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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세 완전히 바꿀 메르켈의 '비밀 계획'은?

중앙일보 2017.06.04 17:18
<span style="""""""""""""letter-spacing:"""""""""""" -0.245px;"="""""""""""""""""""""""">지난달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번째)이 대화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 앞을 지나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span>

지난달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번째)이 대화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 앞을 지나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럽 정상들이 EU의 보다 완전한 통합을 위해 숨가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고 EU에 비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냉전 이후 국제 질서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영·미와 유럽 간의 범대서양 동맹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업이 성공하면 EU의 성격이 달라지고 서방의 정치역학 구도가 일거에 바뀐다. 
 

부정적이었던 유로존 개혁에 "세상이 변하고 있다"며 찬성
독일군과 네덜란드, 체코, 루마니아군 일부 통합도 성사
전문가들 "브렉시트·트럼프 당선은 EU 개혁에 호재"

분위기는 EU의 수호신으로 등극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주도하고 있다. 독일의 권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지난달 28일자에서 "메르켈 총리가 유럽 통합을 위한 비밀 계획을 준비했다"며 "메르켈 총리가 오는 9월 총선 이후 유럽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설 구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메르켈의 추가 통합 구상은 군사와 경제 부문 두가지를 축으로 전개된다. 군사 부문에서 독일군과 다른 EU 국가 군대 일부의 병합을 추진하고, 경제 부문에선 EU의 공동 예산과 재무장관직 신설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메르켈은 중도우파 실용주의자다. 그는 지금까지 EU 통합의 전면에 나서지 않아왔다. 특히 유로존의 경제 통합에는 극단적 신중론을 폈다. 통합 과정에서 자칫 채무국의 부채를 독일이 떠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통합의 한 가지 방안으로 논의돼 온 유로본드(유로존 공동 채권)의 발행안에 대해 메르켈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안 된다”고 결사 반대했을 정도다. 
 
그랬던 메르켈이 변하고 있다. 최근 'EU의 스타'로 떠오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등장이 전기를 마련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두 정상은 지난달 15일 만나자마자 EU 공동 예산 및 재무장관직을 신설하기 위한 중기 로드맵 마련에 합의했다. 두 정상 모두 '보다 강력하게 결속된 EU'에 공감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EU 공동 예산은 유로본드와 달리 채권국이 채무국의 부채를 떠안을 위험을 차단하면서 채무국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EU 조약을 근본적으로 개정하는 유로존의 대개혁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독일은 이런 개혁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 뒤 "유로존의 안정을 위해서라면 조약 개정도 가능하다. 세상이 변하고 있고, 독일은 조약 개정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군사 분야의 통합은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2013년부터 EU 각국 소규모 부대들과 자국 군의 통합을 추진해왔던 메르켈 총리는 향후 국방 통합에 투자를 확대하기로 하고, 우르줄라 폰 데어 레이옌 국방장관을 유럽 각국에 보내 구체적인 통합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게다가 폴란드 등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은 친러 성향인 트럼프 대통의 취임에 큰 위협을 느껴 EU 내 군사 협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FAZ는 전했다.
 
EU 군사 통합의 궁극적인 목표는 EU가 공동으로 보유·운용하는 EU군 창설이다. 그동안 EU군 창설에 완강히 반대해왔던 영국이 EU를 떠나면서 실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독일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네덜란드 2개 여단을 독일 육군 사단과 통합한 데 이어 올해 2월엔 루마니아와 체코 육군이 각각 1개 여단을 독일 육군 1개 사단과 통합하기로 확정했다. 이에 대해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독일과 체코, 루마니아가 EU군 창설을 향해 크게 한 걸음 내딛었다"고 분석했다.  
 
<span style="""""""""""""letter-spacing:"""""""""""" -0.245px;"="""""""""""""""""""""""">지난달 27일 이탈리아 타오르미나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span>

지난달 27일 이탈리아 타오르미나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인해 유럽이 더 단단한 통합으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본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의 페데리가 빈디 선임연구원은 "지난 수십 년 간 미국은 소련·러시아와 맞서기 위해 유럽을 자신들의 통제 하에 뒀다. 이는 유럽 측에서도 국방 부담을 덜 수 있어 이익이었다"며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지향점이 일치하지 않게 된 현재 EU는 처음으로 완전히 자유롭게 자신들의 미래를 꾸려나갈 수 있게 됐다. 이는 유럽을 정치와 안보 양면으로 강화하기에 아주 좋은 기회"고 말했다.
 
벨기에 소재 싱크탱크 EU러시아센터의 프레이저 캐머런 이사의 말은 더욱 직설적이다. 그는 "이것이 EU의 마지막 기회다. 이번에 유럽인들이 보다 강한 유럽을 만들지 못하면 그들은 21세기 국제 무대의 주요 플레이어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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