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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은 정면돌파, 野는 동상이몽 … 고비 맞은 협치 정국

중앙선데이 2017.06.04 00:02 534호 4면 지면보기
줄 잇는 인사청문회, 정치권 복잡한 셈법
왼쪽부터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왼쪽부터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정국이 제2라운드에 접어들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국회 인준안이 첫 관문이었다면 이번 주부터는 장관급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예고돼 있다. 지난 2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청문회를 시작으로 징검다리 연휴가 지난 뒤 7일에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동시에 열린다. 세 후보자 모두 여론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점에서 국회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수퍼 수요일’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3명 청문회 몰린 7일 ‘수퍼 수요일’
야당 “그냥 넘기지 않을 것” 공세 속
국민의당 신중론에 공조 균열 조짐

청와대 “특별한 변수 없으면 임명”
속으론 국회와 협치 깨질까 우려도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은 “총리는 통과시켜 줬지만 의혹이 겹겹이 쌓여 있는 장관 후보자들은 그냥 넘길 수 없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에 맞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결정적 하자나 변수가 없으면 예정대로 임명한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다. 청문회 정국에서의 기선 제압을 위해 각자 강경 모드를 고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당장 야 3당은 동상이몽이란 난관에 봉착했다. 자유한국당이 국회 보이콧까지 거론하며 강경 대응에 나선 데 대해 국민의당은 “사안별로 판단하겠다”며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청와대도 일단 정면돌파를 외쳤지만 협치 국회가 파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그런 가운데 청와대와 야당은 여론의 추이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대응 전략 마련이 부심하고 있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후속 인사도 정밀 검증
청와대는 “아직까진 기존 인사를 되돌려야 할 만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한 주 정치권과 언론에서 각종 의혹들이 쏟아졌지만 낙마로 이어질 만한 결정적인 결격 사유는 딱히 없었다는 판단이다. 여론도 나쁘지 않다는 게 청와대의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야당의 집중포화 속에서도 각 후보자들의 과거 행적과 소신 발언 등이 함께 조명되면서 긍정 여론 또한 만만찮게 형성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 정리에는 시간적인 제약도 한몫하고 있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곧바로 국정을 맡게 된 상황에서 청문회만 신경 쓰고 있을 여유가 없다는 점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언제까지 청문회 정국을 끌고 갈 수는 없지 않으냐”며 “이달 말까지 국회 청문회를 모두 마치고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가려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총리와 달리 장관은 인준 투표도 거치지 않는다.
 
조만간 10여 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들이 추가 임명되는 대로 줄줄이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고려 사항이다. 여기엔 법무·통일·국방·교육 등 주요 부처가 두루 포함돼 있다. 하지만 청문회 무사 통과를 위해 이미 어느 정도 검증된 현역 의원만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교수나 전문가 등 외부 인사 수혈은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초반부터 밀리면 향후 임명될 후보자들은 더욱 지켜내기 힘들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5대 비리 논란에 대해 새로운 인선 기준을 제시하며 직접 양해를 구한 것도 이 같은 상황 인식에 기초한 선제적 대응이었다는 설명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지층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장관 후보자들을 응원하는 글을 공유하며 “이처럼 소신 있는 후보자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임명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관계자도 “야당이 제기한 의혹 중에는 묻지마 식으로 일단 던져놓고 보자는 것도 적잖다”며 “일반 여론이 절대 안 된다는 수준까지 가지 않는 한 예정된 수순대로 진행해 나가기로 청와대와 의견을 모은 상태”라고 전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특히 김상조 후보자의 경우 적폐 청산의 핵심 중 하나인 재벌 개혁을 이끌 조타수”라며 “사면초가에 몰리지 않는 한 물러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고민은 추가로 임명될 장관 후보자 중에서 결정적 하자가 발견될 경우 이 같은 노력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는 그나마 검증할 시간과 조직이 부족했다는 변명이 가능했지만 향후 발표될 후보자마저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되면 정부 초기부터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인선이 당초 예정보다 조금 늦춰지더라도 후보자 사전 검증에 만전을 기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상태다.
 
