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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호재, 조용히 매집 들어가세요” 신종 '문자폭탄' 주가 조작, 속으면 안 됩니다

중앙일보 2017.06.05 00:05 경제 6면 지면보기
#. 지난달 19일 오후 2시 10분. 이모씨 휴대전화에 문자 한 통이 떴다. ‘리치클럽 C사 대형 호재 발표 예정. 조용히 매집 들어가세요. 재료 좋습니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C사 주가가 뜰 테니 미리 사라는 문자였다. 보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이씨가 전에 본 적이 없는 전화번호였다. 발신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만 갈 뿐 받는 사람은 없었다. 최모씨도 2일 오후 1시 16분 비슷한 문자를 받았다. ‘섀도, N사 2주 목표가 14000원 팩트로 승부보겠습니다. 3500억 밸류 사업 발표 예정’. 

리치클럽, 부자아빠, 섀도투자단 명의 문자
코스닥 활황 타고 번지는 신종 주가 조작 사기
스미싱, 피싱과 주가 조작 사기 결합한 변종 범죄
문자 믿고 투자했다 20% 넘는 투자 손실
문자 대량 살포 대상됐던 코스닥 기업도 피해 확산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메시지 보면 신고, 절대 투자 말 것”

호재가 있으니 코스닥 상장사 주식을 사라는 내용이었다. 의심스러운 마음에 최씨는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역시 신호음만 이어지고 아무도 받지 않았다.
  
'문자 폭탄'을 활용해 불특정 다수를 노린 변종 주가 조작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가 조작 사기가 의심되는 문자 메시지. [사진 한국거래소]

'문자 폭탄'을 활용해 불특정 다수를 노린 변종 주가 조작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가 조작 사기가 의심되는 문자 메시지. [사진 한국거래소]

 
#. 코스닥 상장회사인 T사에서 투자 설명(IR)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임모 부장은 악몽 같은 한 달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리치클럽ㆍ신부자아빠 등 명의로 문자가 대량으로 뿌려졌다. T사와 관련해 ‘숨겨진 재료가 있다’ ‘대량 수급 유입이 예상된다’는 내용이었다. 임씨는 바로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문자와 관련이 없다는 해명 공지를 올렸지만 피해는 이미 번진 후였다. 임 부장은 답답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자 발송 시기를 전후해 주가가 올랐다가 바로 급락했다. 선량한 기존 주주들이 금전적 손해를 입었고 무엇보다 회사 이미지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훼손됐다. 금융당국도 조사에 나선다고 하고, 주주 피해가 더 커질까 걱정이다.”
 
모두 한국거래소가 접수한 피해 신고 사례다. 스미싱(문자 메시지 대량 발송을 통한 금융사기) 형태를 빌린 신종 주가 조작 사기가 번지고 있다. 코스닥 활황을 틈타 개인 투자자의 돈을 노리는 범죄다. 대상 기업과 문자 내용만 조금씩 차이날 뿐 유형은 비슷하다. 리치클럽이나 게릴라 투자단, 부자아빠, 신부자아빠, 섀도 투자단 같은 미확인 업체 명의로 문자가 대량으로 발송되고 있다. ‘선매집 들어가달라’ ‘메가톤급 재료 발표 예정’ ‘강력 매수, 믿고 매수하라’ ‘오늘부터 랠리 준비한다’ 등 내용이다.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문자로 은밀히 알려준다는 식으로 해당 코스닥 기업 주식을 사라고 부추긴다.  
 
남찬우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투자자보호부장은 절대 투자에 응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남 부장은 “불특성 다수에게 문자를 뿌려서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의 변형된 주가 조작 범죄”라며 “과거엔 특정 주식 동호회, 카페 등을 통해 투자자를 유인하는 방식이 성행했는데 올 4월 이후 이런 새로운 형태의 주가 조작 의심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문자 메시지가 대량으로 살포된 시기를 전후해 해당 기업의 주가는 급등락했고 투자자 피해로 이어졌다.
 
