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연구기관 통계 착시 경고
단기 지표 회복세 보이지만
건설투자 빼면 성장률 제자리
순수출·대기업 매출 되레 줄어
“장기적 회복세 장담 어려워”

자료: 한국경제연구원·나이스평가정보·S&P
하지만 민간 연구기관들은 여전히 ‘샴페인을 터트리긴 이르다’는 경고에 나섰다. 한국경제연구원은 4일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현대경제연구원도 “경제 전망을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발표했다.
연구기관이 경기 회복을 낙관하지 않는 건 ‘통계의 착시’에 근거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상승세로 전환한 건 맞지만, 여기서 ‘건설투자 기여도(1.1%포인트)’를 제외하면 0%가 된다”고 설명한다. 진짜 경제가 좋아졌다면 민간소비나 설비투자 등이 늘었어야 하는데,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여전히 부진(0.2%)하고 순수출(-0.8%)은 오히려 마이너스다.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몰라 비용 절감에 목을 매는 불황형 흑자 상황에서 기업들은 투자에 적극 나서기 어렵다. 언제 다시 경기가 침체할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진짜 불황형 흑자에서 벗어났다면, 기업들도 이익을 낸 돈으로 투자를 시작하는 게 정상이다.
물론 투자 관련 지표도 회복세다. 설비투자지수 증가율은 올해 1분기 평균 17.7%를 기록했다. 경기가 회복하면 미리 기업들이 수요에 대응하려고 설비에 투자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역시 현미경을 끼고 들여다보면 애매한 측면이 있다. 3월 23.3%를 기록했던 설비투자지수 증가율이 불과 한 달 만에 절반 수준(14.1%)으로 꺾였기 때문이다.
수출 경기도 비슷하다. 2016년 11월 이후 수출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최대 시장인 중국·미국 시장에선 수출액이 2월 정점을 찍고 3개월 연속 증가폭이 줄었다. 주원 실장이 “ 향후 경기를 낙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한 배경이다.
기업 실적도 허점이 보인다. 전체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0.27%)이 3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절대 매출 규모(2250조원)는 여전히 2012년(2291조원) 수준에도 못 미친다.

자료: 한국경제연구원·나이스평가정보·S&P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경영분석팀장은 “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기업과, 장기적·안정적 고용 창출 여지가 큰 제조업의 성장이 정체한다는 점에서 최근 경제지표는 장기적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6%를 돌파했다. 3년 전(4.38%)과 비하면 크게 개선된 수치다. 하지만 이 역시 세부 항목을 뜯어보면 꼭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한·중·일 상장사 영업이익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 제조기업의 영업이익률(4.7%)이 중국(6.2%)·일본(5.8%)보다 낮았다. 장기 불황에 시달리던 일본마저 한국 영업이익률을 추월한 것이다.
김윤경 팀장은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한다”며 “단기 경제지표만 보면 기업 실적이 회복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장기적 추세를 보면 여전히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