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대한민국 필독서”라는 주장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 땅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요.
조남주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여자들이 살아온, 살아가는 과정을 마치 현미경으로 보는 것처럼 자세하게 묘사합니다. 오직 여자, 그것도 대한민국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억울하게 당해야 했던 일들이 이렇게 많았을 줄 미처 몰랐습니다.
그래도 딸을 유산시킨 김지영씨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준 할머니 의사가 있었고, 실내화가 교탁으로 날아간 것이 지영이가 한 것이 아니라고 선생님께 말한 친구가 있었고, 외진 곳에서 수상한 남자의 위협을 받게 된 지영씨를 위해 버스에서 내려 쫓아와 준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런 ‘의인’ 하나가 이 세상을 그래도 살 만하게 만드는 것이겠죠. 놀란 지영씨를 다독이며 “학생 잘못이 아니다”라고 위로하던 여성이 이렇게 덧붙입니다. “근데, 세상에는 좋은 남자가 더 많아요.”
부디 좋은 남자로서 이 땅에 존재할 수 있기를.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