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르포]4대강 보 개방서 제외된 여주 남한강 이포보 가보니...

중앙일보 2017.06.01 14:17
 
1일 오전 찾은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 외평리 이포보 모습. 갑작스레 쏟아진 비로 어도에 흙탕물이 흐르긴 하지만 양호한 수질을 유지 중이다. 김민욱 기자

1일 오전 찾은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 외평리 이포보 모습. 갑작스레 쏟아진 비로 어도에 흙탕물이 흐르긴 하지만 양호한 수질을 유지 중이다. 김민욱 기자

정부가 4대강의 수질오염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일 전국 16개 대형 보(洑) 중 낙동강 강정고령보 등 6개 보를 상시 개방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쯤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 외평리 이포보 앞. 이곳은 상시 개방 대상에서 빠진 곳이다. 1400만㎥ 저수 용량에 담긴 짙푸른 빛의 남한강의 수질은 비교적 양호해 보였다.
 

이포 등 여주 3개보 연평균 수질 기준 '좋음' 수준 유지
실지렁이 발견 등 수생 생태계 변화는 면밀한 조사 필요

주민들 사이 지역경제 활성화, 홍수예방 효과 있다고 믿어
전문가, "여주 3개보 개방" VS "수자원 관리 대안마련 먼저"

시큼한 냄새도 나지 않았다. 백로 한 마리가 유유히 수중광장 주변에서 먹이를 사냥하고 있었다. 낙동강과 달리 녹조류는 보이지 않았다. 물고기들이 이포보 사이를 오가도록 우회로처럼 뚫은 어도에는 이날 오전 잠시 쏟아진 비의 영향 등으로 흙탕물이 흐르기도 했지만, 팔당댐 쪽으로 흐르는 수질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어 보였다. 이번 개방에서 제외된 이포보의 현재 모습이다.
 
이포보 전망대에서 만난 김영옥(58·여)씨는 “밑에 지방에서는 녹조가 심하다고 하는데 (이포보 수질은) 보기에 깨끗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포보 옆으로 우회로처럼 뚫린 물고기길인 어도. 녹조류는 찾아볼 수 없다. 김민욱 기자

이포보 옆으로 우회로처럼 뚫린 물고기길인 어도. 녹조류는 찾아볼 수 없다. 김민욱 기자

 
환경부의 물 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09년 11월 이포보 수질 측정소의 연평균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은 2013년 1.0㎎/L에서 2014년 1.5㎎/L, 2015년 1.6㎎/L로 악화하긴 했지만, 환경 기준상 BOD 1㎎/L 초과 2㎎/L 이하인 ‘좋음’ 수준을 유지 중이다. BOD는 물속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산소의 양을 의미하는데 물의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대표 기준이다.
 
같은 기간 여주지역 나머지 2개 보인 여주·강천보 측정값 역시 비슷한 추세다. 여주보의 연평균 BOD는 2013년 0.9㎎/L → 2015년 1.4㎎/L로 상승했다. 강천보 역시 2013년 0.8㎎/L → 2015년 1.3㎎/L로 나빠졌지만 두 보 모두 ‘좋음’ 수준이다. 이포보는 2012년 6월 준공됐다.
 
하지만 수생 생태계는 악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본지 기자가 여주환경운동연합과 남한강 3개 지점에서 생태조사를 벌인 결과,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가 발견된 바 있다. 지난 2월말 시험방류때에는 역시 4급수 지표종인 붉은 깔다구도 확인됐다.
 
여주 남한강 3개보 실지렁이 발견 위치 [구글지도]

여주 남한강 3개보 실지렁이 발견 위치 [구글지도]

 
또 여주지역에서는 4대강 사업 이후 농업용수 취수지였던 청미·금당천이 말랐다는 주장도 여전히 제기 중이다. 2009년 10월부터 시작된 4대강 사업과정서 5~6m가량의 강 바닥을 준설, 역침식 현상이 일어나 남한강과 만나는 지천의 모래가 본류쪽으로 떠내려갔다는 주장이 핵심이다. 역침식은 강바닥의 높이 차이로 지천 바닥이 본류쪽으로 깎여나가는 현상이다. 남한강에서 퍼올린 준설토는 무려 3500만㎥다.
 
지난달 30일 이항진 여주시의원이 말라버린 청미천 바닥을 가리키고 있다. 김민욱 기자

지난달 30일 이항진 여주시의원이 말라버린 청미천 바닥을 가리키고 있다. 김민욱 기자

 
반면, 보 건설 이후 지역 경제활성화와 홍수예방 등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주장도 주민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와 보 개방·철거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포보 인근에는 천서리 막국수촌이 형성돼 있다. A막국수집 윤모(57) 대표는 “정확한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이포보가 생긴 이후 매출이 오른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2013년 큰 비에도 홍수피해가 없었다”고 말했다.
 
여주지역 여론처럼 전문가들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개방론과 신중론이다.
 
김정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는 “강을 되돌리려면 보를 철거하는 것 외에 다른 방안은 없다”며 “일시적 방류도 임시조치다. 다만 준설토를 다시 넣어 바닥을 안정시킨 후 보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수 성균관대학교 수자원전문대학원 교수는 “보를 개방 또는 철거한다고 해서 4대강 사업 전의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건천화·도시화로 물의 선순환 구조가 예전과 다르기 때문이다. 수자원 이용의 대안을 만드는 일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여주=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