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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OOK] 에르메스의 건축가 드니 몽텔을 만나다

중앙일보 2017.06.01 18:00
도산 공원 앞 랜드마크,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가 패션, 리빙, 복합 예술 공간으로서 더욱 새로워졌다. 전 세계 에르메스 매장의 건축을 책임지고 있는 드니 몽텔(Denis Montel)을 만나 리노베이션 과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 전경. 들어가기 전 쇼윈도부터 필히 감상할 것.



따지고 보면 별일도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건물이 세워지고 헐리는 대한민국 강남에서 매장 리노베이션쯤이 뭐 그리 대수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단지 ‘변신을 위한 변신’이 아니라 ‘완성’에 대한 이야기라면 조금 달라진다.

2006년 도산공원 앞이 지금의 부티크 거리가 되는 데 있어,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의 영향이 지대했다는 점에는 누구도 이견을 없을 것이다. 파리 르나 뒤마 건축사무소(RDAI)의 아티스틱 디렉터이자 전 세계 에르메스 매장의 건축을 책임지고 있는 드니 몽텔(Denis Montel)은 파리, 뉴욕, 도쿄에 이어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오픈한 서울의 메종이 에르메스의 정체성을 보여주면서도 이 도시에 조화롭게 녹아드는 건축물이 되길 바랐다.

히스토리가 강조된 파리 메종과 비교하자면 다이내믹한 면이 보다 강조됐죠. 일반적인 의미에서 부티크가 판매를 위한 장소라면, 이 부티크는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을 건축을 통해 알려주는 일종의 ‘대사’(大使)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2014년에 이은 이번 리노베이션은 좀 더 모던하고 기능적인 면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실내가 전체적으로 더 깊이 있어 보이고, 매장에 들어섰을 때 시선이 멀리 뻗어나가도록 하는 데 신경을 썼습니다.”
 
 

개방형 선반을 이용해 탁 트인 느낌을 주는 1층의 전경.


가장 눈에 띄는 점은 1층의 변화. 입구를 환하고 부드럽게 밝혀주는 실크 컬렉션을 지나면 남성 컬렉션과 시계, 오브제처럼 전시된 향수 라인이 위치한다. 여성 컬렉션은 2층으로 이동했는데, 가죽 제품과 액세서리가 함께 마련돼 의상과 매치하며 쇼핑하기 편해졌다. 이곳엔 후문에서 엘리베이터로 바로 연결되는 프라이빗한 VIP 라운지도 자리한다. 3층에선 남성복 맞춤 제작 공간과 한층 다양해진 홈 컬렉션 제품, 그리고 양혜규 작가의 신작을 만나볼 수 있다.
 

2층에는 승마용품들도 자리한다.



에르메스의 총괄 아티스틱 디렉터 피에르-알렉시 뒤마는 양혜규 작가의 전시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서, 이곳에 그녀의 작품이 전시되는 것을 매우 환영했다고. ‘솔 르윗 뒤집기’는 그녀가 이미 10년이 넘게 다뤄온 베니션 블라인드 블록을 주재료로 한 시리즈의 일환인데, 마치 원래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드니 몽텔에 따르면 이 작품과 일맥상통하는 아이디어, 즉 균형 잡힌 큐브의 형태, 개방과 동시에 차단되는 감각, 비움과 채움의 조화는 메종을 지을 때부터 가장 중요하게 고려된 사항들이었다. 실제로 매장을 천천히 둘러보면 전반적으로 매우 밝고, 의외로 좀 비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 빈 공간은 상품 대신 빛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양혜규, 솔 르윗 뒤집기-184배로 확장한 하나와 66배로 확장·복제하여 맞세운 둘, 다섯 개의 모듈에 입각한 입방체 구조물 #81-E.

에르메스는 빛을 하나의 자재처럼 사용해요. 자연광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변화하고 계절에 따라서도 달라지죠. 그 자체로 리듬이 있어요. 이 건물은 이중 유리로 되었는데, 그 사이에 블라인드처럼 줄무늬가 그려져 있어 최대한의 빛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빛으로부터 내부를 보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늑함과 릴랙스한 기분을 느낄 수 있죠.”


언제나 아티스트들과 함께해 온 윈도 디스플레이도 새로워졌다. 이번 리노베이션을 기념해 플라잉시티·배영환·지니서·잭슨홍이 지난 10년간 함께한 윈도 작업들 중 엄선해 새롭게 꾸몄는데, 이 젊은 작가들의 개성이 가장 컬러풀하게 드러나므로 일종의 회고전처럼 감상하면 좋다. 이와 함께 지하 1층에 위치한 컨템퍼러리 아트 전시 공간인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는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전을 7월 23일까지 선보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이 공간에서 개최되었던 전시에 경의를 표하는 젊은 국내 예술가 6인의 작품을 모아 뜻깊다.
 
 

홈 컬렉션 제품들이 전시된 3층.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오브제를 만들어내는 장인들이 만들어 낸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는 하나의 예술 공간이자 삶에 영감을 주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기사를 쓰다 오픈 당시의 메종 사진을 보았는데, 지금의 사진과 비교해 매장 앞 가로수의 키가 훌쩍 자란 것이 보였다. 나무의 녹음은 한층 짙어졌고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는, 더 에르메스다워졌다.


EDITOR 이현정(lee.hyeonjeon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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