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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텔링]"언니 등 뒤에 처녀귀신이 있어" 중풍 친언니 살해사건 전말

중앙일보 2017.06.02 12:25
대한민국 법원.

대한민국 법원.

“언니 등 뒤에 처녀 귀신이 있어.”
 
지난 1월 24일 낮 12시쯤 경기도 평택의 한 다세대주택. A씨(64·여)는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한 친언니 B씨(73·사망)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B씨는 “내 안에 용(마귀·병마를 의미)이 있다”고 답했다.
 
“그럼 빼야겠네.”
 
A씨는 언니의 벌어진 입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몸 안에 든 나쁜 기운을 꺼내는 일종의 퇴마(退魔) 행동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B씨가 손을 깨물며 반항하자 A씨는 화가 단단히 치밀었다. 식탁 위에 놓인 수건을 B씨의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양손으로 B씨의 목을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머리를 냉장고에 부딪히기도 했다. 결국 B씨는 질식으로 숨졌다. A씨는 119에 전화를 걸어 신고했다.
 
119구급센터로부터 타살의심 정황을 접수한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A씨는 지난해 9월쯤부터 중풍에 걸린 B씨를 돌봐왔다. A씨는 B씨의 재활운동·식사 등을 챙겼는데, 자신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 언니의 행동에 불만을품었다고 한다.
 
시신검안서 등에 따르면 B씨의 목 부위에는 목 졸림 흔적으로 보이는 멍이 발견됐다. 양 손등 역시 방어흔적으로 보이는 멍이 관찰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 직접적인 사인은 비구폐색(鼻口閉塞)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입과 코안에서는 피하출혈 흔적도 있었다.
 
A씨가 범행 당시 출혈이 발생할 정도로 B씨의 입안을 수건으로 강하게 틀어막고, 멍자국이 남을 만큼 힘을 줬다는 증거다. 그는 수사기관에 “살해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언니 입속에 있는 사악한 기운을 빼내려고 하는데 (언니가) 손을 깨물어 (화가나) 이성을 잃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씨는 살인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에 A씨가 ‘식사를 하라’는 자신의 요구를 듣지 않는 등의 행동을 한 B씨에 대해 화가나 우발·충동적으로살인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사정까지 보태 죄를 인정했다.
 
또 그는 심신미약 상태임을 강조했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은 병력이 없는데다 지인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정신상태를 정상으로 판단했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1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비록 살인의 고의를 부정하지만 반성하고 있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행인 점, 피해자 유족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평택=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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