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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반공주의, 천민자본주의 넘어설 새 틀 만들어라”

중앙선데이 2017.06.04 00:06 534호 6면 지면보기
‘보수 혁신’ 모색 나선 두 보수 정당
<span style="letter-spacing: -0.245px;">지난달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선 평가 토론회에서 정우택 원내대표가 단상에 오르고 있다(사진 위). 오종택 기자, [뉴시스]</span>

지난달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선 평가 토론회에서 정우택 원내대표가 단상에 오르고 있다(사진 위). 오종택 기자, [뉴시스]

바른정당도 지난 1일 여의도 당사에서 개혁 보수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뉴시스]

바른정당도 지난 1일 여의도 당사에서 개혁 보수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뉴시스]

보수란 무엇인가. 보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자유한국당·바른정당 혁신 토론회
보수 혁신 방식 둘러싸고 갑론을박
6월 말~7월 초 새 대표 선출 앞두고
외부 수혈론, 젊은 지도자론 등 솔솔

 
보수 정당 내에서 ‘보혁(보수 혁신) 열공’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쓴맛을 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이번 주 패배의 원인을 진단하고 향후 진로를 모색하는 시간을 잇따라 가졌다. 한국당은 지난달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제19대 대선과 자유한국당이 나아갈 길’이란 주제로, 바른정당은 지난 1일 중앙당사에서 ‘개혁 보수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각각 토론회를 열었다. 이를 시작으로 각종 토론회 등을 통해 혁신 과제를 설정하고 실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당의 새 얼굴이 누가 되느냐도 대외적으론 혁신의 바로미터다. 한국당은 7월 3일, 바른정당은 6월 26일 전당대회(당원대표자회의)를 열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벌써부터 각 당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친홍준표계, 친유승민계란 말이 나돌 정도로 당권을 둘러싸고 계파 간 세 대결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대선후보의 당권 도전에 대해 당 안팎에선 무너져 가는 당을 재건하지 못하면 본인의 정치적 미래 역시 불투명해진다는 점에서 독배를 드는 것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선 결과 평가엔 온도 차
위기에 빠진 보수의 현주소는 각종 데이터로도 알 수 있다. 보수 후보의 합산 지지율은 2012년 51.6%에서 지난 대선 때는 30.8%(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로 급락했다. 한국갤럽 이념 성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진보 성향 유권자보다 3~9%포인트 많았다. 그러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전세가 뒤바뀌었다. ‘보수의 궤멸’이란 말까지 공공연히 나오는 이유다.
 
대선 결과에 대한 당 안팎의 평가에는 온도 차가 있다. 홍 후보는 24%로 2위를 했지만 역대 대선 최다 득표 차(557만 표) 패배라는 불명예도 안게 됐다. 이에 대해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토론회에서 “이번에 3등 하지 않고 2등을 했다는 걸 스스로 위안 삼는다. 3등을 했다면 당이 풍비박산났을 것”이라며 “2등을 했다는 것은 아직 국민이 우리 당에 지지를 보내고 있고 하늘도 한국당에 할 일이 있다고 인정해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냉정했다. 바른정당 토론회에 참석한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한국당 지지율이 대선 직전 15%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홍 후보가 24%를 얻을 수 있었던 건 극우화 전략을 썼기 때문”이라며 “보수 유권자들을 재결집했다기보다는 ‘동원’했다는 표현이 적절한데, 이 또한 한국당의 성공이라면 성공이겠지만 그리 오래 가진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유 후보의 6.8%도 마찬가지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토론회에서 “바른정당은 이번 대선을 통해 보수의 새 희망으로 자리매김했다”며 “당원과 후원금의 폭발적 증가, 유 후보를 향한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김성회 반딧불이 중앙회장은 “바른정당 역시 영남 대표론에 안주한 게 패배 원인”이라며 “‘민주 우파’로 자리매김해 선거를 치렀으면 15% 이상 지지를 얻었어야 했는데 실제로는 한국당에 보수 유권자를 상당 부분 빼앗겼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토론회에선 패배 원인을 놓고 볼썽사나운 ‘네 탓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외부 인사들의 진단이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에 한 당직자가 “의원들은 정신 차려야 한다. 개××도 한 번 주인은 계속 따른다”고 주장하면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바른정당에 갔다 왔으면서 반성하지 않는 분들이 있다”며 일부 의원들을 겨냥해 날을 세우는 당협위원장도 있었다.
 
