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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청와대, 한민구 불러 조사 … 싱가포르회의 출국 일단 허용

중앙일보 2017.06.01 02:07 종합 3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에서 열린 바다의 날 기념식을 마친 뒤 헬기를 타고 새만금 지역을 둘러봤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에서 열린 바다의 날 기념식을 마친 뒤 헬기를 타고 새만금 지역을 둘러봤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발사대 4기의 반입을 국방부가 ‘보고 누락’했다는 의혹과 관련,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청와대는 이를 통해 사드 배치의 전반적 과정도 살펴볼 방침이다.
 

박근혜 정부 안보라인에 본격 공세
김관진에게도 출석해 설명 요구
사드 배치 결정 전과정 파악 나서
한국당 “전 정부 군지휘관 욕보이나”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1일 브리핑에서 “어제(5월 30일) 국방부 정책실장 등 군 관계자 수 명을 불러 보고 누락 과정을 집중 조사했다”며 “그 결과 실무자가 당초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는 (추가 반입한 4기를 포함한) ‘6기 발사대’ ‘모 캠프에 보관’이라는 문구가 명기되어 있었으나 수차례 강독 과정에서 문구가 삭제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설명을 요구했고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 취임 이전 김관진-한민구 라인에서 어떤 보고가 있었는지까지도 민정수석실이나 안보실이 나서서 살펴보겠다는 뜻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김관진 전 실장을 통해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 사드 배치가 결정된 과정에 대해 짚어볼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드 배치가 어떻게 결정됐는지에 대한 (국방부 관계자들의) 진술도 있는 걸로 안다”며 “그런 과정에서 김관진 전 실장이 어떻게 관여돼 있나 그런 부분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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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김 전 실장이 출석요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한 장관의 경우 청와대는 고의로 보고를 누락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고위 인사는 “(새 정부에는 보고를 하지 않은) 한 장관이 (새 정부 출범) 이전에 사드와 관련된 모든 내용을 그 위에 있는 실장(김관진 전 실장)에게는 보고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민구, 미·일 국방장관과 회담 예정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후 국방부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에게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반입 보고 누락 논란과 관련해 “제가 지시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후 국방부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에게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반입 보고 누락 논란과 관련해 “제가 지시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한 장관은 이날 오후 비공개로 청와대에 들어가 민정수석실의 조사를 받았다고 한 여권 관계자가 전했다. 이날 조사를 받은 한 장관은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16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회의) 참석을 위해 2일 출국한다. 당초 한 장관이 국제회의에 출석하지 못할 것이란 말도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조사와는 별개로 한 장관이 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에서 한 장관은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상과 회담 일정이 잡혔다. 중국 측 인사와도 회동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실장과 한 장관에 대한 조사 문제와 관련, 자유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노력은 필요하다”면서도 “혹여나 전임 정부의 군 지휘관들을 욕 보이고, 신임 정부가 추진하는 소위 국방개혁을 밀어붙이기 위해 군 지휘관들에게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진상조사가 이용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정우택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보고누락이) ‘충격적’이라는 발언 자체가 매우 충격적이고 자해행위”라며 “국군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이 전략자산인 사드 배치를 극도의 보안 속에 다루지 않고 남의 말 하듯이 조사를 지시한 것부터 기막히다”고 비난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국방부가 고의로 허위보고나 누락보고를 했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며 “허위보고가 맞다면 국기 문란으로 엄중 처벌해야 하지만, 대통령이 안보사항을 공개적으로 지시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 대통령과 국방부의 진실공방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철재·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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