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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 있을 후보 행성 110억 개 외계 문명, 그들은 모두 어디에

중앙선데이 2017.06.04 00:32 534호 27면 지면보기
[조현욱의 빅 히스토리] 페르미의 역설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외계 행성의 상상도. [NASA]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외계 행성의 상상도. [NASA]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 년인데 생명이 탄생한 것은 35억~40억 년 전으로 추정된다. 이 시기는 들끓는 용암의 불바다에 혜성과 운석의 융단폭격이 끝나고 환경이 비교적 안정된 뒤 불과 몇 억 년 지나지 않은 때다. 지구에서 이토록 이른 시기에 자연법칙에 따라 생명이 발생했다면 우주의 다른 곳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인류가 떨치지 못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우주에서 혼자인가? 대부분의 과학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핵무기가 인류 멸망 시킬 수 있듯
외계 문명 발견하지 못하는 건
모두 멸망했기 때문은 아닐까

목성·토성의 위성에 얼음 바다
생명체의 징후 찾는 노력 한창

그렇다면 어디부터 찾아보아야 할까? 가장 가까운 곳은 약 400㎞ 상공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이다. 지난달 26일 러시아 우주국은 이곳의 표면에서 채취한 표본의 분석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정거장 표면에 붙어 있는 미소 운석과 혜성 먼지에는 외계에 기원을 둔 생체 성분이 자연스러운 형태로 포함돼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분석 대상은 2010년 이래 우주 산책 도중 정거장 표면에서 채집한 19건의 먼지 표본이다. 이런 분석이 어려운 이유는 지구 미생물의 오염 문제가 가장 크다. 게다가 정말 외계 미생물이라 할지라도 증명이 어려울 수도 있다. 만일 지구 생명의 기원이 혜성이나 운석에 묻어온 외계 미생물이라면 그렇다. 이것을 범종설이라고 한다.
 
 
유력한 후보, 유로파와 엔켈라두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구 밖에서 찾는 것이다. 태양계 내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지는 목성의 위성 유로파와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라고 지난 4월 미 항공우주국(NASA)이 발표했다. 이들 위성을 덮고 있는 두꺼운 얼음 아래에는 액체 상태의 거대한 바다가 존재한다. 모 행성이 잡아당기는 중력이 내부를 뒤틀리게 만드는 탓에 발생한 마찰열 덕분이다.
 
엔켈라두스를 덮고 있는 30~40㎞ 두께의 얼음 아래에는 10㎞ 깊이의 바다가 있으며 이곳에서 신비한 수증기 줄기가 간헐적으로 뿜어 올라온다는 사실은 2005년 확인된 바 있다. 이 속에는 미량의 암모니아·이산화탄소·메탄이 포함돼 있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NASA의 카시니 탐사선은 이 수증기 간헐천에서 다량의 수소 분자를 발견했다. 이것은 고압의 뜨거운 물이 암석 속에 포함된 철이나 유기물과 반응해 수소를 발생시키는 ‘수열 반응’이 일어났다는 증거다. 수소 분자는 박테리아의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일부 박테리아는 수소를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메탄을 만드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지구 생명의 기원에 대한 주요 이론의 하나도 바로 이런 내용이다. 뜨거운 암반 속을 통과하며 끓는 바닷물이 에너지와 영양분이 풍부한 환경을 만들어 냈고 여기서 최초의 세포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열수분출공은 오늘날 해저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며 햇빛이 전혀 없는 암흑 속에서 생명체들이 번창하는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물병자리에 있는 트래피스트-1 성계에 속한 행성f의 상상도. [NASA]

물병자리에 있는 트래피스트-1 성계에 속한 행성f의 상상도. [NASA]

이번에 확인된 것은 수소가 수증기 기둥의 1~2%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미생물 생태계를 유지하고도 남을 만한 분량이다. 지구에서 수소 분자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미생물이 먹어 치우거나 다른 물질과 반응하거나 가벼워서 우주로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수소분자의 존재는 메탄생성 미생물의 대사 시스템을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엔켈라두스가 보여 주는 것은 이것이다. 공급은 여기 있다. 수요자는 어디 있는가?
 
유로파의 경우 15~25㎞ 두께의 얼음 아래 지구의 모든 바다를 합친 것보다 더 큰 바다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NASA의 이번 발표는 적도 부근의 얼음을 뚫고 100㎞ 높이의 수증기 기둥이 솟아오르는 것으로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지난해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2년 전 그보다 작은 수증기 기둥으로 보이는 것이 발견된 것과 같은 장소였다. 확정적인 것은 아직 아니다. 유로파가 목성 앞을 지나갈 때 목성에서 방출되는 일부 자외선을 차단하는 현상으로 수증기 기둥의 존재를 추정하는 것이다. 분출장소는 1990년대 후반 갈릴레오 우주선이 확인한 이상 고온 지역의 중심부로 확인됐다.
 
NASA 사이언스미션의 책임자인 토머스 저버첸 박사는 기자회견에서 엔켈라두스 및 유로파와 관련한 발견에 대해 “거주가능한 환경에 필요한 요소들을 가진 곳이란 사실을 규명하는 데 가장 가깝게 접근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NASA는 2020년 발사를 목표로 첨단 장비를 장착한 ‘유로파 쾌속선(Europa Clipper)’을 개발 중이다. 목성 궤도에 진입한 뒤 유로파에 40여 회의 근접 비행을 수행하며 물기둥의 실존 여부와 얼음 아래 생명체의 징후 등을 관측할 예정이다. 유럽우주국(ESA)도 2024년  ‘목성 얼음위성 탐사선(JUICE)’을  유로파의 궤도에 진입시킬 예정이다.
 