주가 조작 사기로 의심되는 문자 메시지. [사진 한국거래소]

주가 조작 사기로 의심되는 문자 메시지. [사진 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4월 17~24일 코스닥 상장사인 S사 투자를 유도하는 문자가 집중적으로 발신됐다. 주당 5000원대에 불과했던 이 회사 주가는 문자 대량 살포된 시기 1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남 부장은 “문자를 본 일반 투자자가 실제 매집에 나섰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S사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2일 기준 7000원대로 내려앉은 상태다. 문자가 뿌려진 때즈음 S사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가 입은 손실은 최대 28.3%(주가 하락 폭)에 달한다.  
 
피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문자가 대량으로 뿌려진 시기의 주가와 이후 폭락한 주가를 비교했을 때 T사 -24.1%, C사 -21.6%, H사 -20.8% 등에 이른다. 이후 관련 기업의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어 투자자 손실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 연루된 코스닥 기업도 주가 급락, 기업 이미지 실추 등 피해를 보고 있는 중이다. 올 4월 10여 개 수준이었던 피해 코스닥 기업 수는 지난달과 이달 들어 수십여 개 수준으로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피해 코스닥 기업과 투자자가 늘자 지난달 19일 문자 메시지 대량 살포에 대한 ‘투자 유의 안내’ 경보를 발령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관련해 지난달 25일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하지만 코스닥이 연중 최고치를 이어가는 등 상승세를 타자 이 틈을 노린 변종 주가 조작 범죄는 줄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접수한 관련 신고 건수는 4월 18일부터 지난 2일까지 124건에 달한다. 코스닥 활황과 맞물려 신고 건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대량 살포된 문자 메시지에 거론됐던 기업 주가는 이후 폭락하며 투자자 피해를 키웠다. '문자 폭탄'과 관련된 주가 조작이 의심되는 코스닥 기업 2개사의 주가 그래픽.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회사명은 익명 처리했다. [그래픽 한국거래소]

대량 살포된 문자 메시지에 거론됐던 기업 주가는 이후 폭락하며 투자자 피해를 키웠다. '문자 폭탄'과 관련된 주가 조작이 의심되는 코스닥 기업 2개사의 주가 그래픽.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회사명은 익명 처리했다. [그래픽 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는 ‘문자 폭탄’ 대상이었던 코스닥 기업 가운데 일부 회사의 대주주가 주가 조작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값에 팔아치울 목적으로 개인 투자자를 문자 대량 발송으로 유인했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문자가 대량으로 발송된 시기 모 회사의 전 최대주주가 160만 주 넘는 주식을 팔아치운 사실이 금융당국의 감시망에 걸리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관련 의혹이 불거진 기업과 세력에 대한 추적에 이미 나섰다. 주가 조작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엄중 처벌할 예정이다. 주가 조작은 시세 조종을 통해 얻은 수익이 50억원이 넘을 경우 무기징역까지 받을 수 있는 중대 범죄다. 박은석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1국장은 “주식 거래 과정에서 소비자가 손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경보를 발령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라면서도 “혐의점을 밝혀내고 처벌하는 과정은 단시간에 이뤄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발신자 추적이 쉽지 않은 웹(Web) 방식으로 문자가 발송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박 국장은 투자자 스스로 유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사실이 아닌 문자 메시지에 현혹돼서 금전적 손해를 봐선 안 된다”며 “해당 메시지를 받으면 바로 신고하고 절대 투자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미싱이나 보이스 피싱, 파밍과 다름 없는 금융사기라고 거듭 강조했다.
 
신고 방법과 창구는 아래와 같다.
금융융위원회 : 자본시장조사단 유선 전화(02-2100-2600)
금융감독원 : 증권불공정거래 신고센터(www.cybercop.or.kr) 사이트와 유선 전화(1332 → 4번 → 3번)
한국거래소 : 불공정거래 신고센터(stockwatch.krx.co.kr) 사이트와 유선 전화(1577-0088)  
 
조현숙ㆍ이새누리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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