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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도피 245일 만에 귀국 “내 전공 뭔지도 몰라”

중앙일보 2017.06.01 02:16 종합 2면 지면보기
정유라(21)씨가 31일 오후 귀국장에서 “좀 억울하다”고 말했다. 어머니 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하나도 모른다면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의 입국은 지난해 9월 28일 독일에서 덴마크로 이동해 도피 생활을 시작한 지 245일, 지난 1월 1일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지 150일 만이다. 정씨는 전날 오후(한국시간) 덴마크 올보르 구치소를 출발, 코펜하겐 공항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을 거쳐 이날 오후 3시쯤 대한항공 KE926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검찰, 기내서 체포영장 집행
“대학 갈 생각 없었다, 입학 취소 당연
면접 때 어머니가 메달 들고가라 해”
최순실 있는 남부구치소 수감 전망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국 직후 서울중앙지검으로 호송됐다. [김상선 기자]

공항 27번 게이트 탑승교 앞에 나타난 정씨는 민트색 점퍼 차림이었다. 손목에 찬 수갑을 파란색 수건으로 가렸지만 위축된 표정은 아니었다. 취재진을 둘러보거나 웃음을 지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귀국을 결심한 이유는.
“아기가 혼자 있다 보니깐…. 빨리 (검찰에) 입장을 전달하고, 오해도 풀고 해결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삼성에서 특혜지원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딱히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다. 돌이켜 보니…(미간을 찌푸리며) 잘 모르겠다. 어머니에게 들은 게 있다. 삼성전자 승마단이 지원하는데, 내가 6명 중 하나라고 들었다.”
 
이대 입학 취소는 인정하나.
“(웃으며) 저는 학교에 안 갔기 때문에 당연히 인정한다. 사실 전공이 뭔지도 모르고 대학에 가고 싶어 한 적이 없다.”
 
이대에 갈 생각이 없다면서 승마복을 입고 금메달을 걸고 면접장에 갔나.
“제가 확실히 기억하는데 단복은 안 입었다. 임신 중이어서 안 맞았다. 메달을 들고 간 것은 이대만이 아니고 중앙대에도 들고 갔다. 어머니가 들고 가라고 했다.”
 
정씨는 이날 동행하지 않은 23개월 된 아들에 대해 “보모와 아들은 따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입국날짜 및 체류비용 등에 대한 질문에는 “모른다”거나 “말하고 싶지 않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최순실씨의 재판을 보면서 어떤 생각 들었나.
“어머니 재판 내용을 듣지 못해서 하나도 들은 것이 없다. 안에 갇혀 있어서 (인터넷) 검색도 못했다.”
 
억울한가.
“(다소 울컥한 목소리로) 어머니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하나도 모르는데… 저는 좀 억울하다.”
 
돈도 실력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땐 참 어리고 제가 좀 다툼이 있었다. (내가) 돈으로만 말을 탄다는 말을 들어서 욱하고 어린 마음에 썼다. 정말 죄송하다.”
 
정씨는 2014년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라는 글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국민들에게 할 말이 있나.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 제가 모든 특혜를 받았다는데, 아는 사실이 별로 없다. 퍼즐을 맞추고 있는데도 잘 연결되는 게 없을 때도 있다.”
 
검찰은 정씨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해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특수1부에서 삼성 승마훈련비 지원 의혹부터 수사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입학 비리 및 청담고 특혜 의혹, 국내외 재산은닉 의혹(첨단범죄수사1부) 등도 조사 대상이다. 검찰은 체포영장이 집행된 지 48시간 이내인 1일 오후 또는 2일 새벽에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정씨는 어머니 최씨가 수감된 서울남부구치소를 오가며 조사받을 전망이다. 앞서 정씨는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한 직후인 31일 오전 4시8분 에 체포됐다.
 
정씨 귀국과 관련,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가 어미가 된 입장에서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 온 최씨가 정씨를 만나 진술 태도가 바뀔 여지도 있다. 법원 관계자는 “정씨의 ‘폭탄 발언’ 등 돌발 변수가 생긴다면 재판부가 판단해 일정 등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일훈·송승환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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