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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묻지마 범죄와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

중앙일보 2017.06.01 02:42 종합 33면 지면보기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묻지마 범죄’는 종종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공공에 대한 정신질환 범죄자의 위험성이 종종 언론의 집중적인 포화를 받기도 한다. 살해동기가 비교적 분명한 일반적인 살인과는 달리, 피해자 입장에서는 전혀 이유도 알 수 없는 와중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점에서 대다수 시민들을 공포에 빠뜨린다.
 

묻지마 범죄 가해자 상담하니
정신질환보다 피해의식 많은
외톨이형의 반사회성향 강해
심리 치료재활로 범죄 막아야

평상시 아무리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해도 특정 시점에 특정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당하는 일이다 보니 소위 묻지마 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이성적인 한계를 훨씬 넘어선다. 더욱이 이런 무차별적인 인명피해에 노출되는 피해자들이 대부분 힘없는 여성이나 아이 혹은 노인들이다보니 묻지마 범죄에 대한 공포심은 일반 범죄에 대한 그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공교롭게도 필자는 현재 교도소를 돌아다니며 지난 수년간 ‘묻지마 살인’에 연루되었던 수형자들을 면담하고 있다. 아마도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던 사건의 주인공들일 것이다. 이들을 만나기 전에는 필자도 이렇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외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일반인과 다른 특성이 있을 것이라고 막연한 짐작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막상 이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들이 생각보다 멀쩡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는 묻지마 범죄의 가해자 대다수가 조현병으로 환각이나 망상 등 현실감각 능력상의 상당한 문제를 지녔을 것이라 예상하겠지만, 막상 만나보니 이들 역시도 충분한 대화가 가능하며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특징적이었다.
 
또한 경찰에 검거될 당시에는 조현병 증상을 보였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교도소에서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게 되면 매우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소위 면담을 해 갈수록 범죄를 저질렀던 이들과 교도소에서 만난 이들이 전혀 다른 사람 같아서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의 특성과 그 원인을 밝히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했다. 그들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결론은 ‘묻지마 살인범’이 모두 조현병 환자라거나 조현병 환자들이 모두 폭력적인 행위를 한다는 가정은 정신질환에 대한 잘못된 지식이 낳은 허구라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서 발견되는 최소한의 공통점은 있었는데 바로 사회, 나아가 불특정 다수에 대한 피해의식이었다. 정신이 멀쩡한 사람도, 정신이 멀쩡하지 않은 사람도 모두가 자신이 외면당하고 박해받았던 세상에 대한 피해의식, 심한 경우 피해망상을 가지고 있었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은 ‘묻지마 범죄자’들은 외톨이라는 사실이었다. 가족과 친구, 동료들로부터 상처를 받아 피해의식을 갖게 되었고 그래서 외톨이가 된 것인지, 아니면 외톨이가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에 대한 공포심이 생긴 것인지 전후 관계는 잘 모르겠지만 이들 중 원만한 가족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발견은 이들이 타인의 감정이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진주교도소에서 만났던 어떤 묻지마 살인범은 컴퓨터 모니터상에 떠 있는 사람의 성별은 아주 잘 구별하였지만 그 사람이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즉 그 사람의 정서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모두 극도로 자기중심적이었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특성은 이들이 조현병을 가지고 있든 그렇지 않든 간에 묻지마 범죄 가해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었다. 즉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데에 필요불가결한 요소는 가해자가 갖고 있었던 정신병증이 아니라 바로 반사회적이고 적대적인 성향이었다.
 
통계치 역시 조현병을 포함한 정신질환과 흉악범죄의 동시발생은 큰 관계가 없을 것임을 추정하게 만든다. 대검찰청에서 매년 발간하는 『범죄분석』을 살펴보면 매년 200만 건 정도 범죄가 발생하는데, 그중 정신질환자가 차지하는 수는 2014년 6301명, 2015년 7016명에 불과하였다. 이는 전체 범죄자 중 0.003% 정도로서, 일반인들에게 있어 조현병의 유병률이 1% 정도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매우 낮은 수치다. 즉 대다수의 조현병 환자들은 일반인들 속에서 오늘도 잘 살고 있다는 것이다.그럼에도 일반 국민은 조현병 환자는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정신질환자에 대한 대중 인식이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명의 묻지마 범죄자를 직접 면담해 본 결과 깨닫게 된 중요한 사실 역시 이들의 범행이 조현병이라는 질병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세상에 대한 적대감과 반사회성, 그리고 피해의식이 더 강력한 동인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백안시하고 배척하기보다는 적극적인 치료재활을 시키는 것이 더 심각한 범죄를 막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일반 국민은 조현병 환자는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정신질환자에 대한 대중 인식이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명의 묻지마 범죄자를 직접 면담해 본 결과 깨닫게 된 중요한 사실 역시 이들의 범행이 조현병이라는 질병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세상에 대한 적대감과 반사회성, 그리고 피해의식이 더 강력한 동인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백안시하고 배척하기보다는 적극적인 치료재활을 시키는 것이 더 심각한 범죄를 막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 될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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