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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웅재 검사 웃지말라"…재판 6개월차 최순실의 '3단 변신'

중앙일보 2017.06.04 18:10
"검사님, 웃지 마십시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 농단’ 사건 재판에서 최순실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아 맞은편의 한웅재 부장검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죽을 죄를 지었다"던 최씨 '주눅→호통→직설'로…딸 정유라씨 입국 이후 변화 관심

지난달 23일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최순실씨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23일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최순실씨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재판 ‘6개월차’에 접어들면서 최씨의 법정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첫 재판을 시작으로 현재 직권남용ㆍ뇌물ㆍ업무방해 등 혐의로 4개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는 최씨 관련 공판은 70회가 넘게 진행됐다. 최근엔 하루 이틀 걸러 한 번 꼴로 재판에 나오다 보니 변호인을 통하지 않고도 직접 발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직접 증인을 신문해 필요한 답변을 이끌어 내고, 검사들을 비판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질문 스타일도 점차 바뀌었다. 장황하게 말을 이어가다 지적을 받던 것에서 자신의 무죄 입증을 위한 간결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4일 '이화여대 학사비리'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한선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에게 "특검에서는 제 딸의 특례 입학 대가로 미르재단이 프랑스 요리학교 사업을 이화여대와 하려 했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지요? 이사님은 이화여대에 제 딸이 가 있는지도 몰랐지요" 등의 질문으로 증인의 답변을 이끌어 냈다. 도중에 특검팀 검사가 "사실 관계만 물으시라"고 끼어들었지만 "아니오, 제가 물을게요.기다리세요"라고 간단히 제압했다. 신문을 마친 뒤에는 재판부를 향해 "예, 여기까지입니다"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증인으로 나온 한국마사회 안계명 본부장에게 "저도 문지석 검사님께 조사를 받았는데 계속 본인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몰고 가는데요. 지금 나오신 분은 저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 최서원인데요"라고 해 특검팀 검사를 압박함과 동시에 안 본부장으로부터 "신문에서만 봤고 본 적은 없다"는 답변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주눅→호통→일침 3단 변신
지난해 10월 31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최순실씨의 모습.

지난해 10월 31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최순실씨의 모습.

 지난해 10월 귀국한 최씨는 주눅든 모습이었다. 첫 검찰 출석 당시 "국민여러분 용서해 주십시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눈물을 보였고, 기소를 앞두고는 변호인에게 "저는 무기징역인가요"라고 묻기도 했다.
 
지난 1월 25일 특검에 강제로 소환되며 "억울하다"고 소리치고 있는 최씨의 모습. 김성룡 기자

지난 1월 25일 특검에 강제로 소환되며 "억울하다"고 소리치고 있는 최씨의 모습. 김성룡 기자

 최씨의 언성이 높아진 것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재판과 특검 수사가 개시된 이후부터다. 특검 출석을 6차례 거부하던 최씨는 지난 1월 25일 체포돼 끌려오면서 "여기는 자유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 자백을 강요하고 있습니다!"며 목청껏 고함을 쳤다.  입이 트인 최씨는 법정에서도 직접 증인신문에 나섰다. 국정 농단 사건을 폭로한 고영태씨에게는 "개명하려다가 마약 전과가 나와서 못하지 않았느냐"(지난 2월 6일)는 질문을 던졌고, 조카 장시호씨의 변호인에게 "의혹 제기 같은 건 하지 마십시오!(3월 17일)"라며 화를 내기도 했다. 
 최씨가 '호통 모드'로 변신하자 재판장인 김세윤 부장판사가 "알면 안다고, 모르면 모른다고만 답하면 됩니다" 등 제지하기도 했다. 이에 최씨는 "아유, 정말 너무한 것 같습니다"라고 답변했다.  
 
◇딸 정씨 위해서는 '법정 모정' 호소
 
 주눅→호통→직설 등으로 '3단 변신'을 한 최씨는 딸 정유라씨가 입국하자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정씨 입국 전날 "딸이 들어온다고해서 제가 오늘 굉장 흥분 돼 있다"며 재판부에게 심경을 토로했다. '이화여대 학사비리' 재판서 특검팀으로부터 징역 7년형이 구형되자 "부디 유라를 용서해달라. 유라가 앞으로 남은 삶을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아량을 베풀어주시기 바란다"며 오열하기도 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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