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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정의용과 오찬 대화,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중앙일보 2017.06.01 01:58 종합 4면 지면보기
31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는 함구령이 떨어진 가운데 하루 종일 뒤숭숭했다. 청와대가 이날 오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장비 반입 사실을 국방부가 고의로 누락해 보고했다고 발표하면서다. 청와대에 제출하는 보고서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최종적으로 결재한다. 청와대 발표로 한 장관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조사를 받으러 청와대로 떠나기 전 국방부 청사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개별적 사안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면서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선 해명했다.
 

논란 중심에 선 국방장관
“보고서는 실무선에서 만드는 것
조사 중인 사안 왈가왈부 못해”
국방부는 억울해하는 분위기
“사드 반입 숨겨 득 될 게 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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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오찬할 때 사드 체계 반입과 배치에 대한 오해가 있었나.
“대화하다 보면 서로 관점이 차이 날 수 있고, 뉘앙스 차이라든지, 차이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고, 조사가 다 되면 그때 제가 필요하면 한 말씀드릴 수 있겠다. 이해하는 수준에서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청와대는 국방부가 고의로 보고를 누락했다고 발표했는데.
“조사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고 중간에 (조사)결과를 말한 거니까 결과를 봐야 한다.”
 
청와대에 보고할 내용에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반입 사실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했나.
“그건 제가 지시한 일이 없다. 지시할 일도 아니고…. 실무자들은 표현이 됐다고 봐서 숫자 표기를 안 할 수 있다.”
 
청와대 보고서 초안에 있던 내용이 삭제됐다면 어느 선에서 빠진 건가.
“보고서는 실무선에서 만드는 것이다.”
 
한 장관의 발언은 정의용 안보실장과의 오찬 대화에선 의사 전달이 제대로 안 됐을 수 있고, 청와대에 보낼 보고서에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반입 사실을 자신은 삭제하라고 지시한 일이 없다는 뜻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들도 쉬쉬하면서 억울해하는 분위기였다. 익명을 원한 국방부 관계자는 “군인에게 보고는 생명”이라며 “군에서 보고를 누락하거나 허위 보고를 하면 군 형법에 따라 처벌받는데 새 정부에 사드 장비 추가 반입을 숨겨 국방부에 득이 될 게 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 장관이 정 실장과의 오찬에서 ‘사드 체계는 미사일 발사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레이더가 핵심이다. 중국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는 다 레이더 때문’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안다”며 “외교관 출신인 정 실장이 전개·배치 등 군사용어와 군사작전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기 때문에 혼선이 빚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개란 배치를 위해 무기체계를 현지로 수송하는 군사작전을 의미한다. 배치는 전개한 무기체계의 가동 준비를 마친 상태를 뜻한다. 당장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청와대가 ‘반입’과 ‘배치’ 의미를 구분하지 못해 자초한 코미디”라고 주장한 일도 있다.
 
청 “한 장관, 반문 말고 명확히 답변했어야”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정 실장이 오찬에서 사드 4기 추가 반입 사실에 대해 명확히 질문하지 않았어도 한 장관이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할 게 아니라 내용을 명확하게 답변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발사대 2기 배치, 4기 전개’라는 표현 대신 ‘1개 포대(사드 1개 포대는 발사대 6기로 구성) 반입’이라고 국방부가 설명했을 수도 있다”는 의견에 대해선 “‘1개 포대’라는 표현도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주장인 셈이다. 
 
이철재·위문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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