‘존재의 이유’ 증명해야 할 야 3당
대선 패배 후 전열 정비에 고심 중인 야당에 국회 인사청문회는 중요한 반전의 계기 중 하나다. 혹독한 검증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고공비행을 저지할 수 있는 자리가 공개적으로 마련된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그런 만큼 새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첫 번째 관문인 인사청문회에서 제 목소리를 내며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부담 또한 만만찮다. 야 3당 모두 국민에게 ‘존재의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당면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청문회가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야당 입장에선 한 명이라도 낙마시켜야 체면치레를 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1, 2번 타자로 나온 김상조·강경화 후보자부터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까지 거론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정준길 대변인은 3일 “김상조 후보자는 부적격 인사”라며 “문 대통령이 진정으로 협치를 원한다면 사퇴시키거나 자진 사퇴를 권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야 3당이 처한 당 안팎의 상황이 제각기 달라 단일대오를 이루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야 3당 공조의 키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의 경우 캐스팅보트 역할을 자임하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나섰다.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는 “5일 중으로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론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식 의원도 지난 2일 청문회 도중 페이스북에 “김 후보자가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으면 직무를 잘해낼 것으로 믿는다. 일부 흠결을 결정적인 걸림돌로 볼 수는 없다”는 글을 올리며 채택 쪽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당의 이 같은 행보는 가장 큰 지지 기반인 호남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호남의 지지도가 96%에 달하는 상황에서 괜히 뒷다리를 잡는다는 인상을 줄 경우 그렇잖아도 위기에 처한 정당 지지도가 회복하기 힘든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청문회 전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방위 대화로 윈윈 관계 모색할 것”
바른정당의 스탠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신환 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누구보다 도덕적으로 철저해야 하는 공정거래위원장 자리엔 부격격하다는 생각”이라면서도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는 좀 더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여기에는 보수 정당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 중인 자유한국당에 무작정 따라가지는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한 당직자는 “여론이 문 대통령에게 역대 최고의 지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 공조를 이유로 확실한 낙마 사유도 없이 무작정 반대만 했다간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게 내부 판단”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두 당 모두 다음달 3일과 오는 26일로 예정된 새 대표 선출을 앞두고 당내 헤게모니 쟁탈전에 몰두하다 보면 자연스레 청문회에 화력을 집중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전대 출마자들이 청문회를 통해 세 과시에 나서면서 오히려 선명성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추가 배치 미보고 파문이 청문회 정국의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청문회로 수세적 위치에 놓여 있던 청와대가 적폐 청산의 하나로 군 개혁을 들고 나오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유지해 나가려 할 것이란 분석도 곁들여진다. 실제로 청와대와 민주당 주변에서는 “이참에 알짜회와 독사회 등 군 기득권 세력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일 힘을 얻고 있다. 자유한국당 당직자도 “여론의 눈과 귀가 청문회로만 쏠리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라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의 진짜 고민은 다른 데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관 후보자들을 임명할 경우 자칫 ‘국회와 야당의 협치’라는 큰 그림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청와대와 야당 관계가 경색될 경우 당장 추경 예산과 정부조직법 처리는 물론 향후 개혁입법 처리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 인사들이 국회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야당을 자극할 만한 발언을 극구 삼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추후 장관 후보자들을 임명할 때도 야당에 이해를 구하는 등 강행하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 쓴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야당도 쉽사리 물러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이미 자유한국당은 이 총리 인준안 국회 표결에 불참한 데 이어 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도 함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지지율이 10% 밑으로 떨어진 위기 상황에서 당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라도 청문회 정국을 빈손으로 마무리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해 청와대는 전방위로 야당 설득과 대화에 나설 계획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직접 국회에 가서 설명하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여야 중점 공약 우선 처리 등 야당을 배려하기 위한 후속 조치들도 강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결국 명분과 실리를 적절히 주고받으며 윈윈 관계로 가는 게 모두에게 좋지 않겠느냐”며 “진정성을 가지고 스킨십을 강화하며 야당과의 공통분모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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