 
외계인이 만든 거대 구조물의 흔적?
인류는 불과 수백 세기 만에 화성에 탐사선을 보낼 정도로 진화했다. 인류보다 수십만 년, 수백만 년 앞선 외계 문명이 있다면 무엇을 만들었을까. 행성 크기의 발전소, 항성 전체를 둘러싼 ‘다이슨 구’, 태양계 크기의 컴퓨터…  이 가운데 ‘다이슨 구’는 1960년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이 제시한 개념이다. 선진 문명은 자기네 태양계를 완전히 둘러싸 그 에너지를 모두 이용하고 바깥쪽으로는 폐열에 해당하는 적외선을 복사할 것으로 그는 추정했다. 최근 그 후보에 해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난달 26일 뉴스위크가 보도했다. 2년 전 천문학자들을 당혹하게 했던 이상한 별 이야기다.  2015년 케플러 망원경이 지구에서 1400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견한 ‘태비의 별’이다. 5~80일에 걸쳐 밝기가 22%까지 줄어드는 현상이 주목을 받았다. 뭔가 엄청난 크기의 물체가 그 앞을 지나가지 않으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수치였다. 거대한 소행성 집단에 둘러싸인 거대 행성이 12년 주기로 궤도를 돌고 있다거나 근처의 행성이 부서진 잔해가 빛을 가린다는 설명이 유력하다. 하지만 어느 것도 이 현상의 세부사항을 충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일부 과학자는 외계 문명이 세운 거대한 구조물이 별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을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번 경우는 구가 아니라 반지 형태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다시 어두워지기 시작한 이 별에 전 세계의 망원경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계지능탐사도 신호 포착 못 해
NASA가 내년 10월 발사할 예정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NASA가 내년 10월 발사할 예정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지금까지 우리가 태양계 밖에서 관측으로 확인한 행성은 모두 3608개다. 평균 항성 하나에 행성 한 개 이상씩이다. 이중 태양 비슷한 별(황색 왜성) 5개 중 한 개꼴로 거주 가능 영역에 지구 크기의 행성을 지닌 것으로 드러났다. 거주 가능 영역이란 엄마 별에서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아서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궤도를 말한다. 우리 은하 내의 별을 2000억 개로 가정하면 이런 행성은 110억 개, 만일 수많은 적색 왜성(태양 절반크기 이하의 별)을 포함하면 400억 개가 된다. 이중에는 지구에서처럼 생명이 탄생한 곳도 적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 은하계가 생성된 것은 100억 년 전이다. 일부 외계 행성에서 지능이 진화해 고도의 과학문명을 건설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런 문명은 불과 몇 억년 지나지 않아 은하 전체를 식민지로 만들 수 있을 터이다. 많은 과학자가 그렇게 믿고 있다. 지구의 경우 그들이 만든 ‘폰 노이만 기계’라도 도착했어야 한다. 수학자이자 공학자인 창안자의 이름을 딴 이 기계는 주변 자원을 이용해 스스로를 복제하면서 광대한 우주의 구석구석을 탐사할 수 있다.
 
여기서 의문이 제기된다. “그들은 모두 어디 있는가?” 이는 ‘페르미 역설’이라 불린다. 1950년 이를 처음 제기한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1938년 노벨상 수상)의 이름을 딴 것이다. 역설이라 불리는 것은 외계 문명의 증거가 발견돼야 마땅한데 그렇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한 답변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문명의 수명’에 관한 것이다. 인류 문명을 예로 들어 보자.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핵탄두는 1만5000여 개다. 75억 인구를 몇 차례 멸절시키고도 남을 숫자를 9개국이 보유하고 있다. 미국(6800개)과 러시아(7000개)는 약 1800개씩을 몇 분 만에 발사할 수 있는 최고 경계태세로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외계 문명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모두가 몇 억 년 버티지 못하고 이미 멸망했기 때문이 아닐까. 우주는 거대한 공동묘지일 가능성도 있다.
 
인류의 외계지능탐사(SETI)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외계에 생명체가 있다면 그중에는 우주를 향해 전파신호를 발사할 정도로 발전한 문명도 있을 것이다. 혹시 지금도 그런 전파가 지구에 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같은 의문을 직접 해결하려 한 것이 ‘외계지능탐사(SETI)’ 프로젝트다. 지상의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수천 개의 표적 항성(사실은 항성에 딸린 행성들)을 대상으로 외부의 지성체가 보내올지 모를 무선신호를 탐지하려는 것이다.
 
84년 설립된 세티연구소는 지금도 NASA와 미국 과학재단 등의 후원과 전 세계 과학자들의 참여 속에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연구소의 천문학자 세스 쇼스탁은 이와 관련, “우리가 접하게 될 전파는 우리 같은 생명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보낸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 자신이 금세기 내에 이뤄낼 일도 그것”이라며 외계 문명 역시 그럴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세티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소에서 외계 문명이 멀쩡히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문명이 반드시 멸망하는 것은 아니라는 증거 말이다.
 
 

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서울대 졸업. 중앙일보 논설위원, 객원 과학전문기자,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역임. 2011~2013년 중앙일보에 ‘조현욱의 과학산책’ 칼럼을 연재했다. 빅 히스토리와 관련한 저술과 강연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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