가피하다”며 “오프라인 매장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역할에 중점을 둬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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