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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후퍼의 비정상의 눈] 테러엔 폭탄 응징 대신 희망의 장미가 효과적

중앙일보 2017.06.01 02:46 종합 32면 지면보기
제임스 후퍼영국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제임스 후퍼영국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 경기장에서 미국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 도중 자살폭탄 공격이 발생해 23명이 숨지고 64명이 다쳤다는 소식을 접했다. 요즘 테러 뉴스가 하도 잦아서인지 이젠 무감각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엔 콘퍼런스 참석차 영국에 가 있는 동안 소식을 들어서인지 충격이 생생했다. 음악을 즐기던 무고한 젊은이들이 도대체 왜 목숨을 잃어야 했는지를 생각하면 같은 세대로서 가슴이 떨린다. 어떤 설명으로 슬픔과 분노를 가라앉히고 혼란의 시간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지난 20여 년간 국제사회는 테러 공격이 벌어지면 폭격, 이민 억제, 보안 강화 등으로 대응해 왔다. 불행하게도 이런 대응으론 테러 예방은커녕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다. 더 많은 나라가 극단주의 세력이 활개 치는 무법천지로 변하고 있다. 왜 그럴까?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 원인을 찾고 풀어야 하는데 민간인 공격과 내전은 테러리즘의 증상일 뿐 원인은 아니다. 증상만 다스려선 병을 뿌리 뽑을 수 없다.
 
다행히 국제사회엔 정부가 테러·내전 세력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 사태를 종식한 사례가 있다. 영국 정부와 무장단체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북아일랜드 분쟁 해결 노력이 대표적이다. 남미 콜롬비아 정부가 반군조직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최근 평화협정을 체결한 것도 교훈을 준다. 두 사례는 정부가 ‘테러리스트’ 또는 ‘반군’이라고 부르던 조직과 과감하고도 끈질기게 접촉·대화·교류하면서 해법을 찾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부는 길고 긴 대화 끝에 공격·반란의 이유와 배경, 상대의 가슴 깊이 자리 잡은 불만과 관련 이슈를 파악할 수 있었다. 원인을 파악하니 치료 처방은 어렵지 않게 나왔다.
 
문제는 무고한 사람을 무차별 살상해 온 세력과 대화 창구를 연다는 것이 너무도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어 절망적인 공격에 나서는 테러집단과 달리 각국 정부는 테러와 반란의 예방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스템과 자원이 있다. 글로벌 사회는 ‘문제’ 국가들에 값비싼 폭탄을 떨어뜨리는 대신 학교와 일자리를 제공해 인간이 살 수 있도록 투자할 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
 
테러엔 물론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글로벌 사회는 그들이 죽음 대신 삶을 택하도록 희망을 선물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인생을 즐기는 공연장에 어린 테러범이 증오를 표출하려 폭탄을 안고 잠입하는 일이 더 이상 없게 하기 위해서다.
 
제임스 후퍼 [영국인·‘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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