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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층 초고층 아파트 업무대행사 대표가 구속된 이유는?

중앙일보 2017.06.01 15:28
의정부 초고층 아파트로 홍보하며 조합원을 모집해 온 P타워 조감도. [조감도 독자]

의정부 초고층 아파트로 홍보하며 조합원을 모집해 온 P타워 조감도. [조감도 독자]

올해 초 A씨는 경기도 의정부 금오동의 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홍보관을 찾았다. 의정부 시내 최고층 아파트(55층)로 불린 ‘P타워’였다.  
 

의정부 사업예정지 토지주 동의비율 90%로 속인 혐의
투자자 1100여명으로부터 3500~4000만원씩 받아

그는 전철 1호선 의정부역 역세권에 인근 대형백화점까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몰세권 아파트라는 광고를 봤다. 의정부 지역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최고 55층짜리 6개 동의 1700여 세대 대단지였다. 수요가 높다는 전용면적 59~84㎡의 중소형 공간으로 구성됐다. 역세권인데도 3.3㎡당 공급가격이 700만 원대로 알려지자 솔깃했다고 한다.
 
A씨의 투자를 결정적으로 끌어낸 것은 업무대행사 측이 설명한 토지 확보 비율이었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경우 관할 행정기관에서 조합설립 인가 신청을 받으려면, 전체 부지 소유자의 80% 이상으로부터 토지 이용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사업부지 면적은 2만2700㎡가량인데 홍보관에서는 ‘90% 이상’이라고 홍보했다고 한다.   
 
A씨는 이를 믿고 조합신청금 1000만원과 업무추진비 1500만원, 조합원분담금 1500만원 등 모두 4000만원을 냈다. 오는 2020년 준공을 목표로 10월 착공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 수사로 P타워 업무대행사 관계자들의 사기 혐의가 드러났다. 사업 추진의 핵심인 토지 소유자의 동의 비율을 속였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월 6일 동의 비율은 1.6%였다. 두 달 후쯤인 3월 13일 경찰의 압수수색 당시에도 14%에 불과했다.
 
A씨와 같은 피해자는 1100명이 넘는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들이 투자한 금액은 440억원으로 추산된다. 홍보관을 찾은 방문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연관이 없는 다른 사업의 동의서를 보여줬다고 한다.
 
업무대행사 관계자와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조합 임원이 되면서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조합원들의 투자금을 관리해야 할 신탁사는 계약 금액 이상의 자금을 집행하고, 광고 대행사는 실제 견적보다 수억원이 부풀려진 견적서로 부당이익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횡령 또는 유용금액은 20억원 규모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1일 허위분양 광고로 440억원을 유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상 사기)로 P타워 업무대행사 대표 A씨(59) 등 3명을 구속하고, 조합장 B씨(46) 등 12명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사업 예정지 토지주로부터 어느 정도 동의를 얻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며 “사업 진행 여부는 조합원들이 판단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의정부=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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