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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洑) 열린 낙동강 강정고령보 가보니...웃는 환경단체, 화난 농민들

중앙일보 2017.06.01 16:21
"보(洑) 수문이 열리면 냄새도 덜 나고 녹조도 덜 끼고, 낙동강 환경이 좋아지겠지요?." 
1일 오후 1시30분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강정고령보 인근 산책로. 강정고령보 옆 마을에 산다는 70대 김모씨가 기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한 50대 주민이 이를 듣고 "보 수문이 열리면 환경적으론 좋아질지 모르지만, 강정고령보 상류 쪽인 칠곡보 인근 농민들이 물 부족으로 힘들 수 있을 것 같다"며 걱정했다.  

오후 2시 수문 열려 상류 쪽 물 흘러넘쳐
환경단체 퍼포먼스 "수질이 개선 될 것이다"
농민들 화난 모습 "가뭄에 농사가 걱정이다"

 
1일 오후 2시 강정고령보 수문이 열렸다.대구=김윤호 기자

1일 오후 2시 강정고령보 수문이 열렸다.대구=김윤호 기자

오후 2시 정각. 폭 45m, 높이 11m 강정고령보 수문 2개 중 1개가 바닥으로 천천히 50㎝ 정도 내려갔다. 그러자 보 뒤편에 갇혀있던 물이 '콸콸'소리와 함께 하류로 흘렀다. 마치 폭포가 흐르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5분쯤 뒤 다시 나머지 1개의 수문도 추가로 열렸다.  
 
1일 오후 2시 수문이 열리자, 강정고령보에 환경단체 회원들이 올라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대구=김윤호 기자

1일 오후 2시 수문이 열리자, 강정고령보에 환경단체 회원들이 올라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대구=김윤호 기자

수문 2개가 완전히 열리자 환경단체 회원 10여명이 수문에서 가장 가까운 강변에 섰다. 그러곤 "강은 흘러야 한다"고 외쳤다. 강정고령보에 올라가 '우린 똥물이 아니라 맑은 강물을 원한다'고 쓰인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퍼포먼스도 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고인 물은 썩는다. 5년간 그랬다. 물고기 떼죽음을 겪었다"며 "완전 개방이 아니라 아쉽지만, 보 개방 자체를 환영한다. 역사적인 현장이다"고 말했다.
 
보 개방을 반대하는 낙동강 인근 농민 5~6명도 강정고령보 앞을 찾았다. 70대 농민이라 밝힌 한 남성은 "이렇게 상류 쪽 물을 보 수문을 다 열어 아래로 빼버리면 농사는 어찌하느냐. 상류 쪽 강가에 사는 주민 의견을 들어보고 수문을 열지 결정해야지"라며 "이건 지역(TK)에 대한 정치적 보복 아니냐"고 소리쳤다. 이들은 보 개방을 환영한다는 환경단체 회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권역본부에 따르면 강정고령보는 3일간 수문을 열어 관리 수위 19.5m에서 18.25m로 1.25m 수위를 낮춘다. 이렇게 수위를 낮추면 1940만 t(전체 9230만 t)의 물이 하류로 빠져나간다.  달성보 역시 2일간 3개의 수문을 열어 관리 수위 14m에서 13.5m로 50㎝ 수위를 낮춘다. 530만 톤(전체 5860만 t)을 하류로 보낸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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