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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뱅상 플라세 프랑스 전 국가개혁장관 "디지털 혁명으로 제왕적 대통령 권한 견제해야"

중앙일보 2017.06.02 14:43
“디지털 혁명을 통한 시민 참여로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 디지털 혁명에 실패하면 지금보다 더 군주적인 대통령이 될 것이다.”
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장 뱅상 플라세(49) 프랑스 상원의원은 전자정부 신봉자다. 2016년 2월부터 지난달까지 프랑수아 올랑드 정권에서 국가개혁 담당 장관을 지내며 프랑스의 전자정부 혁신을 이끌었다. 제12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마지막 날인 2일 오전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 개방적이고 유연한 정부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대담에 나선 플라세 전 장관은 “권력의 집중과 부패 사슬을 막기 위해서는 공공행정의 디지털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시민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 의회의 감시가 미치지 못하는 세세한 분야까지 감시하고 바로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공공정책에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도 했다. 

한국계 입양아 출신…전자정부 통한 개혁 추진
"부패 사슬 막고, 행정 효율성 제고…비용 감축"
할 일 줄어든 우편배달부 '온라인 도우미' 재배치
"트럼프는 지구 보호 아닌 자신의 지지자 선택"

제12회 제주포럼의 마지막 날인 2일 특별세션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 개방적이고 유연한 정부를 위한 제안'이 진행됐다. 원희룡 제주지사(왼족)와 장 뱅상 플라세 전 프랑스 국가개혁담당 장관이 대담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제12회 제주포럼의 마지막 날인 2일 특별세션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 개방적이고 유연한 정부를 위한 제안'이 진행됐다. 원희룡 제주지사(왼족)와 장 뱅상 플라세 전 프랑스 국가개혁담당 장관이 대담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다음은 주요 문답. 
    
원희룡 지사=프랑스 정부의 개혁 특히 전자정부를 추진하는데 가장 공이 크다. 프랑스가 전자정부를 통해 이룩한 성과는 무엇인가?
플라세 전 장관=전자정부 혁신은 올랑드 전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한 과제다. 그만큼 정치적인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사실 프랑스는 오랫동안 행정부 개혁을 단행하지 못했다. 개혁 저항감이 컸기 때문이다. 공무원 수도 많고 규제도 많고 행정절차도 복잡해 개혁이 힘들었다. 일례로 환경이 화두인 시대인데, 절차가 복잡해 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걸림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시민들을 규제 간소화 과정에 많이 참여시켰다. 프랑스에는 18명의 장관이 있는데 예전엔 각 부처별 온라인 플랫폼이 달랐다. 지금은 하나로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을 쓰고 있다. 이를 통해 행정 비용을 줄이고 신속성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전자정부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사회적 취약 계층에 재분배하는 데도 힘썼다. 이처럼 전자정부를 통해 사회통합을 이뤘다는 의미가 크다.”
 