이후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과연 탄핵 당할 만한 짓거리를 했느냐. 죽일×이라 할 만큼 잘못한 게 있느냐”는 성토가 잇따르자 다른 참석자들이 “마이크 뺏어라” “사리 분별도 할 줄 모르느냐”며 맞고함을 치기도 했다. 결국 이날 토론회는 이전투구의 모습을 보이면서 “반성할 줄도 모른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대해 한 당직자는 “당이 새롭게 태어나려면 홍역을 앓듯 제대로 아파야 한다”며 “잡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이런 자리를 계속 만들어서 치열하게 다퉈야 그나마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패배에 대한 뼈아픈 성찰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한국당 토론회에서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번 대선의 패인은 도덕적 흠결에 대한 국민의 응징”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역사의 뒤안길과 기억의 뒤안길로 놓아주고 묻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토론회 발제를 맡은 윤평중 한신대 교수도 “한국의 보수 세력을 특징 짓는 두 가지가 냉전 반공주의와 천민자본주의”라며 “보수 세력이 다시 살아나고 새로운 미래를 담보하려면 이 두 가지 틀에서 과감히 탈피하는 동시에 이를 근원적으로 넘어설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선명성 강화냐, 외연 확장이냐
보수 정당으로서는 안보와 경제성장이란 상징성을 포기하기 어렵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보수 정당으로서의 선명성 경쟁을 해 나감과 동시에 보수층의 외연 확장에도 힘을 써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는 향후 보수 정당의 치열한 대결을 예고하는 듯했다. 정당지지율 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50%, 국민의당은 9%, 한국당·바른정당·정의당은 각각 8%였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바른정당이 대구·경북(TK) 지역에서 22%의 지지를 얻어 처음으로 한국당(18%)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지난주엔 한국당 16%, 바른정당 12%였다.  바른정당이 20~40대 젊은 층에선 한국당에 비해 높은 지지율을 보여왔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조영희 바른정당 대변인은 “이번 조사는 젊은 보수층뿐 아니라 TK 유권자들도 한국당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이처럼 기존의 보수 유권자를 상대로 제로섬 게임만 해서는 야당 신세를 좀처럼 벗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적잖았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한국당 토론회에서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 보수층 기반은 와해됐고 국민 이념 성향에서도 진보성이 한층 짙어졌다”며 “이 상태에서 결집이란 용어만 써서는 한국당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현재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일 충북 단양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대선 참패를 교훈 삼아 중도·보수를 아우를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향후 당의 정책 방향을 단단한 안보, 철저한 국민 안전, 따뜻한 시장경제, 국민통합형 맞춤형 복지로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원내 제4당인 바른정당 내에서도 중도·보수 세력을 규합해 ‘중도 우파’나 ‘민주 우파’로 거듭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감지된다. 내부적으로는 대선 일주일 전이던 지난 5월 2일 바른정당 소속이던 국회의원 12명이 탈당해 한국당으로 가면서 당의 정체성이 더 단단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온라인 당원 가입자 수와 후원금이 급증하면서 개혁 보수 세력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시민이 적지 않다는 점도 자연스레 확인됐다는 평가다.
 
김세연 바른정당 사무총장은 바른정책연구소장을 맡아 당의 이념과 정책 노선 설정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 총장은 “해외의 새로운 정당 모델과 정치가 아닌 다른 분야의 조직 형태 등도 참고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정당을 운영하려 한다”며 “소수의 당 지도부나 현역 국회의원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전 당원이 폭넓게 당의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정당으로 나아가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새 지도부 선출 과정부터 혁신해야”
한국당의 당권 레이스는 일찍이 ‘홍준표 대 반홍준표’ 대결로 굳어졌다. 홍 전 경남지사는 4일 미국에서 귀국해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옛 친박계에선 4선의 홍문종·유기준 의원이 홍 전 지사를 견제하기 위해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친박계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5선의 원유철·나경원 의원도 출마자 명단에 오르내린다.
 
변수는 당내 다수인 초·재선 의원들의 표심이 어디로 쏠리느냐다. 초선은 44명, 재선은 30명으로 전체(107명) 의원의 3분의 2가 넘는다. 재선 의원들은 아예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당 대표로 나서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지도부 구성 과정에서 다선 의원들은 자기희생적 애당심을 발휘해 달라”며 “이번 전대를 통해 당의 쇄신과 외연 확대를 위한 외부 인사 수혈을 포함해 새로운 리더십을 갖춘 지도부가 선출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부 인사로는 황교안·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노무현 정부 때 교육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 등이 거론된다. 김태흠 의원은 “아무리 좋은 생각과 비전이 있어도 스피커가 부실하면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없는 법”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홍 전 지사나 중진 의원들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중립적인 외부 인사를 데려와 경선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은 의원 20명 중 3선이 7명이다. 이종구 정책위의장을 제외하고 김세연·김용태·김영우·이학재·이혜훈·황영철 의원 등이 모두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호남에 보수 깃발을 꽂은 초선의 정운천 의원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하태경 의원과 60여 명의 당협위원장들은 유승민 당 대표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유 의원은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직후 바른정당 대표에서 물러났던 정병국 전 대표는 “젊은 층의 지지를 확대하기 위해 당의 새 얼굴로는 3선 이하가 좋겠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정 전 대표는 “새 지도부 선출 과정도 혁신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모든 당원들에게 투표권을 주고 지난 대선 때처럼 권역별 스탠딩 토론회 직후 국민평가단 투표제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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