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자의 미모맛집]21 평양냉면은 맑다? 간장 넣은 검은 냉면도 있다

중앙일보 2017.06.05 00:01
미식 도시를 여행할 때는 일정 짜기가 어렵다. 수많은 맛집 중 ‘꼭 가봐야 할 곳’을 추리고 여행 동선을 고려해 적절히 배치하는 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이를테면 전북 군산 같은 곳이 그렇다.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중화요리 집만 해도 서너 곳이고, 유명한 빵집·분식집·국밥집·고깃집·횟집이 수두룩하다. 냉면 매니아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식당도 있다. 63년 역사를 자랑하는 뽀빠이냉면(군산시 장재길 12-4, 063-446-1785)이다.
군산 뽀빠이냉면은 평양냉면에 대한 선입견을 과감히 깬다. 간장으로 간을 해 거무튀튀한 육수와 두툼히 얹어주는 닭고기, 돼지고기 고명이 이색적이다. [중앙포토]

군산 뽀빠이냉면은 평양냉면에 대한 선입견을 과감히 깬다. 간장으로 간을 해 거무튀튀한 육수와 두툼히 얹어주는 닭고기, 돼지고기 고명이 이색적이다. [중앙포토]

관련기사
군산에는 전후로 피난민이 많았다. 1·4 후퇴 때 약 5만 명이 배를 타고 군산항에 도착했다. 이 중 절반은 전북 김제, 부안 등으로 옮겨가 정착했고, 2만5000여 명은 군산에 남았다. 이들은 군산항에서 가까운 월명동·해망동 등지에 정착했다. 전쟁통에 남편을 여읜 고(故) 정신국 할머니도 그 중 한 사람. 그는 휴전 이듬해인 1954년 식당을 열었다. 가게 이름은 ‘원조평양냉면’. 정 할머니가 고향에서 해먹던 냉면을 군산에서 재현해낸 것이다. 60년대 들어 만화 ‘뽀빠이’가 TV에서 상영하면서 전국적인 인기를 얻자 가게 이름을 아예 뽀빠이냉면으로 바꿨다. 정 할머니가 작고한 뒤 며느리인 송형자(71) 사장과 송씨의 막내아들 김태형(45)씨가 냉면집을 운영하고 있다.

군산 뽀빠이냉면, 63년 이어온 독특한 레시피
소·돼지·닭고기 우려낸 육수 감칠맛 강해

뽀빠이냉면은 독특하다. 일단 냉면 국물 색이 거무튀튀하다. 뽀빠이냉면이 ‘검은 냉면’으로 불리는 이유다. 색의 비밀은 간장에 있다. 냉면 간을 간장으로 한다. 면발 위 고명도 여느 사람들에겐 익숙하지 않다. 손으로 찢은 닭 가슴살이 수북이 쌓여 있다. 그 밑에는 돼지고기 제육도 몇 점 있었다. ‘평양냉면이라면서 웬 닭? 웬 돼지?’라는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하다. 김태형씨는 검은 냉면, 그리고 닭고기 고명의 비밀을 소상히 설명했다. 
“할머니가 이북에서 가져온 냉면 레시피를 지금까지 지키고 있습니다. 이북에서는 집집마다 다른 방식으로 냉면을 해먹었는데 할머니는 예전부터 간장을 쓰셨대요. 닭고기, 돼지고기도 마찬가지에요. 소고기만으로 육수를 내는 집도 많지만 할머니는 다양한 고기를 섞어서 끓여야 맛있다며 이렇게 하신 거죠.”
육수는 이렇게 만든다. 먼저 소 사골을 푹 끓인다. 그리고 생닭을 넣어 3시간 이상 더 끓이고 마지막으로 돼지 살코기를 넣는다. 여느 평양냉면집과 맛이 다른 건 닭 때문이다. 김씨는 “닭은 살코기뿐 아니라 뼈에서 우러나오는 맛이 강해 감칠맛이 깊어진다”고 설명한다. 동치미 국물은 일절 넣지 않고 간장으로만 간을 한다. 간장도 그냥 간장이 아니다. 간장에 천일염과 공개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온갖 재료들을 넣고 달인 ‘간장 소스’라 할 수 있다. 면은 메밀 70%에 전분과 밀가루를 배합해 만든다. 
뽀빠이냉면 비빔냉면. 물냉면 육수를 함께 내준다. 

뽀빠이냉면 비빔냉면. 물냉면 육수를 함께 내준다. 

매콤한 비빔냉면.

매콤한 비빔냉면.

뽀빠이냉면 물냉면.

뽀빠이냉면 물냉면.

소문난 물냉면을 시켰다. 국물부터 들이켰다. 과연 여태 먹어본 평양냉면에 대한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는 맛이었다. 감칠맛이 즉물적으로 치고 들어왔다. 처음에는 조금 짰는데 면과 함께 계속 먹다보니 오히려 단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김씨는 “간장을 달여내는 과정에서 간장의 비린내, 소금의 쓴맛이 빠져나가고 단맛이 살아나기 때문”이라며 “군산에서는 이북보다 음식을 좀더 자극적으로 먹다보니 할머니가 사람들 입맛에 맞춰 변주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뽀빠이냉면의 메뉴는 단출하다. 냉면 두 종(물·비빔)과 왕만두(4000원)가 전부다. 냉면 가격은 4년 전부터 지금까지 7000원으로 변함없다. 식재료·인건비 상승으로 가격을 올릴까 고민도 했지만 일단 올해까지는 이 가격을 유지한단다. 뽀빠이냉면은 장재동에 있는 본점 외에 지곡동에도 분점을 두고 있다. 가게 이름은 ‘뽀빠이갈비(063-468-1785)’다. 냉면은 똑같은데 추가로 한우 암소갈비를 판다. 갈비 1대에 1만5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관련기사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