원희룡=정보화가 진행되면서 정보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최신 업데이트가 가능한 측과 단편적으로 이용하는 사람 간의 차이, 중앙-지방 간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실제 우리 부모님 세대 중 다수가 아직 스마트폰 자판을 못 누른다. 비행기표 예약은 물론 금융서비스, 행정서비스에 접근하기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이 같은 디지털 불평등,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플라세=프랑스에서도 대도시가 아닌 농촌 지역의 경우 정보화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 마찬가지로 디지털화에 따라 우편 배달부들은 업무가 줄어들었다. 이들에게 새 임무를 부과했다. 정보 소외계층에 대한 온라인 교육과 각종 온라인 신고, 서류작업 등을 돕고 있다. 프랑스에는 ‘모든 이를 위한 도서관’이란 버스가 있다. 시장에서 기다리다가 버스가 오면 책을 빌리는 것이다. 이를 차용해 ‘모든 사람을 위한 공공서비스’라고 이름 붙인 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원희룡=디지털의 발달로 또 다른 고민도 생겨나고 있다. 민주주의의 발전과 관련한 문제이다. 이미 온라인을 통해 시민이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개진하고, 직접 참여하는 시대가 됐다. 여러 민감한 사안을 주민들에게 모바일 투표로 묻는 등 직접 민주주의 확대가 전 세계적 흐름이다. 뉴질랜드의 루미오, 핀란드의 오픈 미니스트리 등 정책을 제안하는 통합 플랫폼도 생겨나고 있다. 앞으로는 민주주의와 국가의 의사결정을 직구하는 이른바 ‘디지털 직구 민주주의 시대’가 올 것이다. 어떻게 전망하나?
플라세=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직접 민주주의 전통이 강하지 않다. 대통령 중심제로 의회의 권한이 많지 않다. 대통령에게 많은 권한이 집중돼 있다. 시민은 정치 참의 열의가 크지만 현실이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상원만 해도 해외 의석을 제외하면 348명 의원 중 백인이 아닌 사람은 나뿐이다. 다양성이 별로 없다. 사회 취약층이나 여성의 견해도 잘 반영되지 않는 구조다.  대의민주주의 생각할 때 다양성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이를 바꾸긴 쉽지 않다. 한국 국회에 가보니 태블릿PC가 마련돼 있었다. 노페이퍼 정부를 프랑스 상원에도 도입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된다. 동료 의원들은 그런 식으로 하면 SNS 등 들여다볼 게 너무 많아 힘들다고 주장한다. 지역 주민이 자기가 사는 공간에서 폐기물 방치 등 문제가 생기면 바로 온라인에 업로드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처럼 굉장히 정밀한 차원의 문제를 디지털로 다룰 수 있다. 시민들 열의가 있기 때문에 충족시켜줘야 한다.”  
제12회 제주포럼의 마지막 날인 2일 오전 특별세션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 개방적이고 유연한 정부를 위한 제안'이 진행됐다. 원희룡 제주지사(왼족)와 장 뱅상 플라세 전 프랑스 국가개혁담당 장관이 무대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전민규 기자

제12회 제주포럼의 마지막 날인 2일 오전 특별세션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 개방적이고 유연한 정부를 위한 제안'이 진행됐다. 원희룡 제주지사(왼족)와 장 뱅상 플라세 전 프랑스 국가개혁담당 장관이 무대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전민규 기자

 
대담 막바지 원 지사는 “제주도가 스마트 시티로 발전하는데 플라세 전 장관이 국제고문을 맡아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플라세 전 장관은 흔쾌히 우리말로 “네”라고 답했다.   
플라세 전 장관은 7살 때 프랑스 가정에 입양됐다. 수원 고아원에서 지낼 때 이름은 권오복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 "입양 가정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한국어를 아예 쓰지 않아 잊어버렸다"고 썼다. 그는 이날 "한국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태도로 살았다. 그러나 정치인이 된 뒤 6년 전부터 한국을 방문하면서 평정심을 찾았다. 뿌리를 다시 찾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입양아 출신인 플뢰르 펠르랭(한국명 김종숙) 전 문화장관에 이어 한국계로는 두 번째로 프랑스 내각에 입성했다.       
 
제12회 제주포럼의 마지막 날인 2일 오전 특별세션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 개방적이고 유연한 정부를 위한 제안'이 진행됐다. 장 뱅상 플라세 전 프랑스 국가개혁담당 장관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제12회 제주포럼의 마지막 날인 2일 오전 특별세션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 개방적이고 유연한 정부를 위한 제안'이 진행됐다. 장 뱅상 플라세 전 프랑스 국가개혁담당 장관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한편 환경민주당(UDE) 대표인 플라세 전 장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선언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구 보호를 버리고, 자신을 지지한 미국인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탈퇴하더라도 나머지 국가들이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파트너십에 동참해야 한다”면서 “특히 2년 뒤 미국에서 중간선거(의원 선거)가 있는 만큼 그때까지 더 열정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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