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일간 국정기획위에 대해 나온 지적 중 하나는 소통부족이었다. 정답을 미리 정해놓고 독려하기에 바빴다는 것이다. 출범 사흘째인 지난달 24일 국정기획위는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교섭 기능의 외교부 이관,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기업부 승격, 소방청·해양경찰청 분리 독립 등 세 가지만을 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출범과 동시에 당장의 정부조직 개편 논의를 스스로 좁히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가이드라인 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5일 문재인 정부 첫 고위 당ㆍ정ㆍ청 회의에서 정부조직 개편안이 논의되지만 ‘통상 조직의 외교부 이관’ 문제는 포함되지 않는다.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FTA(자유무역협정) 논의 등 통상 현안이 산적한 시점에 조직 분리는 부담스럽다"는 당측 의견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민감한 정부조직 개편 문제를 조기에 공개하면서 여권 내부의 의견 수렴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조직 개편 기준을 언급하고 이를 다시 거둬들이면서 공약이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결과를 자초했다"고 털어놓았다.
국정기획위 스스로가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경호실을 경찰청 산하로 옮기겠다는 대선 공약을 '보류'한다고 발표한 것도 청와대가 아닌 국정기획위였다. "선거용 공약이었음을 국정기획위가 대신 실토했다", "국정기획위는 청와대가 맞을 매를 대신 맞는 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2일 탈핵ㆍ에너지 관련 산업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한국수력원자력의 합동 보고회에서 김진표 위원장은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신고리 원전 5,6호기에 대해서는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제반사항을 점검해 계속할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이 논란을 빚자 국정기획위는 "안전성과 경제성 등을 검토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추가로 내놓아야 했다.
“지난 2주간 각 부처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는 국정기획위의 평가를 부처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출범 당시 “완장 찬 점령군으로 비쳐서는 공직사회의 적극적 협조를 받기 어렵다”던 김진표 위원장의 말은 일주일만에 "자기반성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바뀌었다. 부처 실무자들은 "토론보다는 새 정부의 공약을 잘 숙지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느낌을 받았다”,"현실적으로 공약 이행이 쉽지 않은데 ‘창의적인 대안을 마련하라’식의 요구를 받아 부담스럽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속도를 내겠다는 국정기획위의 입장이 '소통없이 더 밀어부치겠다'는 뜻이 아니길 바란다. 또 "대통령 지시에 이견을 제기하는 건 의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부처만이 아니라 청와대에 대해서도 '완장'을 차는 게 남은 활동 기간 중 국정기획위가 할 일이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