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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띄워 재소자 감시한다

중앙일보 2017.06.04 15:41
#교도소를 탈출한 재소자의 머리 위로 드론이 뒤쫓는다. 나무와 건물 사이로 피해 보지만 드론은 용케도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하며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도주 상황은 드론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교도소 상황실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상황실에선 드론이 보낸 영상을 보며 경비 인력을 예상 도주로에 배치하고 도망자를 기다린다. 애써 교도소 담장을 넘었지만 도망자는 드론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
 

법무부, 7월부터 안양 등 3개 교도소에서 드론 시범운용
도주자 자동추적·장애물 회피 등 첨단기능으로 재소자 감시
기술 성능 한계·인권침해·기계의 감시 거부감 등 극복 과제

‘도망자 뒤쫓는 드론’ 영화 아닌 현실로
공상과학 영화에 나올 법한 이야기가 이젠 현실로 다가왔다. 법무부는 사람의 눈을 대신할 교도소 전자경비시스템의 일환으로 드론을 배치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7월부터 안양·경북 북부 제1·원주 교도소 등 3곳에서 6개월간 시범적으로 운영된다.
 
주인공이 인공지능 드론과 맞닥뜨린 상황. 영화 '오블리비언'의 한 장면. [영화 '오블리비언']

주인공이 인공지능 드론과 맞닥뜨린 상황. 영화 '오블리비언'의 한 장면. [영화 '오블리비언']

시범운영에 투입할 드론은 교소도마다 한 대씩이다. 실시간으로 영상 전송이 가능한 카메라와 움직이는 피사체를 추적해 자동비행하는 기능, 야간에도 장애물을 알아서 피하는 기능을 갖춘 드론을 도입할 계획이다. 대당 예상 가격은 400만~500만원 정도다. 법무부 교정본부 관계자는 “아직 기종을 정하지 않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들 중 성능과 가격 등을 따져 이달 중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드론은 재소자들이 실외로 나오는 일과시간에 활동한다. 운동시간이나 평소의 공간을 벗어난 작업 때 드론을 감시자로 투입한다. 또 야간 상황이나 화재 등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을 때에도 드론이 이용된다.
 
‘감시자 드론’으로 ‘범죄용 드론’ 잡는다
법무부가 드론 감시를 시작한 또 다른 목적은 ‘드론 잡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외국에서 드론을 이용해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교도소 안에 몰래 들여오는 일이 점점 늘고 있어서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초 미국 메릴랜드 서부에서 석방된 수감자가 드론으로 마약을 공급하다 적발됐다. 영국 런던에서도 지난해 3월 감옥 창살 앞으로 마약을 배달하는 드론이 보안카메라에 적발됐다.
 
말루테크의 ‘드론 잡는 드론’. 그물을 씌워 표적 드론을 요격한다. [중앙포토]

말루테크의 ‘드론 잡는 드론’. 그물을 씌워 표적 드론을 요격한다. [중앙포토]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사례가 없지만 드론의 대중화 속도가 빨라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법무부는 지난 3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수용자 금지 물품에 드론을 포함시켰다. 드론을 이용한 물품 밀반입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먼저 드론 운용 노하우를 쌓아 대비하는 것도 드론 도입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법무부는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개선방안을 마련해 전국의 교정시설로 드론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배터리 기술과 드론 가격, 야간 운용을 위한 적외선 카메라 장착 등이 부담이다.
 
인권침해·기계의 감시 거부감에도 첨단감시장비 확대 추세
재소자의 인권침해 논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재소자가 실외에 나오는 순간 일거수일투족이 관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지난 2011년 ‘로봇 교도관’ 도입을 위해 10억원의 사업비를 책정했지만 인권침해 논란과 기술적 한계 때문에 상용화하지 못했다.
법무부가 '감시자 드론'을 투입할 예정인 안양교도소 전경. [중앙포토]

법무부가 '감시자 드론'을 투입할 예정인 안양교도소 전경. [중앙포토]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법률 검토 결과 문제의 소지는 없었다. 로봇교도관의 경우 실내 촬영이 재소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었지만, 드론의 감시 범위는 실외다. 기존에 사람의 눈으로 보던 것을 드론으로 보는 것이어서 인권침해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기계를 이용한 범죄자 감시 체계는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교도소 감시탑에서 총을 든 교도관은 이미 담장에 장착된 각종 첨단 센서와 CCTV로 대체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윤지영 연구위원은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범죄자가 다시 범행을 저질렀을 때 드론을 출동시키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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