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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기후협약 발표 앞두고 갈라진 백악관

중앙일보 2017.06.01 16:27
이탈리아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 통역용 헤드폰을 쓰지 않았다며 구설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다른 정상의 자리에 놓여있는 헤드폰이 보이지 않는다. [AP 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 통역용 헤드폰을 쓰지 않았다며 구설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다른 정상의 자리에 놓여있는 헤드폰이 보이지 않는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지구적 차원에서 감축하기로 했던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할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ㆍ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오후 백악관에서 최종 결정을 발표한다.
 

맏딸 이방카, 틸러슨 국무는 협약 유지
강경파 배넌, 환경청장은 탈퇴 고수
탈퇴땐 기후협약 사실상 유명무실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조만간 알리겠다고 예고한 트럼프의 트위터. 탈퇴 발표에 앞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사진 트위터 캡처]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조만간 알리겠다고 예고한 트럼프의 트위터. 탈퇴 발표에 앞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사진 트위터 캡처]

WPㆍCNN은 행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발표를 전망했다.
NYT는 탈퇴를 전망하면서도 일부 소식통을 인용해 막판에 바뀔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고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백악관에서 응우엔 쑤언 숙 베트남 총리와 회담을 시작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많은 이들로부터 (탈퇴와 잔류) 양쪽 모두에 관해 얘기를 듣고 있다”고 밝혔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2015년 11월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195개국의 합의로 마련돼 발효됐다.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은 지난해 9월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속에 이 협정을 비준했다.  
파리 기후협약 핵심사항.  [자료제공=AFP]

파리 기후협약 핵심사항. [자료제공=AFP]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협약 탈퇴를 선언할 경우 협약은 존폐의 기로에 놓인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탄소 배출국인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 규제 대열에서 이탈할 경우 협약 자체는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협약에 소극적이던 다른 나라들까지 발을 빼는 도미노 탈퇴가 벌어질 수도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자금을 마련하는데도 빨간 불이 켜질 전망이다. 미국은 그간 개도국을 지원하는 녹색 기후펀드에 30억 달러(3조3000억원)를 출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협약을 탈퇴할 경우 기금 출연 약속도 파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탈퇴하면 곧바로 기이한 3국 동맹도 만들어진다. 지금까지 이 협약에 반대해 불참했던 나라는 시리아ㆍ니카라과 2개국이었던 만큼 미국이 이들과 한 목소리를 내는 꼴이 된다.
이방카

이방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중 파리 협약 파기를 공개 주장해 왔다.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가 중국이 꾸며낸 ‘거짓’이라고도 주장했다. 최근 열린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백히 했다. 이때문에 지난달 27일 채택된 G7 공동성명서에 관련 내용이 담기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앞두고 미국은 탈퇴냐 유지냐로 갈라졌다. WP에 따르면 행정부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인 이방카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협약 유지를 주장했다. 틸러슨 장관은 “향후 미국의 대외 협상력에 큰 상처를 끼칠 수 있다”며 반대했다. 반면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스콧 프루이트 환경보호청장은 미국이 손해를 본다며 탈퇴 입장을 고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스티브 배넌(63)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선임고문, 전 브레이트바트뉴스 대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스티브 배넌(63)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선임고문, 전 브레이트바트뉴스 대표.

 
 정부 바깥에서도 공화당 주류는 탈퇴를 요구하는 반면 재계 일부는 이에 반대하며 양분됐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내 상원의원 22명은 백악관에 협약 탈퇴를 공개 요구했다. 반면 에너지기업인 엑손모빌ㆍBP는 잔류를 요청했고, 백악관 자문을 맡고 있는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탈퇴하면 자문역을 사임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앞두고 경고를 쏟아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탈퇴는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포기인 동시에 지구의 미래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당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집권 기간중 외치의 업적으로 내세웠던 결과다. 따라서 협약 탈퇴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바마 지우기 조치가 된다.  
2015년 프랑스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참석한 세계 각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시 버락 오바마(사진 오른쪽 끝) 전 미국 대통령은 <span style="""letter-spacing:"" -0.245px;"="""">파리 기후변화협약 체결에 앞장섰다.  </span> 

2015년 프랑스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참석한 세계 각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시 버락 오바마(사진 오른쪽 끝) 전 미국 대통령은 파리 기후변화협약 체결에 앞장섰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중국, 인도 등은 파리 협약 고수를 다짐하며 미국의 이탈로 ‘반(反)온난화’ 전선에 빚어질 리더십 공백을 메우겠다고 뭉치고 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강혜란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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