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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연 줄이고 걸어서 좋고 … 보행 천국 마드리드

중앙일보 2017.06.01 01:41 종합 14면 지면보기
걷는 도시가 미래다 ③ 
스페인 마드리드의 보행전용거리인 아레날 거리. 너비 14m의 거리에는 차가 다니지 않아 관광객과 주민들이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 [마드리드=조한대 기자]

스페인 마드리드의 보행전용거리인 아레날 거리. 너비 14m의 거리에는 차가 다니지 않아 관광객과 주민들이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 [마드리드=조한대 기자]

지난달 22일 오후 9시 스페인 마드리드의 대표 명소인 솔 광장. 마드리드 관광의 시작점이라고 불리는 이 광장으로 이어지는 아레날 거리는 관광객과 행인들로 붐볐다. ‘마드리드 왕궁’ ‘사바티니 정원’ 등의 관광지로 이어지는 거리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음식점·카페 등에서 내놓은 테이블이었다. 거리의 테이블에서 관광객과 시민들이 여유롭게 차나 음식을 즐겼다.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없는 너비 14m의 길은 멋들어진 카페의 일부가 됐다. 거리 한편에 ‘소나 페아토날(Zona peatonal)’이라는 스페인어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보행전용거리라는 뜻이다.
 

2000년부터 대기오염 해결 위해
차도는 땅속으로 지상엔 보행길
3년 뒤 도심 일부엔 차 진입금지
서울시 “4대문 안 승용차 제한 검토

아레나 거리의 음식점 테이블이 마드리드 거리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은 테이블 공간을 제외하고도 폭 10m가 넘는 길에 차가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마리아 안토니아 마드리드시 교통개발국 주무관은 “마드리드는 1970년대부터 보행전용거리를 운영해 왔다. 현재는 시 전역에 100개(15만㎡)가 넘는 보행전용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권도 보행전용거리를 중심으로 발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드리드시청은 해마다 이런 보행전용거리를 늘리고 있다. 마드리드가 처음부터 보행전용거리의 천국이었던 것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동차 소음’과 ‘대기오염’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작됐다. 이네스 사바네스 마드리드 시의원(환경교통부 소속)은 “자동차의 진입을 줄여 도심 내 배기가스·소음·교통사고를 더 줄이려 한다. 자동차 대신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에게 도심 공간을 돌려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드리드의 보행정책은 2000년부터 본격화됐다. 이때부터 2009년까지 시 외곽 7개 주요 교차로에 ‘지하 대중교통 환승역’을 만들었다. 대중교통 이용을 편하게 해 도심 내 차량 진입을 줄이려는 포석이었다. 차가 줄자 공기 질도 좋아졌고, 보행 환경도 나아졌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에 만들어진 ‘잠실 광역복합환승센터’와 비슷한 장소다.
 
<div>차가 다닐 수 없는 마드리드 몬테라 거리에 보행전<span style="font-size: 0.875em; letter-spacing: -0.02em;">용거리 표지판(Zona peatonal)이 세워져 있다.</span></div>

차가 다닐 수 없는 마드리드 몬테라 거리에 보행전용거리 표지판(Zona peatonal)이 세워져 있다.

마드리드는 도로와 도로가 만나는 곳엔 어김없이 크고 작은 광장과 벤치가 있다. 보행전용거리엔 차도와 보행로의 경계가 없이 평평하다. 걷기 편하게 하려는 시의 노력이 엿보였다. 여기에 야외 테이블, 유아 놀이터가 설치되고 곳곳에서 아티스트의 공연이 펼쳐진다. 거리 자체가 걷기 좋은 관광지인 셈이다.
 
2007년엔 시내를 관통하는 도심순환도로 ‘M30’을 지하화했다. 이 자리에 나무 2만5000그루를 심었다. 지난달 21일 보행로가 된 이곳에서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 축구 팬들을 만날 수 있었다. 홈구장(에스타디오 비센테 칼데론)으로 빨간 줄무늬가 선명한 유니폼을 입은 채 걷는 팬들의 행렬은 장관이었다.
 
마드리드시는 보행공간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마누엘라 카르메나 마드리드 시장은 지난해 말 “2019년 안으로 그란비아 거리(1.3㎞·왕복 6차로)에 보행자·자전거·대중교통 수단만 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란비아 거리는 스페인의 ‘브로드웨이’로 불리며 대형 호텔과 레스토랑 등이 밀집한 번화가다. 마드리드시는 또 2020년부터 도심 내 약 2.02㎢의 공간에 차량 진입을 아예 금지시킬 계획이다. 서울 중구 면적(9.97㎢)의 5분의 1 정도를 ‘카-프리(car-free)’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3월 서울시가 한양 도성 내(16.7㎢)를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지정한 것과 유사한 정책이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한양 도성 내에 노후 경유차나 대형 차량뿐 아니라 일반 승용차의 진입 제한도 검토 중”이라며 “이제 자동차보다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교통 관련 정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마드리드(스페인)=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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